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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토가 다르면 농법도 다르다'(농사직설, 1429년). 한국 날씨와 토질에 맞춰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안내합니다.
 폭염을 피해 새벽과 저녁에만 밭일을 합니다. 밭에서 매일 해돋이를 보는 것은 여름 농사의 작은 재미입니다.
폭염을 피해 새벽과 저녁에만 밭일을 합니다. 밭에서 매일 해돋이를 보는 것은 여름 농사의 작은 재미입니다. ⓒ 조계환

농장 온도계가 37도를 찍었습니다. 농사 짓기 시작한 이후 가장 더운 날씨입니다. 폭염이 계속 되고 비는 안 오네요. 관수시설이 없는 밭작물에 물주는 게 어려워서 고압분무기를 구입했습니다. 새벽과 저녁에만 일을 하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희 농장 채소꾸러미 받는 분들이 격려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이웃들이 더운데 힘내자며 서로를 응원합니다.

폭염이 절정인 8월, 고추도 따야 하고, 토마토도 막바지 수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텃밭 농사의 하이라이트인 김장 배추 농사가 시작됩니다. 배추는 유기농 농사짓기 난이도가 가장 높은 작물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수확의 기쁨이 크고 재미있으니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답니다.

[고추] 줄기를 옆으로 잘 유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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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익는 대로 바로 수확합니다. 그래야 다음 고추가 자랍니다. 비가 많이 오면 탄저병 같은 세균성 병이 옵니다. 구리와 황 등으로 만든 유기농 살균제를 비가 그친 다음에 뿌려주면 방제가 됩니다.

고추 구멍이 뚫리는 것은 계속 BT균으로 방제를 하고, 진딧물이 남아 있다면 백강균이나 난황유 등을 뿌려줍니다. 유기농 방제할 때는 아무리 병충해가 들끓어도 최소 3일 간격은 두어야 합니다. 미생물 살충제는 3일 정도 지나야 활동을 제대로 시작할 때도 있습니다. 1, 2일 간격으로 뿌리면 기존에 뿌린 미생물을 다시 씻어내게 됩니다.

 고추는 줄기를 옆으로 늘어뜨려야 열매가 많이 달립니다.
고추는 줄기를 옆으로 늘어뜨려야 열매가 많이 달립니다. ⓒ 조계환

고추 줄기가 한창 자라서 유인을 하는 시기입니다. 고추 줄기를 꽁꽁 묶어 놓으면 보기에는 야무지고 깔끔해 보일지 몰라도 열매가 덜 열립니다. 고추는 나무가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는데, 옆으로 늘어뜨리면 올라가는 기운이 멈추고 열매가 많이 달립니다. 혹시 이미 줄기를 꽁꽁 묶었다면, 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 줄기를 옆으로 늘어뜨려 주세요. 가지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줄을 잡아주면 됩니다.

[토마토] 수확 후 해야할 일

봄에 심은 토마토는 보통 8월까지 수확하면 끝납니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더 일찍 정리되고요. 지금은 수확한 토마토 화방 밑으로 두 개 정도만 잎을 남겨 놓고, 아래 잎들을 쳐 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에 토마토가 조금이라도 더 큽니다.

 폭염이라도 물을 절제하며 줘야 합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토마토가 갈라지고 너무 적게 주면 잎이 마릅니다.
폭염이라도 물을 절제하며 줘야 합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토마토가 갈라지고 너무 적게 주면 잎이 마릅니다. ⓒ 조계환

폭염에 전체적으로 잎 상태가 안 좋다면 곁순의 꽃 부위만 잘라내고 잎은 남겨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아래 잎을 쳐 낼 때는 전체적으로 생생한 잎을 12개 정도는 남겨주어야 토마토가 계속 달립니다. 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토마토가 달아지기는 하지만, 잎이 다 말라버려서 수명이 줄어듭니다. 잎 상태를 봐가면서 물을 절제해서 줍니다.

