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법률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죄는 잠 못 들게 억울함은 남지 않게"... 검찰 보완수사 우수 사례집 발간 - 법무부 2025년 12월 26일
"눈물 흘리는 사회적 약자 없게"... 여성·아동·장애인 대상 보완수사 우수 사례집 발간 - 법무부 2026년 6월 1일
법무부와 검찰이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앞자리에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내세우고 있다.
법무부 보도자료에선 검찰의 보완수사 우수사례 언급이 늘었다. 대검찰청은 지난 24일 유튜브 공식 채널(검찰나우)에서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내는가 하면, 지난달 1일에는 보완수사 사건 처리 현황을 '첫' 집계해 공개했다. 올해 3~4월 전국 12개 검찰청이 5만 5174건의 송치사건 중 2만 5152건을 보완수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염전노예사건(2014년)에서 경찰 송치 이후 1년 4개월간, 한신대 유학생 강제출국 사건(2023년)에서 1년 8개월간 보완수사를 했고, 그 사이 피해자들은 사건 처리가 지연돼 고통이 가중됐다.
두 사건 피해자를 법률 대리했던 최정규 변호사는 "현장에선 어떤 검사와 경찰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건 처리) 결과가 달라진다"며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보완수사가 빛을 발해 경찰 수사가 뒤집히기도 하고, 검사의 보완수사 때문에 사건이 뭉개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형사사법시스템은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계없이) 무너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보완수사나 기소는 어떤 면에서 대국민 법률서비스인데 복불복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보완수사권이 꼭 필요하다거나 반대로 없애야 한다는 얘기만 하는 건 제게 공허하게 들린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당은 검사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해왔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여당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아래는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법인 원곡 사무실에서 최 변호사와 만나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보완수사, 잘한 사례만큼 못한 사례도 많다... 폐지 예정됐다면 공소유지 강화에 집중해야"
▲최정규 변호사 "보완수사, 잘한 사례만큼 못한 사례도 많다... 폐지 예정됐다면 공소유지 강화에 집중해야"
유성호
- 변호사 생활하며 경험한 '보완수사'는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나?
"검사의 수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리 검토가 묶인 게 보완수사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잘못한 수사가 뒤집히는 순기능도 있고, 경찰이 신속하게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묻어버리는 역기능도 있다. 사건처리 지연 가능성은 엄연히 있는데 '검찰의 인지수사만 잘못이지 보완수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순수한 접근이다.
염전노예 사건을 예로 들면 경찰은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는데 검찰이 이를 반려한 뒤 1년 4개월간 보완수사를 했다. 결국 피해자를 대리하는 저희가 언론에 상황을 폭로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시켜서 (가해자가) 구속기소됐다. 경찰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라도 됐을 텐데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추가 착취까지 당했다."
- 보완수사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면, 문제는 제도보다 이를 행사하는 검경에게 있는 것 아닌가?
"경찰 수사 기록을 검사가 한 번 더 검토한다는 점에서 보완수사는 제도만 놓고 보면 유용하고 합리적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어떤 검사와 경찰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다. 결국 보완수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본값'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형사사법체계가 시스템으로 작동하기보다 개인 역량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보완수사를 두고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단정 짓는 건 공허하다."
- 검찰은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보완수사는 사실 검찰 수사관들 역할이기도 하다. 보완수사권이 없다고 검사들이 법리 검토를 못한다고 보지 않는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든 (경찰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한 사건이든 재판받기 위해선 검사의 기소가 결정적이다. 결국 오는 10월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될 때 검찰 외 수사 인력이 얼마나 잔존하는지가 조직 내 화두이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첨예한 갈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보완수사 폐지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는 수사보다 공소유지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 보완수사 폐지 국면에서 오히려 검찰은 '공소유지' 기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보완수사가 없는 검찰은 앞으로 사건의 기소 여부를 더욱 신속하고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이 없는데 사건을 1년 넘게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 이 시점에서 '보완수사는 좋은 제도인데 왜 검찰에서 뺏느냐'는 식의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보완수사라는 제도가 오랫동안 검찰에 있었음에도 검찰개혁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검찰 불신도 커져왔기 때문이다.
