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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덥다는 말이 자연스러운 요즘입니다. 더위와 함께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실내 온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오후 세 시 이전엔 29도를 유지 중인 우리 집입니다.
실내 온도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오후 세 시 이전엔 29도를 유지 중인 우리 집입니다. ⓒ 황윤옥

7월 말,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열기는 뜨겁다 못해 이글이글 불타오로는 중이다. 27일은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였는데, 그나마 28일엔 33도였으니 전날보다 무려 5도나 낮았다. 요즘 오후 2시경이 되면 어김없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대구시에서 보내오는 안전안내문자다.

[안전안내문자] 대구 전 지역 폭염 경보 발효 중. 낮 시간대는 밭, 건설 현장 등 야외 활동 자제. 폭염 안전 수칙(물, 그늘, 휴식) 준수 등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방송에서도 연일 온열 질환을 경고하는 뉴스가 나오지만, 우리 집은 나름의 '열기 차단 작전'으로 평온을 유지 중이다.

암막커튼, 얼음팩, 수박 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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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창문을 다 열어두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집 안 기온은 대략 27도. 청소를 마치고 오전 8시쯤 앞 베란다 창문을 닫은 뒤, 안방과 거실의 암막 커튼을 야무지게 친다. 햇빛 한 줌이라도 들어올까 단단히 여민다. 1층이라 지열도 올라오는 데다, 창문을 통과한 햇살이 집안을 야금야금 데우기 때문이다.

어두운 게 싫어 커튼을 안 치고 견딜 때는 오전에 이미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암막커튼을 단단히 치자 기온은 29도까지만 오르고 오후 3시가 넘으면 30도로 오른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련하게 참는 것은 아니다.

38도를 드나드는 살벌한 날씨에는 우리 집도 에어컨을 켠다. 다만 희망 온도는 '28도'. 거기에 선풍기를 한 방향으로 함께 틀어 냉기를 순환시킨다. 이렇게 하면 무리하게 전기를 쓰지 않고도 서늘한 공기가 집 안 구석구석 금세 퍼진다.

선풍기 한 대는 40~60W, 스탠드 에어컨은 1.5~3kW 전력이 소비된다고 한다. 에어컨 한 대가 선풍기 50대 분량의 전력을 쓰는 셈이다. 땀이 뻘뻘 날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에어컨을 켜지 않고 덜 덥게 지낼 방법을 자연스레 궁리하게 되었다.

조금 덜 무더운 날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냉동실의 아이스팩을 활용한다. 음식 재료를 주문할 때 따라온 아이스팩 여섯 개를 꺼내 대야에 담고 거실 바닥에 두었다. 선풍기를 틀자 바람을 타고 후덥지근한 공기 대신 얼음 바람이 불어왔다.

'이게 다 녹으면 밤에 꽝꽝 얼렸다가 내일 또 써야지.'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도 드라이기는 켜지 않는다. 드라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는 방 안 기온을 올릴 뿐만 아니라 겨우 식혀둔 몸에 다시 땀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아이스팩 대야 냉동실에서 꺼낸 아이스팩을 대야에 담아 선풍기를 돌리니 얼음 바람이 붑니다.
아이스팩 대야냉동실에서 꺼낸 아이스팩을 대야에 담아 선풍기를 돌리니 얼음 바람이 붑니다. ⓒ 황윤옥
머리카락에서 툭툭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아내며 선풍기 앞에 앉는다. 젖은 머리 사이로 스치는 바람에 정수리부터 시원해진다. 인공적인 뜨거운 바람 대신 물기가 자연스레 말라가는 그 짧은 시간이야말로 가슴속까지 찰랑거리는 피서다.

출출하거나 갈증이 날 즈음엔 냉장고를 연다. 요 며칠은 큰 수박 한 통을 사다가 네모반듯하게 깍둑깍둑 썰어 밀폐 용기 두 개에 가득 담아두었다. 통째로 넣으면 자리만 차지하고 먹을 때마다 번거롭다. 이렇게 손질해 두면 더위나 갈증이 밀려올 때 포크로 쏙쏙 집어 먹기만 하면 된다.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즙이 입안 가득 터지는 순간 갈증도, 밖에서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싹 달아나는 기분이다.

순둥순둥 착한 시원함

어릴 때는 에어컨이 뭔지도 몰랐고, 집에는 선풍기 딱 한 대가 전부였다. 그 시절 동네 사람들은 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 개울가 옆 다리 아래(경상도에서는 '다릿걸'이라 부른다)로 모였다. 어른들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이나 옥수수를 나누어 먹으며 부채질을 했고, 아이들은 물장구를 쳤다. 옛날 다릿걸에서 여럿이 나누어 먹던 수박 한 조각이, 지금은 깍둑 썰어 냉장고에 넣어둔 단정한 수박 한 그릇으로 바뀐 셈이다. 모양은 달라졌어도 더위를 달래주는 그 다정한 시원함만큼은 그대로다.

그때 그 어린 아이가 자라 대프리카의 땡볕 아래서 집 안 온도를 낮추려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다. 글을 쓰는 시간 동안 컴퓨터 옆으로 옮겨놓은 아이스팩 대야를 바라보다 피식 웃음이 났다. 암막 커튼으로 햇빛을 막고 얼음 바람을 쐬고 있으니, 아파트 거실이 꼭 나만의 시원한 '현대판 다릿걸'이자 '동굴'이 된 기분이다.

요즘은 버튼 하나만 딸깍 누르면 10분 만에 집 안이 얼음골처럼 변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인공 냉기는 금세 몸을 으슬으슬하게 만들고, 전기요금과 지구 환경 걱정이 뒤따른다. 반면 햇빛을 여미고, 냉동실을 뒤져 모은 얼음 봉지로 만든 이 시원함은 순둥순둥하고 착하다. 무더위를 에어컨으로 억지로 쫓아내기보다 지혜롭게 달래가는 삶의 재미, 어쩌면 더위를 피하는 진짜 비결은 이런 소소한 살림의 운치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도 냉동실에 아이스팩을 야무지게 얼려두어야겠다. 38도를 넘나들 대프리카의 무자비한 열기 속에서도, 이 작은 얼음 덩어리들이 나에게 또 한 번 기분 좋은 '동굴 바람'을 선물해 줄 테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대프리카#더위물리치기#에어컨안켜고시원하게지내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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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음식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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