[배추] 처음부터 유기농 토양 살충제로 방제 하기

8월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김장 배추 농사법입니다. 김장 배추는 작년보다 아주 심기 날짜를 2~3일 조정해야 합니다. 저희는 지난해에 8월 25일에 배추를 심었는데 올해는 8월 27일 정도에 심으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너무 더워져서 초기에 뿌리를 내리게 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파종은 아주 심기 3주 전에 합니다. 가을 작물은 뿌리를 크게 키워야 합니다. 봄 가을에는 128구 트레이도 괜찮지만, 여름에는 105 트레이에 파종 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장 배추는 자라면서 벌레 공격으로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한 양의 50% 정도 더 파종 합니다.

 김장 배추 모종은 크게 키워야 합니다. 심기 전 후로 물을 많이 줍니다.
김장 배추 모종은 크게 키워야 합니다. 심기 전 후로 물을 많이 줍니다. ⓒ 조계환

배추 모종은 한랭사를 씌우고 키웁니다. 폭염일 때는 하루에 두어번 씩 물을 줘서 말라 죽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아주 심기 1주일 전부터 유박액비를 1000배 정도 희석해서 주면 더 크게 자랍니다.

두둑을 만들 때는 질소 과다를 조심해야 합니다. 퇴비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배추가 잘 자라는 듯 하다가 병충해 공격에 픽픽 쓰려져서 죽습니다.

완전히 발효된 유기농 축분퇴비를 주로 사용하고, 유박퇴비는 아주 소량만 사용합니다. 축분퇴비를 100평에 15포 뿌렸다면 유박퇴비는 1포만 사용합니다. 배추가 조금 자란 후에 사이사이에 구멍을 파고 유박퇴비를 넣어주면 배추가 더 크게 자랍니다.

두둑 만들 때부터 나방유충과 진딧물을 동시에 잡는 미생물로 된 유기농 토양 살충제를 뿌리고 심는 것이 좋습니다. 배추 심기 최소 2주 전에는 두둑을 만들어 놓습니다.

아주 심기 전에 미생물 살충제를 모종에 흠뻑 뿌려주거나, 넓적한 물통에 미생물 살충제를 물에 풀어서 모종을 담가 놓았다가 심으면 좋습니다. 초기에 나방유충이 생장점을 잘라 먹는 것을 방제할 수 있습니다.

 김장 배추 심을 두둑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김장 배추 심을 두둑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 조계환

관수시설을 잘 갖춰 놓아야 합니다. 물이 없으면 폭염에 배추를 살려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2주 정도는 배추가 말라 죽지 않도록 계속 물을 줘야 합니다.

미리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45~50cm 간격이 좋습니다. 가을 배추는 방제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줄 재배가 좋고, 두 줄로 하더라도 지그재그로 심어서 방제를 양쪽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랭사를 씌우면 좋은데, 씌우고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100평 이하면 한랭사를 씌워서 관리하는 게 편합니다. 아주 심기 하자마자 한랭사를 씌우고 틈이 없나 꼼꼼히 살펴서 나방이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씌우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벗겨주어야 합니다. 초기 나방 방제 용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랭사를 제때 안 벗기면 통풍이 안 돼서 양배추흰가루진딧물이 크게 번지기 쉽습니다.

100평 이상이면 한랭사를 씌우고 벗기는 일이 너무 큰 일입니다. 어딘가 구멍이 나서 나방이 들어가도 잘 모르고 넘어가기 쉽고요. 한랭사를 씌우는 대신에 안정적인 방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3~4일에 한 번씩 방제를 합니다.

