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좌마을 6단지 내 조경수 그늘 아래 모여 강사의 생태 해설을 듣고 있는 어르신들. ⓒ 고양신문
[기사수정 : 28일 오후 4시 22분]
단조로울 수 있는 아파트 단지의 일상이 어르신들의 훌륭한 생태 학습장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일산서구 가좌마을 6단지 경로당에서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녹색자금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사과나무의료재단의 '6080 마을숲 친구들'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25년 경력의 숲해설사가 진행을 맡은 이날 행사는 실내 뇌 자극 체조부터 야외 수목 탐방, 실내 촉각 교감, 그리고 미술 활동을 접목한 '마을숲 지도' 제작까지 짜임새 있는 융복합 과정으로 채워졌다.
가까워 무심했던 단지 내 조경수 재발견
이날 가좌마을 6단지 경로당 프로그램은 25년 경력을 지닌 숲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이 아파트 단지 내 조경 공간으로 나서는 '야외 마을숲 탐방'으로 시작됐다. 숲해설사는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며, 잎의 기공을 통해 대기를 정화하는 상호 의존적 생태계의 원리를 설명하며 어르신들의 흥미를 돋웠다.
야외 탐방 현장에서 어르신들은 단지 내에 서식하고 있는 주목, 회양목, 느티나무, 벚나무, 물푸레나무, 메타세쿼이아, 산철쭉 등의 수목들을 관찰했다. 숲해설사는 각 수목에 얽힌 생태적 배경과 특징을 알기 쉽게 해설했으며, 참가자들은 매일 무심코 지나치던 아파트 조경수들의 이름과 생태를 새롭게 알아가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야외 숲 탐방으로 활기를 얻은 어르신들은 다시 실내 경로당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촉각 교감 시간을 가졌다. 이 실내 교감 시간에는 숲해설사가 어르신들의 오감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에서 별도로 준비해 온 아까시나무, 버드나무, 뽕나무의 잔가지가 교구로 활용됐다.

▲어르신들이 단지 내 수목을 직접 관찰하며 생태 환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고양신문
숲해설사의 해설에 따르면, 아까시나무는 공기 중의 질소를 땅에 고정하는 능력이 있어 과거 국토 녹화 사업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다. 수분을 좋아하는 버드나무는 과거 치아를 청소하던 '양치(楊齒)'의 어원이 됐을 뿐 아니라 고양시의 핵심 생태 자산인 장항습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뽕나무는 과거 한국 농가 소득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어르신들은 숲해설사가 준비한 잔가지들의 껍질을 손수 벗기며 뿌리에서 수분을 올리는 '물관'과 영양분을 이동시키는 '체관'의 구조를 눈으로 살폈다. 아울러 아까시나무 특유의 콩 냄새와 버드나무의 은은한 향 등 수종별 고유의 냄새를 직접 맡아보는 후각 체험도 병행됐다.
이어서 진행된 '나뭇가지 탑 쌓기' 경진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이 2인 1조를 이루어 미끄러운 나뭇가지를 엇갈려가며 높이 쌓아 올렸다.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과 소근육을 활용하는 이 활동은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과 상호 협동심을 기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태 세밀화 색칠 '마을숲 지도' 완성

▲참가자들이 직접 그린 생태 세밀화를 부착해 완성한 '가좌 6단지 마을숲 지도'. ⓒ 고양신문
실내 활동의 하이라이트는 '생태 세밀화 색칠'과 '마을숲 지도 제작'이었다.
참가자들은 앞선 야외 탐방에서 직접 눈으로 담았던 주목, 회양목, 느티나무, 벚나무, 물푸레나무, 메타세쿼이아, 산철쭉 등 단지 내 서식 수목의 잎과 열매가 그려진 원형 도안을 색연필로 색칠했다. 숲해설사는 "선 밖으로 삐져나가지 않게 집중해 색칠하는 과정 자체가 뇌를 자극하는 훌륭한 인지 능력 보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의 정성으로 색칠이 완료된 도안들은 601동부터 614동까지 명시된 가좌마을 6단지 대형 천 지도 위에 해당 나무의 서식 위치에 맞추어 꼼꼼하게 부착됐고,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마을숲 지도'로 완성됐다.
프로그램의 최종 대미는 신나는 음악에 맞춘 활기찬 오색 스카프 율동이 장식했다
참가자들은 얇고 가벼운 스카프를 양손에 쥐고 음악에 맞춰 팔을 뻗으며 신체 활동을 진행, 관절의 긴장을 풀고 신체 활력을 높였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현장에서는 고양시 노인 복지 프로그램의 현황과 예산에 관한 현실적인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고양시가 타 지자체에 비해 노인 인구 와 1차 복지 지원금 대상자 수가 많아 복지 예산 운용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참가자들은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경로당에서 릴레이로 펼쳐지고 있는 이번 행사와 같이 경로당을 거점으로 한 친환경 문화 복지 사업이 시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확대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주목, 회양목, 산철쭉 등의 식물 도안에 색연필로 세밀화를 완성하고 있는 모습. ⓒ 고양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