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위대한 스승이고, 숲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 품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배우고, 성장해가는 순간들을 글로 담아 전합니다.
요즘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무엇이 힘든가 물어보면,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글을 쓴다 해도 대부분 일반적으로 쓰는 짧고, 뻔한 표현이 대부분이다. 이유를 살펴보다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온라인에서의 시간은 늘어난 반면, 현실에서 감각적인 경험을 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무언가를 관찰하고, 느끼고, 사유하고, 쓰는 만큼 잘 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쳐오며 나는 세상을 좀 더 깊이, 생생하게 만나는 감각적인 경험이 좋은 글쓰기의 재료가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더욱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과도 연결됨을 지켜보았다. 무엇보다 자연의 생물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각자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나방 날개의 화려한 무늬, 풍뎅이의 단단하고 빛나는 등 껍질, 작은 산까치꽃의 오묘한 푸른색과 온갖 새들의 지저귐 등에 집중하다 보면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에 빠져드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찾는 연습

▲녹음이 짙은 백사실 계곡 ⓒ 이정현
방학식 다음날이었던 지난 주 금요일, 나는 12명의 숲 탐험대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움'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봄부터 수업을 이어온 백사실계곡에 들어서자, 사방에 성능 좋은 오디오를 최대 볼륨으로 틀어 놓은 것처럼 매미 소리가 공간을 자욱하게 메우고 있었다.
"와, 선생님, 풀들이 키가 많이 컸어요!"
장마 기간 동안 훌쩍 자란 풀들과 더욱 진해진 초록잎들이 바람결에 너울 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불어난 계곡물도 콸콸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흐르며 더위를 씻어주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먼저 읽어주었다.
밀야 프라흐만이 지은 <뷰티풀>이라는 그림책에서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넌 무엇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제서야 아이는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뭐지? 아름답다는 건 대체 뭘까? 무엇을 아름답다고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주변의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한다. 교사의 질문이 아이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 것이다. 그림책을 읽고서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름다움이 뭘까요?"
아이들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알 수는 없어도, 이 질문을 품고 숲을 관찰해볼 거예요."
나는 이어서 안드레아 파로토의 <어떤 날은>이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너무 바빠서 아름다운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날들.
그저 핸드폰을 보는 데 너무나 몰두하는 날들.
잠시 눈을 돌리면 될 텐데.
아주 잠깐만이라도.
그림책에서는 우리가 아름다움을 보기 힘든 이유와 잠시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속도를 줄이고,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이에 더해 나태주 시인의 <풀꽃1>이라는 유명한 시처럼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더 자세히, 더 오래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를 위해 나는 '3분 관찰 기록법' 활동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숲 속에서 만난 한 가지 대상을 3분 동안 바라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것들이 보이는지 적어보는 활동이었다. 처음에는 겉으로 보이는 전체적인 모양이나 색부터 시작해서, 점점 자세하게 관찰하며 작은 움직임이나 변화 새롭게 발견한 것과 아름다운 부분들을 글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3분 관찰을 마치면 이에 더해 관찰 대상을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 맡기도 하고, 관찰 대상과 닮은 것을 떠올리며 비유로도 표현해보자고 했다.

▲아이들의 기록물 ⓒ 이정현
민달팽이를 관찰한 자림이는 "기다랗고 눈이 튀어나와 있다. 몸에 주름이 있다. 눈이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귀엽다" 등의 기록을 했고, 개망초를 관찰한 연제는 "계란 후라이가 된 개망초는 점박이 무당벌레의 식사"라는 상상력이 가득한 표현을 남겼다. 애기똥풀을 관찰한 가람이는 4개의 꽃잎이 바람에 따라 움직일 때 나는 향기도 맡아보고, 말랑 하고 촉촉한 꽃과 꽃잎의 느낌도 기록하였다.
이 외에도 매미, 나무, 고사리, 나비, 버섯 등 다양한 생명들이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담기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초록빛이 가득한 숲 속에서 흩어져서 여러 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활동을 마치고, 서로의 기록물들을 함께 나누고 나서 내려가는 길. 절 앞쪽에 출입이 가능한 계곡이 있어 아이들에게 "잠시 발이라도 담그고 갈까?"라고 했더니 너무 좋다고 했다. 순식간에 넓은 바위는 미끄럼틀이 되었고,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선생님, 너무 좋아요!"
"진짜 시원해요."
"선생님도 어서 들어오세요."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내가 준비한 수업보다 더 재미있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이처럼 아이들과 한여름의 숲을 더 깊이 만나며 나는 신현림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
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비탈길을 올라가는
늙은이가 아름답다
돋는 해를 향해 활짝 옷을 벗는
나팔꽃이 아름답고
햇빛이 싫어 굴속에 숨죽이는 박쥐가 아름답다
붉은 노을 동무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마음에서 시를 되새기며 나는 바라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세히 오래 바라보는 눈과 마음속에서 그 아름다움이 자라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그리하여 나와 아이들과 우리 모두가 아름다움 안에 걷기를.

▲숲탐험대 ⓒ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