김장 배추에 오는 병충해와 피해, 유기농 자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장배추에 오는 병충해와 피해, 유기농 방제법
김장배추에 오는 병충해와 피해, 유기농 방제법 ⓒ 조계환

배추에는 톡톡이, 나방유충, 양배추가루진딧물, 무름병 등이 주요 병충해입니다. 아주 심기 후 초기에는 나방유충이 극성을 부립니다. 배추가 조금 크기 시작하면 양배추가루진딧물이 찾아옵니다. 비가 오면 무름병이 옵니다. 공식처럼 이 세 가지 큰 병충해가 있는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나방유충은 BT균, 진딧물은 백강균이 좋습니다. 이 두가지 미생물을 섞어 놓은 유기농 살충제도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초기에는 내성이 잘 안 생기는 미생물로 방제하고, 중간에 벌레가 심해지면 고삼이나, 데리스, 제충국, 님오일 등 식물 추출물 유기농 살충제를 난각 칼슘, 바닷물과 함께 뿌려주면 좋습니다.

고추처럼 비가 온 후에는 구리와 황으로 만든 유기농 살균제를 뿌려줍니다. 미생물 살충제나 유기농 살균제는 가격이 식물 추출물에 비해 저렴합니다.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리미리 방제 해서 병충해가 들어올 틈을 없애야 합니다.

유기농자재는 화학 농약처럼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예방 위주로 합니다. 가을 배추는 초기에는 3~4일 간격, 중반 이후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면 됩니다. 미생물과 살균제는 함께 사용하면 미생물이 죽습니다. 약병 뒤쪽에 혼용 가능 여부를 잘 확인하고 방제를 해야 합니다.

무, 고구마, 오이

이밖에 무는 지역에 따라 8월 15일부터 30일까지 심습니다. 한랭사를 안 씌워도 초기에 나방유충과 진딧물 방제만 몇 번 하면 대체로 잘 자랍니다. 배추에 비하면 쉽습니다.

 고구마는 줄기가 너무 많이 자랐다 싶으면 순을 조금 쳐줍니다.
고구마는 줄기가 너무 많이 자랐다 싶으면 순을 조금 쳐줍니다. ⓒ 조계환

고구마는 줄기가 너무 많이 자랐다 싶으면 줄기를 30% 정도 친다고 생각하고 정리해서 고구마 순을 수확해 먹습니다. 순치기는 8월 중순까지만 합니다. 잎만 너무 무성하게 자라면 고구마가 덜 큽니다.

밭에 빈 땅이 생겼다면 멧돌호박을 심어 호박잎을 따 먹으면 좋습니다. 잘 자랍니다.

오이는 물 주는 게 중요합니다. 잎에 모자이크 병이 오거나 잎이 마르면 영양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추가로 유박퇴비를 사이사이에 넣어주고 물을 줍니다. 석회 유황을 잎에 뿌려주면 흰가루병이나 곰팡이병이 예방됩니다. 8월 중순까지 아주심기 하면 가을 오이도 수확할 수 있습니다. 8월 초가 모종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파종 시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8월 농사가 참 힘들어졌습니다. 폭염이나 가뭄, 폭우, 태풍 때문에 농사 짓기 가장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인 만큼 이를 극복하며 농사 짓는 재미도 쏠쏠 합니다. 자기 전에 하루 농사 일과를 영농 일지에 정리하고, 이전 기록을 참고하며 내일은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계획하다 보면 새록새록 힘이 납니다.

2022년 처음 찾아온 이후 유기농사를 배우러 벌써 몇 번이나 농장에 온 적 있는 캐나다 봉사자 친구가 올해는 8월 중순에 오겠다고 예약을 했습니다. 8월은 정말 덥고 농사 짓기 힘든데, 굳이 왜 이럴 때 오고 싶냐고 물으니까 "힘든 거 알지만 김장 배추 심고, 키우고, 김장까지 담그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요"라고 합니다.

적당한 고생은 삶에 활력을 넣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폭염에 땀이 줄줄 흐르더라도, 함께 농사 짓는 사람들과 모두 행복한 8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기농텃밭길잡이#유기농텃밭농사#8월농사#유기농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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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기농 텃밭 길잡이

'백화골 푸른밥상' 농부. 유기농 제철꾸러미 농사를 지으며 흙과 함께 살아가는 전업 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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