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이 청주 청원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지난 27일 새벽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가 개원 초기부터 일부 의원들의 잇따른 일탈과 비위 행위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의혹부터 술에 취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행태, 선거 과정에서의 공천 공작 의혹에 노골적인 이해충돌까지 겹치면서 지방의원들의 자질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주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지역 정치인들이 오히려 공정성을 훼손하는 존재로 전락하면서, 이러한 부적격 인사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여야 정당의 부실한 공천 시스템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부터 주취 난동까지... 도 넘은 일탈
충북 청주에서는 현직 기초의원이 아동·청소년 성범죄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국민의힘 소속 최영중 청주시의원이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중학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고 성 착취물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만 16세 미만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는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한 지역 언론과의 통화에서 "성매매는 아니었으며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재판 판결이 난 것도 아니고 억울한 부분이 있다"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충북여성연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경제력과 정보, 권력의 차이를 이용한 명백한 성 착취 범죄"라며 "국민의힘은 부적격 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파문이 확산하자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최 의원에 대한 제명을 신속히 의결했습니다.
강원 춘천에서는 3선 중진 시의원이 술에 취해 관공서에서 행패를 부려 입건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지숙 춘천시의원은 택시 요금 미지불 문제로 기사와 함께 후평지구대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주취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김 의원의 이러한 일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 의원은 불과 4개월 전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로부터 '재발 방지 주의' 권고를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반성하고 있으며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의당 강원도당은 "관공서 주취 소란은 공권력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라며 "후보 검증과 소속 의원 관리의 책임 또한 정당에 있는 만큼 김 의원을 세 차례 공천한 민주당은 이 사안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덕성 불감증과 이해충돌
지방의원들의 윤리 의식 부재는 노골적인 '이해충돌'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시의회에서는 전임 시장의 가까운 친인척이 특정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 강행을 요구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조병제 부산시의원은 박형준 전 부산시장의 처조카로, 현재 부산시 문화 사업을 다루는 행정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지난 22일 부산시 문화국 보고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의 핵심 추진 과제였던 '퐁피두 미술관 분관 유치' 사업 강행을 주장했습니다.
조 의원은 "(퐁피두 부산 분관은) 부산 시민의 66%가 원했던 사업"이라며 "어차피 전임 시의회에서 이걸 하기로 했고 시의회 입장도 있으니 국장님께서 신경 쓰셔서 잘 처리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익 감사까지 청구된 전임 시정의 쟁점 사업을, 다름 아닌 전임 시장의 친인척이 소관 상임위에서 앞장서 방어하는 촌극이 벌어진 셈입니다. 이에 대해 이성한 건강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조 의원을 향해 "과거 논란이 됐던 조현화랑 대표 조현씨의 조카이자, 엘시티 고가 미술품 설치 당시 문제가 됐던 아들 회사에 이사로 등재됐던 인물"이라며 "명백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조 의원은 "전임 시장이 현직이 아닌 이상 상임위 활동에 문제가 없고, 부산에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가 필요해 관련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친인척 관계가 상임위 제척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옹호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눈높이에서 공정성에 대한 최소한의 우려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꼬리 자르기 아닌 공천 시스템 개혁해야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대의 기구입니다. 하지만 성범죄 의혹부터 상습적인 주취 난동, 낯뜨거운 친인척 사업 챙기기까지 이어지는 작금의 사태는 지방의회를 향한 시민들의 남은 신뢰마저 철저히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후보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당의 허술하고 탁한 공천 시스템이 지목됩니다. 더구나 최근 부적격자를 엄격히 걸러내야 할 공천 과정이 오히려 정치 공작의 도구로 악용된 충격적인 사례마저 드러났습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부산 사상구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 구청장 후보와 당 관계자가 공모해 경쟁자들을 탈락시키기 위한 '허위 투서'를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당시 부산시당에 접수된 이른바 '사상구 파일'에는 특정 출마 예정자들의 사생활과 비위 의혹이 담겼고, 실제로 해당 제보에 등장한 4명 중 3명이 공천 1차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이 의혹은 당시 구청장 후보와 시당 관계자가 "이 그림을 만들어서 공관위원들 머릿속에 넣어주면 결정이 돼 버린다"라고 모의하는 통화 녹취를 <부산MBC>가 29일 단독으로 공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전직 구의원은 "자기들 사람을 심기 위해 허위 제보를 컷오프용으로 올린 것으로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결국 득표와 당선, '내 사람 심기'만을 최우선으로 삼아 도덕성 검증을 팽개친 거대 양당의 뼈아픈 실책이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셈입니다. 여야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명이나 징계 등 꼬리 자르기식 미봉책으로 상황을 무마할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엄격히 검증할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원점에서 전면 개혁해야 합니다. 정당이 스스로 자정 능력을 증명하고 공천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의 매서운 심판은 비위 당사자를 넘어 당 전체를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