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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 동네 가로수가 어느 날 갑자기 그루터기만 남긴 채 사라진 모습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그때마다 '대체 왜 베어진 걸까, 언제 누가 결정했을까?' 의문이 들지만 정작 이유를 알기란 어렵습니다.

2025년부터 우리 동네 가로수에 벌어지는 일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2026년,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가로수를 어떻게 관리하겠다고 계획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은 시민 25명과 함께 '2026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분석했습니다.

 2026년 6월 13일, 서울환경연합은 시민 25명과 함께 서울시 25개 자치구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분석했다. 모니터링에서는 식재, 가지치기, 병해충 관리 등 구청이 추진하는 사업별로 육하원칙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사업 기간은 언제이고, 어떤 노선의 어떤 나무를 대상으로 하는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근거가 무엇이며 사업 시행 후 사후관리 계획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2026년 6월 13일, 서울환경연합은 시민 25명과 함께 서울시 25개 자치구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분석했다. 모니터링에서는 식재, 가지치기, 병해충 관리 등 구청이 추진하는 사업별로 육하원칙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사업 기간은 언제이고, 어떤 노선의 어떤 나무를 대상으로 하는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근거가 무엇이며 사업 시행 후 사후관리 계획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 서울환경연합

반가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정법 시행 첫 해인 2025년에는 가로수 계획서를 구청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거나, 있더라도 3~11페이지 요약본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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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6년에는 모든 자치구가 3월 이내에 홈페이지에 계획서를 고시하고, 임의로 요약한 문서가 아니라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에 제출한 것과 동일한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주민이 계획의 전체 내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입니다.

이처럼 전반적인 공개 수준은 지난해에 비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자치구별로 격차가 보였습니다. 25개 자치구 평가 결과 1위는 은평구, 25위는 서초구였으며 두 자치구 간 점수 차이는 22점에 달했습니다. 두 자치구의 결과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사업 근거'였습니다.

은평구는 신규식재, 바꿔심기·메워심기, 가지치기 사업에 있어서 사업 근거가 '대체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서초구는 세 사업 모두 계획에서 사업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은평구는 한 노선에 띠 녹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에서 "해당 대상지는 OO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로 보행 공간과 차도를 분리하여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짧지만,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반면 서초구는 사업 대상과 추진 내용 등 계획 자체는 제시했지만,'사업 필요성 및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시민참여 확대 등 민관협력 강화 분야에서도 은평구는 주민과 가로수를 함께 관리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나, 서초구는 제출 자료에 시민참여 관련 계획이 별도로 제시되지 않아 해당 항목에서 평가 가능한 내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각각 은평구와 서초구가 수립한 띠녹지 조성계획 중 일부를 갈무리했다. 은평구는 사업근거가 있는 한편 서초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각각 은평구와 서초구가 수립한 띠녹지 조성계획 중 일부를 갈무리했다. 은평구는 사업근거가 있는 한편 서초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서울환경연합

 2026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 결과, 25개 자치구의 총점과 순위가 기록되어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 및 점수 산정 방식은 서울환경연합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 결과, 25개 자치구의 총점과 순위가 기록되어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 및 점수 산정 방식은 서울환경연합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서울환경연합

여전히 아쉬운 대목도 있었습니다. 각 사업 이후 어떻게 사후관리할 것인지 계획을 제시한 자치구가 한 곳도 없었던 것입니다. 일부 구청은 가지치기 사업에 '수형 회복 계획'을 수록하긴 했지만, 원론적인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옮겨 적은 자료에 가까웠습니다.

 모 자치구의 연차별 가로수 계획에서 갈무리한 수형 회복 계획 이미지. 실질적인 계획이라기보다 원론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모 자치구의 연차별 가로수 계획에서 갈무리한 수형 회복 계획 이미지. 실질적인 계획이라기보다 원론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 서울환경연합

주민은 여전히 봉사자일 뿐, 정책 결정에서는 배제된다

이번 연차별 가로수 계획에서 시민참여 계획을 수립한 자치구는 21곳이었습니다. 작년에 계획을 제시한 곳이 한 곳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개선된 결과이지만, 대부분 프로그램이 물주기, 잡초 뽑기, 쓰레기 수거 등 단순 일회성 봉사활동인 '나무 돌보미' 사업에 치중되어 있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 '이 나무를 베는 것이 맞는가?' 등 한 해 가로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묻는 자치구는 여전히 한 곳도 없었습니다. 동대문·용산·은평구 세 곳에서 '가로수 정책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적어두었지만, 구체적 운영 절차 없이 한 문장의 포괄적 문구만 적혀있어 실질적 계획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 주민은 구청에 보내는 의견란에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너무 단편적입니다. 주민들과 연계해서 가로수를 관리할 방안을 의논해주세요."