저는 여기서 '법무부' 얘기를 꼭 하고 싶다. 검찰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 중 하나가 법무부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보완수사 우수사례를 발표할 게 아니라 '남용사례'를 파악해 현장에서 '어떤 절차적 지연이 있었는지' 찾아보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검찰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원회 상시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을 시정하겠다고 해야 시민들이 다시 판단할 것 아닌가?
그런데도 지금 내놓는 메시지는 '우리가 이렇게 보완수사를 잘한 사례가 많은데 왜 그러냐'는 식이다. 미안하지만 보완수사 잘한 사례 10개를 찾으면 못 한 사례 10개도 찾을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 오류라고 생각한다."
"인지수사 중시했던 검찰, 이제 와서 인권·피해자 앞세워"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보완수사나 기소는 어떤 면에서 대국민 법률서비스인데 복불복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보완수사권이 꼭 필요하다거나 반대로 없애야 한다는 얘기만 하는 건 제게 공허하게 들린다"고 비판했다. ⓒ 유성호
- 검찰은 공소유지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고 반박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검찰은 수사 그중에서도 인지수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고, 그에 따른 인사고과를 매겨왔다. 그래서 공판검사들도 위증을 인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아닌가? 본인들 스스로 업무를 서열화 해놓고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하니) 인권과 피해자를 얘기한다. 기존의 검찰이 그렇게 인권과 피해자를 고민하고 목소리를 냈다면 모르겠는데 솔직히 인권보호관 직책을 한직으로 쓰고, 소위 공판부 검사들은 조직에서 연차가 가장 낮은 사람들이 도맡지 않나? 검찰 스스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로 내세우는) 직무를 좌천 자리로 사용하면서 그걸 앞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 보완수사 제도는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닌데, 그동안 공론장은 찬반 대립 구도로만 흘러왔다.
"우리는 정확한 근거 없이 보완수사를 논의해 왔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검찰개혁 문제가 제기됐으니 실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여러 데이터와 통계 연구 등에 기반해서 논의해 왔다면 어땠을까? 보완수사권의 실체적 통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자료를 누가 만드나? 정치권에서 만드나? 법무부가 주관해야 한다. 법무부는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면 그 폐단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 과열된 공론장이라도 시민들 입장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쟁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결국 수사와 기소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검찰개혁의 결과가 단순히 '검찰의 힘이 빠졌다'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어떤 기관의 힘을 뺏을 것인가'에 주목할 뿐 ▲ 좋은 검사와 경찰관을 육성하는 방법 ▲ 제도가 현장에서 남용되지 않고 구현되는 방법에 대해선 등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사법서비스의 개선을 누려야 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알권리가 중요하지 않나? 재판은 그나마 예측가능하지만, 수사단계에선 '정말 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저희는 수임한 사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차례씩 수사기관에 연락한다. 수사의 밀행성도 중요하지만, 범죄 피해자나 당사자는 적어도 경과를 알아야 할 것 아닌가."
- 반대로 이번 보완수사권 폐지로 이르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됐던 건 무엇인가?
"보완수사를 폐지하면 현실적으로 '요구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제대로 작동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 더불민주당에서는 일정한 경우 (보완수사요구권 기관을 오는 10월 출범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하겠다거나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만 (검찰에) 전건송치하는 방법을 거론 중인 듯하다. 다만 이 대책들은 기관 간 협력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가 (걱정된다) 현장에선 수사의 지휘 감독이 쉽지, 협력만큼 어려운 게 없다."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대중 앞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 망쳐놓고 훈수두는 듯해 조심스러웠다. 어떻게 보면 법률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못 했기에 이 지경에 이른 건 아닐까? 그런데도 전문가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고 있지 않은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경험상으로는 보완수사가 양면이 있는 제도이기에 ① 존치한다면 어떻게 남용을 막을 것인지 ② 폐지한다면 검찰의 우수한 기능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선택하는 문제임을 짚고 싶었다."

▲<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가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시민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본래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검찰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