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이 적발됐습니다. 재판도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닙니다. 담합은 적정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을 교란·왜곡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가 왜 반복되는지, <오마이뉴스>는 아직 남아있는 질문들을 하나씩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1조 481억 9708만 6966원.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CJ제일제당이 설탕 가격 담합으로 올린 관련 매출로 산정한 금액이다. 삼양사의 경우는 1조 854억 3070만 7837원, 대한제당은 1조 614억 9044만 3748원이었다. 도합 3조 1951억 원 규모다.
공정위는 이같은 매출이 발생한 기간, 즉 '위법 기간'을 2021년 2월 17일부터 2025년 4월 15일까지로 판단했다. 그래서 최종 결정된 과징금은 3959억 9100만 원이었다. 법 위반 기간이 더 길었다면? 당연히 과징금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다.
심의속기록에 나오는 '위법 기간' 이전 담합 가능성

▲2026년 2월 12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2026년 2월 11일자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속기록을 보면, '2021년 2월 17일' 이전에도 담합이 있었을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 세종심판정에서 이날 열린 전원회의에는 제당 3사 대리인 등이 출석했는데, 회의 초반 심사관은 사건 심사 종합 보고 중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 심사관 : "이 사건 위반 기간 전에는 피심인들 간 담합이 없었다는 증거가 없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관련자는 과거에도 피심인들 간 협조 체제가 있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언급은 또 있었다. 전원회의에 출석한 심사관 측 경제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심사관 측 경제분석 ○○○ : "우리가 비담합 기간이라고 부르는 그 기간 동안에 정말로 경쟁적이었냐라는 것에 지금 의구심이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비담합 기간, 즉 '2021년 2월 17일' 이전에 제당 3사는 정말로 경쟁적이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관들이 주목한 것은 시장점유율이었다. 공정위 심사관 측 경제분석 전문가 말대로 "정말로 경쟁적"이었다면, 시장점유율에는 약간의 변화라도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설탕 담합 조사 시작하게 만든 공정위 조사관의 '촉'
"제당 3사는 약 20년 전(2007년)에도 담합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 과정에 입수한 A업체 사업보고서에는 과거 담합 시절 합의했던 시장 점유율이 마치 현재의 점유율인 양 당당히 적혀 있었다. 이를 본 공정위의 베테랑 정문홍 사무관에게 소위 '촉'이 왔다." (2026년 4월 26일 공정위 보도자료 '설탕 담합 적발 직원들, 특별 성과포상금 1500만 원 받는다' 중)
이에 대해 전원회의에 출석한 조사 담당 심사관은 직접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 위원 : "이게 직권 인지 됐는데 어떻게 이 사건을 포착하게 되신 건가요?"
○○○ 조사관 : "시장점유율 변동 현황이나 그 다음에 사업자별 가격 인상 시기나 폭의 일치 여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직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설탕 가격 등 담합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2021년 2월 17일 이전 시장점유율 상황은 어땠을까.
<오마이뉴스>는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삼양사와 대한제당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시장점유율 변동 상황을 살펴봤다. CJ제일제당 경우는 B2C(기업과 개인 소비자간 거래) 시장점유율만 공개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7년∼2019년 삼양사·대한제당 설탕 시장점유율 '판박이'
그 결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삼양사와 대한제당 설탕 시장점유율이 3년 동안 변동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삼양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제당협회 출하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설탕 시장점유율을 공개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32.0%로 기재돼 있었다. "A업체 사업보고서에는 과거 담합 시절 합의했던 시장점유율이 마치 현재의 점유율인 양 당당히 적혀있었다"던 앞서 공정위 정문홍 사무관이 밝힌 상황과 부합한다.
대한제당은 분기별 점유율 평균을 산출해 해당연도 시장점유율로 공개하고 있었다. 대한제당은 삼양사 경우와 달리 등락이 나타났는데, 유독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시장점유율만 20.4%로 변화가 없었다. 국내 설탕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제당 3사 중 2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3년 동안 '판박이'였던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결과, 대한제당과 삼양사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동일했다. ⓒ 챗GPT로 이주연 생성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원회의 당시 한 심사관은 "2020년 최고 △△△에 달하는 매출이익률은 당시에도 담합이 있었을 가능성을 추인(미뤄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양사와 대한제당의 2020년 식품부분 영업이익률은 역대급이었다. 대한제당은 제당식품부문 영업이익률이 7.16%로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삼양사 역시 같은 해 식품부문 영업이익률이 4.68%로 이는 2011년∼2025년 기간 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설탕 가격 인상, 가공식품 물가 영향 안 미친다"는 CJ... 심의위원의 반문
다만, CJ제일제당의 2020년 식품사업 영업이익률(5.69%)은 이들 업체들처럼 다른 사업연도에 비해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규모 자체가 대한제당이나 삼양사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은 설탕·밀가루·대두유 등 소재식품 사업과 다시다·육가공품 등 가공식품 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삼양사나 대한제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체 식품사업에서 설탕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2026년 2월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CJ제일제당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모 교수는 "담합효과 추정 결과 담합 기간의 설탕가격이 비담합 기간에 비해 약 0.79% 높았다"라며 "이 정도 가격 상승은 담합이 없던 평소에도 나타날 수 있어, 전문용어로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의위원은 "담합은 했는데 가격 인상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곱씹더니 물었다.
"그러면 왜 담합을 하는 거죠?"
심사관측 경제분석가는 더 강한 어조로 의문을 제기했다.
"피심인 참고인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담합 이전 가격이 사실상 경쟁가격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신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직접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또한 제당 3사 중 이날 회의를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된 '위법 기간' 이전 담합 가능성을 반박하거나,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업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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