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소니 픽쳐스
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초심을 묻는다. 2016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아래 MCU) 합류 이후 세 편의 단독 영화가 어벤져스와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성장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그를 다시 뉴욕의 거리로 돌려보냈다. 일종의 향수를 자극할 만하다.
그 향수는 미국 뉴욕, 마천루를 활보하는 웹스윙, 그리고 외로운 소시민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십 대에 우주 전쟁까지 치르며 혹독한 성장기를 보낸 피터는 이제 성인의 문턱에 섰다. 참전 후 질풍노도의 삶을 살던 모습이 네 번째 시리즈에 담겨있는 것. 영화는 친구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운 이후를 다룬다.
'브랜드 뉴 데이'라는 부제처럼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피터 파커는 뉴욕 경찰과 협력하며 도심 곳곳의 범죄 사건을 해결한다. 연인이었던 엠제이(젠데이아)와 네드(제이컵 배덜런)를 스쳐 지나가며 홀로 추억을 곱씹던 피터가 외로움에 익숙해질 무렵,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가 나타난다.
크게 보면 스파이더맨이 진 그레이와 맞대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대결 과정이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박진감 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가 더 집중하는 건 승부의 결과보다 상실을 겪은 인물들이 다시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이는 역대 스파이더맨을 관통해 온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명제와 맞닿는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2002)에서 벤 삼촌이 피터에게, 그리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메이 숙모가 피터에게 한 말이다.
팬들의 예측 대부분 맞아떨어져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소니 픽쳐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는 개봉 전 이번 작품을 두고, "피터가 홀로 뉴욕을 지키는 제대로 된 스파이더맨의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예고한 변화는 비교적 선명하게 구현됐다. 아이언맨의 장비와 어벤져스의 지원은 사라졌고, 피터는 직접 만든 슈트를 입은 채 뉴욕의 강도와 범죄 조직을 상대한다. 액션의 규모는 줄었지만, 스파이더맨의 상징인 뉴욕 도심 웹스윙(거미줄을 이용한 활공) 장면이 대거 등장하며, 메이 숙모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피터의 내면 갈등도 묘사됐다.
개봉 전 팬들의 여러 추측은 절반 이상 현실이 됐다. 공식 발표됐던 퍼니셔(존 번탈)와 헐크, 스콜피온(마이클 맨도) 등은 실제로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반면 크리스 에반스의 출연설은 빗나갔다. 끝까지 보안이 유지됐던 세이디 싱크의 캐릭터가 진 그레이라는 것 또한 팬들의 예측대로였다.
러닝타임 144분으로 제법 긴 편이지만, 기억을 잃은 엠제이를 향한 피터 파커의 순애보와 언니를 잃고 방황하는 진 그레이의 서사 등이 더해졌다. 여러 인물의 상실을 하나의 정서로 묶으면서 감정적 밀도를 높인다는 선택인데 관객에 따라 이 구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는 있다. 액션 또한 전작에 비해 평이한 편이지만, 헐크로 변신한 브루스 배너와 스파이더맨의 대결, 그리고 붉은 옷의 닌자 그룹 '핸드'와의 결투 장면은 영화에서 손꼽을 명장면으로 남을 법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둠스데이>로 향하는 관문 중 하나다. 또한 진 그레이가 등장함으로써 마블 코믹스의 인기 콘텐츠인 엑스맨 시리즈와 세계관을 더욱 면밀하게 공유하게 됐다.
이번 작품은 제작 단계부터 CJ 4D플렉스와 협업해 스크린X 장면을 설계했다. 일반적인 정면·좌우뿐만 아니라 천장까지 활용하는 특수 상영도 일부 국내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수직 이동이 많은 웹스윙과 고층 액션에서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톰 홀랜드 주연의 앞선 세 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국내에서 약 2280만 명을 동원했다. 꾸준했던 이 시리즈가 이번에도 흥행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그 전망은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