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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박재범 남구청장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 남구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23일 박재범 남구청장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 남구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 부산 남구청 제공

전재수 신임 부산시장이 전임 박형준 시장 시절 추진되던 대규모 사업들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면서 파열음이 일고 있습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이를 '전임 시장 지우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검토의 핵심 원인이 심각하게 악화된 부산시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부산 남구청이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기초지자체부터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무리한 난개발 사업을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며 시의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텅 빈 곳간의 경고... 남구 "매년 200억 추가 필요, 재정 비상사태"

전재수 시장이 기존 대형 사업에 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산의 재정 위기는 기초지자체의 절박한 상황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남구는 매우 무겁고 중대한 재정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며 심각한 재정난 극복을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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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가 밝힌 재정 현황에 따르면, 당장 2027년도 예산에서 약 462억 원의 재원 부족이 예상됩니다. 특히 사업 예산의 가용 재원 역할을 하는 순세계잉여금은 2022년 1004억 원에서 올해 288억 원으로 불과 4년 만에 71%나 급감했습니다. 박 구청장은 "세입·세출의 균형과 재정 안정성이라는 기본적인 예산 편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2025년 재무회계 결산 결과 102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재정난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22건의 주요 투자사업 중 남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만 약 1600억 원에 달해, 향후 4년간 매년 약 200억 원의 구비를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박 구청장은 "불요불급한 사업을 삭감하고 구청장 업무추진비부터 50% 이상 감축하겠다"며 "현 재정 여건에 맞지 않는 공약 사업은 과감히 재조정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남구의 이 같은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선언은 현재 부산시 전체가 직면한 예산 고갈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퐁피두 미술관 등 난마처럼 얽힌 갈등... 시의회 "협치 파괴" vs 시민단체 "난개발 중단"

 21일 부산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의 무리한 사업 전면 중단 및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1일 부산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의 무리한 사업 전면 중단 및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부산참여연대 제공

재정 악화를 이유로 부산시가 이른바 '박형준표' 사업들에 대한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힘이 장악한 부산시의회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특히 11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건립비와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전액 시비로 투입되는 퐁피두 미술관 부산 분관 유치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시의회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시의원은 "시장 후보로 나오신 분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후보 시절 시민단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회가 의결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한다"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행정을 연속성 있게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시의회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며 문제 사업들의 완전한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부산참여연대 등 10여 개 시민단체는 지난 21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시장 지우기 프레임은 제9회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부산 시민의 선택을 완전히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2025년도 부산시 세수가 19조가 넘는 역대 최대임에도 재정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라며 감시 기능을 상실한 시의회의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퐁피두 센터 유치는 국제적인 신뢰 문제 이전에 부산 시민에 대한 양심을 먼저 지켜야 하는 일"이라며 "깜깜이로 진행되는 막무가내 행정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퐁피두 미술관 외에도 동서 격차를 심화시킬 제3벡스코 건립, 환경영향평가 부실·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대저대교, 대법원 위법 판결을 받은 황령산 개발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박형준표 무리한 사업들은 신속히 청산되어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전재수 시장을 향해서도 "원점 재검토라는 모호한 수식어 뒤로 숨지 말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했습니다.

'정치적 프레임' 걷어내고 시민 혈세의 무게 직시해야

 13일 부산시 실국본부 시정 주요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전재수 부산시장
13일 부산시 실국본부 시정 주요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전재수 부산시장 ⓒ 부산광역시 제공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체 시기마다 전임자의 핵심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늘 반복돼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부산시가 처한 상황을 단순한 여야의 '정치적 힘겨루기'나 '전임 시장 지우기' 프레임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초지자체가 줄도산 위기를 호소할 만큼 재정적 위기감이 너무나도 큽니다. 가용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현실 속에서,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형 사업들의 타당성을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새로 취임한 자치단체장으로서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책무입니다.

부산시의회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나 전임 시장 감싸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과연 해당 사업들이 악화된 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부산의 미래와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객관적인 비용 대비 편익을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전재수 시장 또한 여소야대 정국을 핑계로 결정을 미루거나 어설프게 타협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재정 상황과 사업의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공론화를 통해 얽힌 실타래를 정면으로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막대한 빚더미 위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화려한 랜드마크는, 결국 미래 세대인 부산 시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될 뿐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부산시#부산시의회#전재수#박형준#퐁피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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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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