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건 시인의 강연모습근대시부터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시론과 시사(詩史)를 정말 재밌게 말씀하셨다 ⓒ 박향숙
내 인생의 서점이 있다면? 그 서점에서 인생독서를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지난 4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승수)은 문화체육관광부,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함께 2026년 '인생독서×인생서점' 사업에 참여할 지역서점을 공모했다. 동네책방지기 5년 차, 이제는 '나도 공모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다. 전국적으로 200곳이 최종 선정됐는데, 봄날의 산책(이하, 봄날) 역시 선정돼 '인생서점'의 이름표를 달았다. 공모전의 심사 기준은 프로그램 기획의 독창성과 다양성, 그리고 지역별 고려 등이 있었다.
봄날에서는 시니어(성인 포함) 대상 독서문화활동을 제안했다. 선정된 서점이 진행하는 총 2000개 이상의 독서문화 프로그램 중, 봄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제목은 '우리 시 이야기 참말로 좋고 말고요'이다. 근대시기(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현대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를 시인과 시의 역사를 통하여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근대시인들- 윤동주, 김소월, 백석, 정지용, 김영랑, 이육사, 신석정, 이병기, 한용운 시인-과 해방 이후 활동했던 현대시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의 흐름을 공부하고, 더불어 인문적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싶었다.
봄날 책방에서는 두 분의 시인(박태건 시인, 안상학 시인)을 초대해서 진행될 프로그램을 설명했고, 참여하는 시인들께서 제안한 세부 프로그램에 따라 1차, 2차 수업(6.26/7.24)을 마쳤다. 먼저 박태건 시인이 우리 전북 지역의 큰 시인 두 분, 가람 이병기, 석정 신석정 시인에 대한 강의를 하셨다. 사실 딱딱한 강의라기보다는 지역 시인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과 숨겨진 재미난 야화를 듣는 '즐거운 이야기 시간'이라는 말이 옳다.
두 번의 강의를 하신 박태건 시인은 '근대시인들의 문학적 저항정신이 어떻게 후세에 미쳤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말했다. 특히 '고전이 오늘의 삶을 읽는 감각을 준다'는 확신으로 한글학자이며 시조시인인 가람 이병기 시인(1891-1968, 전북 익산)의 독립운동, 한글보급, 고전문예부흥, 현대시조부흥운동 등을 전했다. 또한 '지재고산유수(志在高山流水)'를 좌우명으로 삼고 일생을 사신 신석정 시인(1907-1974)의 시 세계를 통하여 '우리는 어떻게 한 편의 시가 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시간도 있었다. 박태건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문화식민의 본질을 말씀드리자면, 진짜 식민지는 단순히 국토를 빼앗기는 것을 넘어섭니다. 일제의 조선어 말살, 창씨개명, 황국신민화정책은 언어가 사라지고, 전통이 사라지고, 우리의 미의식이 사라지게 만드는 치밀한 문화식민 정책이었습니다."
"총을 들 수 없었던 문인들은 펜으로 저항했으며, 우리말과 형식을 지키고 우리의 자연을 노래하며 빼앗길 수 없는 영토를 상상했습니다. 가람선생은 고전형식을, 석정선생은 고전정신을 무기로 삼고 문화적 저항을 했습니다."

▲봄날의산책이 주최하는 인생독서*인생서점 프로그램명 ⓒ 박향숙
특히 2차 강의에서는 우리 군산 지역의 시인이자, 오송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광웅 시인(1940년∼1992년)이 1974년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풀과 별>로 등단했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우리 지역 시인들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마음의 빚이 생겼다.
참고로 오송회 사건은 1982년, 군산제일고 전·현직 교사 9명을 이적단체 조직과 간첩행위 등으로 구속한 사건으로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사건 발생 후 26년이 지난 2008년 11월 25일 광주고등법원은 오송회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관련자들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광웅 시인은 1985년 첫 시집 <대밭>을 시작으로 두 번째 시집 <목숨을 걸고>(1989), 세 번째 시집 <수선화>(1992)를 출간했다. 고문과 투옥 후유증으로 평생을 힘들게 사시다가 1992년 12월 22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현재 군산의 금강 하구에 이광웅 시인의 시비(詩碑)가 있다. 우리 시사(詩史)에 길이 남을 그의 대표작 <목숨을 걸고>가 새겨져 있는데 하구둑에 가면 종종 들러 그의 시를 읽어보곤 한다.
목숨을 걸고 - 이광웅
이 땅에서 /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 목숨을 걸고 / 목숨을 걸고...... //
'읽다보면 인생이 된다. 인생독서 인생서점'이라고 표어가 말하듯이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이라는 인생도 펼쳐질까를 꿈꾸며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그중 전재복 시인은 강의 시간마다 준비 단계 활동을 지도하신다. 이병기 시인의 '별'이라는 시를 노래와 율동으로 보여주고, 신석정 시인의 시 낭송도 들려주셨다. 4인 시인에 대한 시 필사도 독려한다.
이 사업의 주관자는 말한다. "지역서점은 출판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문화 기반 시설이자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독서문화 거점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최자로서, 시 나눔 운동을 실천하는 책방지기로서 본 프로그램을 정말 잘 운영하고 싶다. 그래서 이런 사업을 계기로 작은 지역서점이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지역과의 연계가 지속가능하고 대한민국 독서문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일조하고 싶다.

▲전주책쾌 책 박람회현장(7.17-18)에서 프린트한 '인생독서*인생서점' 문구 ⓒ 박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