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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해·송형종 공동추진위원장이 추진위원과 참여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정해·송형종 공동추진위원장이 추진위원과 참여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 Sfac

연극을 만드는 사람과 무용수가 같은 테이블에 섰다. 국악인과 클래식 음악가, 발레단 대표와 대학로 소극장을 지켜온 연출가도 한 공간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평소라면 각자의 극장과 연습실, 공연장을 오가느라 좀처럼 마주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이날 만큼은 '서울의 가을'이라는 하나의 무대를 바라봤다.

지난 30일 오후 6시, 서울 대학로센터 1층 올라운지는 문화예술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붉은색 서울어텀페스타 무대를 중심으로 원형 테이블이 놓였고, 행사장 뒤편과 출입문 주변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서로를 발견한 예술가들은 손을 흔들고 명함을 건넸다. 무대 앞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자리를 잡았다.

이날 열린 '2026 서울어텀페스타 추진위원회 오프닝 네트워킹 데이'는 올해 축제의 주요 사업을 소개하고 기획·자문·홍보위원과 참여 사업단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 행사 계획 상 참석 규모는 100~150명이었지만, 현장에서는 220여 명의 예술계 관계자가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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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장의 첫 인상은 흔히 떠올리는 위원회 출범식과는 달랐다. 주요 인사 몇 사람이 무대에 올라 축사하고 내려가는 행사라기 보다, 서로 다른 장르와 지역에서 활동해 온 예술가들이 서울의 가을을 함께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모으는 자리였다.

"서울토이피아노앙상블 김미영 예술감독님, 어디 계십니까?"

참석자 소개가 시작되자 행사장 곳곳에서 손이 올라왔다. 이름이 한 번 불릴 때마다 주변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기둥 뒤에 서 있던 사람도 몸을 내밀어 손을 들었고, 처음 듣는 이름에도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예술가들이 오늘의 주인공인데 이름을 한 번씩 불러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소개를 이어갔다. 호명이 길어지면서 행사장 안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이름을 부르고, 손을 들고, 박수로 답하는 장면은 이날 모임의 의미를 압축해 보여줬다. 서울어텀페스타가 서울문화재단이 일방적으로 준비해 예술가를 초대하는 축제가 아니라, 공연예술 현장의 여러 주체가 함께 만드는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는 일"

 오정해 공동추진위원장이 축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당부하고 있다.
오정해 공동추진위원장이 축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당부하고 있다. ⓒ 이규승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국악인이자 배우 오정해는 추진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자신에게도 낯설고 무겁다고 말했다.

"책임을 갖는 자리를 맡은 것은 생애 처음입니다. 그만큼 서울어텀페스타의 취지가 좋았고,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지난해 첫발을 내디딘 서울어텀페스타는 올해 두 번째 행사를 맞는다. 오정해 위원장은 첫해가 새로운 축제를 시작하는 설렘의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보다 깊고 튼튼하게 뿌리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가을이 하나의 무대가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며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분들과 무대와 기회가 필요한 예술가들을 위해 모두 손을 잡고 뛰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서울어텀페스타의 성장을 기원하고 있다.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서울어텀페스타의 성장을 기원하고 있다. ⓒ 이규승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도 축제가 여러 공연을 한데 모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는 일입니다. 언어보다 앞서 감정을 나누고, 머리보다 먼저 가슴을 울리는 가장 따뜻한 언어입니다."

그는 서울어텀페스타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걷는 길이자, 예술가들에게는 든든한 연대의 무대가 되기를 기대했다.

'지원, 그 다음'을 고민하다

 장재환 본부장이 서울어텀페스타의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장재환 본부장이 서울어텀페스타의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이규승

뜨거웠던 만남이 축제를 향한 기대를 보여줬다면, 이어진 사업 설명은 이 많은 사람들이 왜 한자리에 모였는지를 드러냈다.

장재환 서울문화재단 문화확산본부장은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과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예로 들었다. 공연예술이 도시의 이름과 결합해 그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적 이미지로 자리 잡은 사례다. 반면 수많은 공연장과 예술 단체, 창작자가 모여 있는 서울에는 정작 도시를 대표할 공연예술 브랜드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는 '지원, 그 다음'을 고민했습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문장이었다. 공공 기관이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는 데서 역할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작품이 관객을 만나고 다른 지역과 해외 무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홍보와 유통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어텀페스타가 표방하는 것은 여러 공연과 축제의 이름을 하나의 달력에 모으는 통합 홍보만이 아니다. 창작과 지원, 홍보, 관객 개발, 국내외 유통이 이어지는 공연예술 플랫폼에 가깝다.