 2026 연차별 가로수 계획 중 시민참여 계획을 포함한 자치구 21곳이 제시한 계획
2026 연차별 가로수 계획 중 시민참여 계획을 포함한 자치구 21곳이 제시한 계획 ⓒ 서울환경연합

속수무책으로 베어지는 은행 암나무, 의견 수렴 다시 해야

이번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최소 792그루의 은행 암나무를 베어내려 한 계획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수백 그루를 제거하는 사업임에도 구체적인 부후·위험성 진단이나 대안 검토 없이 '민원 해결', '보행 경관 개선', '시민 불편 해소' 등 모호한 사유만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해충도 없고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어 볼거리까지 주는데 고작 은행 열매 때문에 잘라야 한다니", "장점이 많은 나무를 굳이 냄새 원인 때문에 없애버리는 건 안 된다" 등 의견이 나오는 등 기존의 불편 민원과는 다른 시민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동대문구 무학로 은행나무 61그루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한 주민이 동네 커뮤니티(당근)를 통해 직접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3명 중 61명이 '나무를 베기보다 열매 수거와 가지치기로 관리하자'라며 제거에 반대했습니다. 구청이 말하는 '민원'이 반드시 동네 주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은행 암나무를 베는 계획을 알게 된 주민이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설문조사 결과. 81명 중 61명이 '나무를 베기보다 수거망 설치나 가지치기로 관리하자'고 응답했다
은행 암나무를 베는 계획을 알게 된 주민이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설문조사 결과. 81명 중 61명이 '나무를 베기보다 수거망 설치나 가지치기로 관리하자'고 응답했다 ⓒ 서울환경연합

2018년 4월 10일 보도된 <시사IN> 기사 '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는 서울시 다산콜센터가 접수한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원은 '빠르고 직관적인 문제'를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 하지만 '느리고 복잡한 문제'는 잘 보여주지 못한다. 삶에서 중요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대부분 느리고 복잡하다. 소분류 기준 출산·육아 민원은 3년 총합 3277건이다. 불법 주정차 문제(3년간 143만 건)에 비해 0.2% 수준이다. 그렇다고 출산·육아 문제가 불법 주정차 문제의 0.2%만큼만 중요할 리 없다."

은행 암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가는 나무를 베는 결정을 "빠르고 직관적인 문제를 잘 보여주는" 민원을 근거로 내려서는 안 됩니다. 비록 민원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뜨거운 여름에 그늘이 되어주는 오래된 나무에 고마워하며 가을 한 철의 성가심은 기꺼이 참겠다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이제는 은행 암나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주민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들어볼 때가 되었습니다.

도로나 철도 사업으로 사라지는 나무들은 왜 가로수 계획에 없는가

한편 현재 가로수 계획에는 도로, 철도, 재개발 등 다양한 공공개발사업에서 가로수를 베거나 옮겨심는 일은 담기지 않고 있다는 제도적 공백이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국회대로 도로다이어트 사업으로 은행나무 26그루가 베어진 것과 5월 여의도에 GTX-B 출구가 신설되며 수목 제거가 추진된 사례 모두 올해 영등포구 연차별 가로수 계획에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회대로 도로다이어트 조성공사는 2022년부터 추진되어 왔고, 심지어 이 사업으로 베어지는 가로수가 도합 270여 그루에 달하는데도 가로수 계획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 가로수 담당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2026년 3월 국회대로 도로다이어트 사업에서 은행나무 26그루를 베어낸 현장. 현수막에는 "은행나무 열매 악취 민원으로 인한 수목교체 예정입니다."라고 적혀있다.
2026년 3월 국회대로 도로다이어트 사업에서 은행나무 26그루를 베어낸 현장. 현수막에는 "은행나무 열매 악취 민원으로 인한 수목교체 예정입니다."라고 적혀있다. ⓒ 서울환경연합

시민으로서는 똑같은 가로수인데 어떤 가로수 사업은 연차별 가로수 계획에서 확인하고 다른 가로수 사업은 '서울시 건설알림이'나 '나라장터'에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미리 확인하기 어려운 계획일수록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습니다. 가로수 계획에 빠진 나무들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살피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가로수 계획과 도시개발사업을 연계·통합하여, 사업 시행 주체와 상관없이 구청과 협의를 완료한 사업 중 당해 실시하는 사업은 연차별 가로수 계획에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가로수 계획이 이미 세워진 이후에 나무를 제거하기로 결정되면 변경 공표를 해서 주민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거버넌스가 나무도 살리고 구청 담당자도 살린다

서울환경연합 사무실로 '지금 나무가 베어지고 있으니 막아달라'는 전화가 종종 걸려옵니다. 꼭 이렇게 환경단체까지 연락하는 주민이 아니더라도 나무가 갑자기 사라지고 익숙한 동네 풍경이 황량하게 변한 모습에 조용히 홀로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주민 제보를 받고 구청 담당자에게 사태를 문의하면, 담당자 역시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열매에서 냄새난다고 하루에 30건 이상 전화가 옵니다. 여름에 태풍 불어 나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담당자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위험한 조짐이 있으면 나무를 베야 하지만, 이럴 때마다 주무관들도 '손을 덜덜 떨면서 결정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거버넌스가 오히려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나 공무원 개인을 향하는 민원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환경연합이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모니터링에 참여한 몇몇 주민들은 "생각보다는 계획이 구체적이어서 놀랐다"라거나 "구청에서 시민들과 가로수를 위해 구체적으로 수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행정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연차별 가로수 계획은 현재로서 주민들이 동네 나무에 벌어질 일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계획서에 사업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전에 의견을 받는 등 주민이 가로수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넓혀간다면, '대체 멀쩡한 나무를 왜 베는 거야?' 불신하는 주민보다 '구청이 가로수를 잘 돌보고 있다'라고 신뢰하는 주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번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이 미약하게나마 그 시작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2026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는 서울환경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 참여자가 자치구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 참여자가 자치구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서울환경연합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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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조해민 기자입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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