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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3일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

지난 23일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해결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 방식을 성폭력 피해 부정의 근거로 삼은 이 사건 원심 판결을 파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22년 6월 공론화됐다. 그해 6월 29일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책위는 "광주 연극계 극단 대표, 연출 등이 자신들의 권력으로 이제 막 연극에 입문한 예술인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범죄를 자행했다"며 "피해자는 연극을 포기하고 떠나야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이 사건 가해자 중 극단 대표 A씨는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4월 23일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연극 극단 대표 A씨의 강간치상,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에 대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공소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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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사건 발생 10년 후에야 진단됐고, 이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여서 인과관계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강제추행치상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만큼 범죄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강제추행치상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본 범죄인 강제추행죄는 성립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 규정이 적용되는 시점에 발생한 범죄"라며 "친고죄 규정은 피해자가 1년 안에 고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10여 년 지난 시점에 고소돼 공소제기가 이뤄졌다.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책위는 "오늘 우리는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대법원 앞에 섰다"며 "광주고등법원은 광주 연극계에서 사회초년생 배우의 활동 기회를 좌우할 수 있던 피고인의 위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꿈과 생계를 지키기 위해 참고 버텨냈던 피해자의 생존 방식을 성폭력 피해 부정의 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를 장기간 상담하고 진료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과 삶의 변화, 치료 경과를 관찰한 전문상담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구체적인 소견이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단 한 번도 면담한 적 없는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인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 전문심리위원은 사건 발생 10년 후의 PTSD 진단이 통계적으로 흔하지 않다고 했으나 이 같은 의견은 피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명이 될 수 없다"며 "PTSD가 외상 직후 늘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피해자가 기억과 감정을 억누른 채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유지하다가 가해자와의 재접촉을 계기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피해자의 치료 과정과 기록에서도 확인된다"고 했다.

대책위는 "광주고등법원은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도 연극 현장에서 일했고 가해자를 마주한 일부 시점에 PTSD 증상이 외부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성폭력 피해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뒤 PTSD가 진단되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의 공론화와 고소 동기까지 의심하는 문제적 재판을 진행했다"며 "(광주고등법원은) 피해자가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는지, 그 과정에서 의식을 완전히 잃었는지가 아니라 범행이 발생한 장소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의식이 취약한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을 향해 다시 한 번 피해자의 삶을 피해 부정의 근거로 삼고 증거와 법리를 오해한 광주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할 것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날 연대 발언에 나선 정치권 미투 생존자 김지은씨는 "대법원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항소심이 놓친 지역 연극계의 위계와 예술 노동자의 현실을 면밀히 살펴주시길 바란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환경과 피해 이후에도 삶을 이어가려 했던 노력을 피해의 부재로 읽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어 "부당한 판결은 다음 피해자가 말할 용기마저 꺾는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용감한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를 말한 뒤에도 자신의 일상을 잃지 않는 사회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8년 전 외친 이 문장이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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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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