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온라인 매장 운영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인공지능이 온라인 매장의 판매 실적과 재고를 분석하고, 상품 설명 작성과 고객 문의 대응을 지원하는 모습을 표현한 모 ⓒ 유형석(생성형 AI 활용 제작)
40억개 상품 데이터와 연결된 알리바바 AI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상품 추천과 고객 상담을 넘어 매장 운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AI가 판매 실적을 분석하고 광고 효과가 떨어진 원인을 찾는다.
새로운 상품 이미지를 제작하고 소비자의 반응도 분석한다.
여러 사람이 나눠 맡았던 업무가 하나의 AI 운영 체계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5월 AI 앱 첸원(千问·Qwen)을 타오바오와 티몰의
40억개가 넘는 상품 정보와 연결했다.
상품 정보와 구매 후기, 주문 이력을 분석해 제품을 비교하고 주문·배송·사후관리까지 지원한다.
알리바바는 이 기능이 20년 넘게 축적한 거래 자료와 판매자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 업무까지 처리
이 변화의 핵심은 AI 모델 하나에 있지 않다.
판매와 재고, 광고, 물류 자료를 한 곳에 모으는 데이터 기술과 매출 변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AI 기반 경영 분석', 여러 AI가 업무를 나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정해진 작업을 실제 시스템에서 수행하는 업무자동화 기술이 결합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지난 3월 공개한 기업용 AI 플랫폼
우쿵(Wukong)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문서 작성과 자료 조사, 전산 입력, 결재 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나눠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컴퓨터와 인터넷 업무 시스템을 직접 이용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 창업기업들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6년 항저우에서 설립된
관위안데이터(观远数据)는 기업의 판매·재고·마케팅 자료를 연결해 자연어 질문으로 분석 결과와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AI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유통·소비재·제조업 등 1000곳이 넘는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 회사가 올해 6월 공개한
디사이드엑스(DecideX)는 데이터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결정한 뒤 실행 결과까지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업무 지식, 사내 규정,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항저우의 자동화 기업
잉다오(影刀)도 주목할 만하다.
AI가 상품평과 주문 메모처럼 일정한 형식이 없는 정보를 읽으면, 업무자동화 프로그램이 로그인과 자료 입력, 다운로드, 정산 등의 작업을 처리한다. 회사 발표 기준으로 이용 기업은 3만 곳을 넘어섰다.
중국 AI, 발 빠른 상용화
중국의 AI 기술이 모든 원천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와 기업 운영에 AI를 적용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개별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 수집과 분석, 판단, 실행, 결과 확인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내놓은 판단을 사람이 다시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업무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작업까지 처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창업 기회도 이 과정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판매량을 예측해 발주량을 조정하는 AI, 경쟁사의 가격 변화를 반영해 판매가를 제안하는 AI, 여러 온라인몰의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해외 판매에 필요한 인증과 통관 자료를 점검하는 AI 등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판매 결과가 다시 데이터로 쌓이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품기획과 광고 전략이 계속 개선되는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한국도 AI보다 먼저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국도 대규모 AI 모델의 성능 경쟁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먼저 상품명과 성분, 인증, 가격, 재고, 배송, 반품 조건을 표준화해 AI가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판매와 물류, 광고, 고객관리 자료도 서로 연결해야 한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제품을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는 데서 끝내지 말고 중국 AI가 어떤 소비자에게 제품을 추천하는지, 경쟁 제품과 비교해 어떤 장단점을 제시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제품 개발과 품질관리 능력에 중국의 대규모 소비시장과 빠른 기술 적용 환경을 결합하는 협력도 필요하다.
한국 상품을 중국 시장에서 시험하고, AI가 찾아낸 소비자의 반응과 새로운 수요를 다시 제품 개선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AI는 이제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찾고 대응 방안을 마련한 뒤 실제 업무까지 처리하는 운영 체계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도 중국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말하느냐가 아니다.
데이터와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가 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며 중국 AI 정책과 기업, 산업현장의 변화를 한국 독자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중국 AI가 실제 산업과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확인하는 '중국 AI 현장 리포트' 6회 연재의 세 번째 기사입니다.
ⓛ 중국 AI, 공장과 광산에서 얼마나 일하고 있나
② 춤추는 중국 휴머노이드, 정말 사람 대신 일할 수 있을까
③ 중국 병원에 들어간 AI, 의사와 치료사를 대신할까
④ 쇼핑부터 배달까지…중국인의 선택을 바꾸는 AI
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면, 어떤 일이 먼저 사라질까
⑥ 중국 AI가 밀려온다…한국 기업에는 위기일까, 기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