올해 축제는 오는 9월 18일부터 11월 29일까지 73일간 서울 전역에서 열린다. 발표에 따르면 2700회가 넘는 공연이 참여하고,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3개 자치구가 함께한다. 세계 25개국 38개 도시의 축제와 극장, 문화예술 관계자도 서울과 연결될 예정이다.

뚝섬에서 대학로, 23개 자치구로

축제의 시작은 오는 9월 18일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리는 개막 행사 '서울, 한강에서 춤을'이다. 서울시무용단을 비롯해 멜랑콜리댄스컴퍼니, 포스, 안성수픽업그룹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러 장르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쇼케이스 형식으로 출발했다면, 올해부터는 해마다 하나의 공연 예술 장르에 집중한다. 올해 무용을 시작으로 연극과 클래식, 음악, 전통 예술 등으로 개막 공연의 중심 장르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개막 이후에는 서울무용제와 서울국제발레축제, 미래연극제 등 민간 공연예술축제와 자치구 문화재단, 서울시 유관기관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신진 예술가들의 무대를 지원하는 '서울커넥트스테이지'와 대학로극장 쿼드의 '연극의 질문들' 등 서울문화재단 기획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올해 특히 강조된 공간은 대학로다. 대학로의 극장과 상인,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공연 전후의 시간까지 축제로 확장한다.

공연 전에는 쇼케이스형 프로그램 '제철연극'을 선보이고 공연 후에는 관객과 예술가가 만나는 애프터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대학로센터 1층에는 실시간 공연 예매 순위와 정보를 확인하고, 관객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 받을 수 있는 통합정보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관객이 공연 한 편을 보고 곧바로 대학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전후에도 거리에 머물며 다른 작품과 공간을 발견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계 대표 기관장들이 서울어텀페스타 추진 방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문화예술계 대표 기관장들이 서울어텀페스타 추진 방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이규승

이건왕 서울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 회장은 서울어텀페스타가 자치구의 공연과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자치구 문화재단은 각 지역에서 공연과 축제를 만들고 있지만,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도 지역 밖으로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각 지역에서 만든 콘텐츠가 로컬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서울어텀페스타라는 플랫폼을 통해 숨통이 트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과 예술가가 지역에 머물지 않고 대학로와 서울 전역, 더 나아가 세계로 나아갈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역 공연을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작품이 다른 자치구와 극장으로 이동하고 국내외 관계자에게 소개돼 다시 공연될 수 있어야 비로소 '플랫폼'이라는 말에 가까워질 수 있다.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파리를 두고 남긴 표현을 빌려 "파리는 날마다 축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어텀페스타의 프로그램을 보니 서울 역시 날마다 축제가 열리는 도시처럼 느껴진다며, 문화 자본이 글로벌 도시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2700개 공연보다 중요한 것

공식 순서가 끝난 뒤에는 네트워킹 시간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원형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명함을 건네고, 자신이 준비하는 공연과 축제를 소개했다. 무대 위에서 한 사람씩 불렸던 이름이 이제는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관계로 이어졌다.

서울어텀페스타는 73일, 2700여 회 공연, 23개 자치구, 25개국 38개 도시라는 큰 숫자를 내세운다. 그러나 축제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숫자의 크기 만은 아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다른 무대로 이동할 수 있는지, 지원 받은 작품이 지원 종료 후에도 관객을 만날 수 있는지, 시민들이 수많은 공연 가운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날 대학로센터를 채운 200여 명의 예술가는 서로 다른 장르와 현장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서울의 가을을 하나의 공연예술 무대로 만들자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수많은 공연을 하나의 이름 아래 모으는 것은 시작이다. 서울어텀페스타가 공연을 나열하는 거대한 행사에 머물지 않고, 예술가와 관객, 자치구와 대학로, 서울과 세계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플랫폼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그 답은 오는 9월, 서울 곳곳의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여 명의 참석자가 대학로센터를 채우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200여 명의 참석자가 대학로센터를 채우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 이규승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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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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