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로에서 시민들이 강한 햇볕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살에 도심이 역광으로 물들어 있다. ⓒ 연합뉴스
지난 글에서는 "
폭염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만들어진다"(https://omn.kr/2j1n6)고 이야기했다.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보다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국토의 상태가 폭염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왜 우리 국토는 점점 더 뜨거워졌을까?
일기예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폭염의 원인을 북태평양고기압이나 티베트고기압, 열돔과 같은 기상현상에서 찾는다. 물론 모두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같은 태양 아래에서도 어떤 지역은 더 뜨겁고, 어떤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뜨겁다. 차이는 하늘보다 땅에 있다.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의 양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그 에너지가 어디에 쓰이느냐다. 예전에는 논과 숲, 습지와 흙이 빗물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에 태양에너지는 물을 증발시키는 데 사용됐다. 물이 증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열을 하늘로 가져갔고, 국토는 자연스럽게 식었다. 국토 전체가 거대한 자연의 에어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논은 해마다 줄어들고, 산은 벌채와 임도 개설로 물을 오래 머금지 못한다. 도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덮이면서 빗물을 가능한 한 빨리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구조가 되었다.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물이 사라지자 태양에너지는 더 이상 증발에 사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지표와 공기를 달군다. 우리는 자연의 에어컨을 없애고 그 자리에 거대한 불판을 만든 것이다.
불판은 뜨거워서가 아니라 열을 오래 품기 때문에 문제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를 걸어보면 발바닥에서 열기가 치솟는다. 낮 동안 햇빛을 받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태양이 진 뒤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낮에 저장한 열을 밤새 다시 내보내기 때문이다. 열대야가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물은 다르다. 물은 태양에너지를 받으면 먼저 증발하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열을 함께 가져간다. 숲과 논이 많은 곳이 상대적으로 시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는 열을 저장하고, 다른 하나는 열을 하늘로 돌려보낸다. 이것이 불판과 자연의 가장 큰 차이다.
폭염 뉴스는 흥미로운 장면을 반복한다. 기사에서는 고기압과 열돔을 설명하지만 사진은 대부분 도로 살수차, 청계천, 계곡, 분수와 같은 물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있으면 시원하고, 물이 사라지면 뜨거워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원리를 개인의 피서법으로만 사용할 뿐, 국토를 식히는 정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살수차는 하루 동안 도로를 식힐 수 있지만, 빗물을 머금는 국토는 여름 내내 스스로를 식힌다.
우리는 개발을 추진하면서 경제 장부를 꼼꼼히 계산했다. 논에서는 쌀 생산량을 계산했고, 산에서는 목재 생산량을 계산했으며, 도시에서는 토지가치와 개발이익을 계산했다. 그러나 아무도 계산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 땅이 저장하던 물의 가치와 그 물이 빼앗아 가던 열의 가치다.
자연은 인간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다. 계산하지 않은 물 장부와 열 장부는 언젠가 반드시 결산된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폭염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불판을 다시 자연의 에어컨으로
폭염을 줄이는 방법은 더 강한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 자체를 다시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논은 식량 생산지인 동시에 국토를 식히는 냉방장치이고, 숲은 목재 생산지인 동시에 거대한 증발냉각 시스템이다. 도시 역시 빗물을 버리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토를 불판으로 만든 것도 사람이다. 다시 자연의 에어컨으로 되돌리는 것도 사람이다. 폭염은 태양이 만든 재난이 아니다. 태양에너지를 잘못 사용하도록 바뀐 국토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다음 글에서는 왜 우리의 법과 제도는 폭염을 '피하는 정책'에는 익숙하면서도 국토를 '식히는 정책'은 만들지 못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기후위기 시대라고 하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부터 떠올린다. 더 강력한 에어컨, 더 정교한 예보, 더 비싼 냉방시설을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은 훨씬 단순한 원리로 수억 년 동안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 왔다. 바로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가져가는 원리이다.
이 연재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복잡한 기술보다 먼저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다. 태양은 바꿀 수 없지만, 태양에너지가 어디에 쓰이게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빗물을 오래 머물게 하면 에너지는 증발에 쓰이고, 빗물을 빨리 버리면 에너지는 국토를 달군다. 폭염을 이해하는 열쇠는 첨단기술보다 이 단순한 자연의 법칙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왜 우리의 법과 제도는 폭염을 '피하는 정책'에는 익숙하면서도 국토를 '식히는 정책'은 만들지 못했는지, 그리고 물순환을 회복하는 정책으로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