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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당근마켓에 오래된 폴딩 카메라를 판다는 게시 글이 올라왔다. 가격은 4만 8천 원,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책장 한 켠에 올려두기만 해도 값어치는 하겠다 싶어 구입했다.

며칠 뒤에 물건에 도착해서 카메라 정보를 알아보니 영국에서 1950년대에 만들어졌던 카메라였다. 70여 년의 세월, 처음에는 많은 풍광도 담고 사람도 담고 추억도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슬며시 장롱 속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겠고.

주인장은 그렇게 장롱에 두느니 벼룩시장에라도 내어놓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영국을 여행하던 누군가의 손에 들려 한국으로 왔을 것이고, 클래식 카메라를 모으던 주인의 장식장을 지키다가 다시 당근마켓에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70여 년 전 영국에서 만들어진 카메라

커쇼 폴딩 카메라 카메라 정보
커쇼 폴딩 카메라카메라 정보 ⓒ ChatGPT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셔터가 제대로 움직일까, 벨로우즈는 빛이 새지 않을까, 렌즈에는 곰팡이가 피지 않았을까? 오래된 기계를 사는 일은 언제나 작은 모험이기도 하다. 비싼 가격을 주었는데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하면, 며칠은 마음고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택배비를 포함해서 5만 원이라는 가격은 카메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장식용으로 모셔만 놓아도 그만큼의 가치는 할 것이다.

커쇼 폴딩마메라 커쇼 폴딩 카메라
커쇼 폴딩마메라커쇼 폴딩 카메라 ⓒ 김민수

카메라가 도착했다. 일단 카메라 정보를 알아보니 작아도 중형 카메라요, 제법 비싼 120 중형 필름을 사용해야 한다. 작동 여부를 살펴보니 뷰파인더는 흐리게 보이지만, 일단 셔터가 눌린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흑백 필름을 구입해서 필름을 넣고 셔터를 눌렀다. 제대로 찍히는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셔터와 조리개가 작동을 하면 사진이 나올 확률이 높다.

첫 번째 사진 필름을 넣고 첫 컷, 몇 년 만에 담는 풍경일까?
첫 번째 사진필름을 넣고 첫 컷, 몇 년 만에 담는 풍경일까? ⓒ 김민수

첫 컷은 도심의 아파트 단지를 담았다. 이 카메라가 70년의 세월, 강산이 일곱 번도 더 변한 도심을 담을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테스트 하는 단계인데다가 필름이 제법 비싸서 어떤 것을 담는 것이 좋을지 확인하려면 다양한 상황에서 찍어봐야 할 것 같았다. 제주도를 여행을 가는 딸내미 부부에게 카메라를 주고, 오름이나 바다, 숲을 담아오라고 했다. 그렇게 다시 카메라가 다시 내 손에 들어 온 것은 한 달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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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현상된 사진 파일을 받았다. 내가 사는 도시의 어느 아파트 단지, 안개가 자욱한 숲과 꽃밭, 그리고 종달리 바다 너머로 보이는 우도. 사진은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최신 디지털카메라처럼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진들에는 디지털이 흉내 내지 못하는 시간들이 담겨 있었다.

공기가 찍혀 있었고, 빛이 찍혀 있었고, 무엇보다 세월이 찍혀 있었다. 70년 전 잉글랜드에서 만들어진 작은 카메라가 2026년 제주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 긴 시간을 견디고도 여전히 빛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제주 숲 안개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제주의 숲
제주 숲안개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제주의 숲 ⓒ 김진희
제주 종달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우도
제주종달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우도 ⓒ 김진희
오래되었다는 것은

이 사진들을 보면서 오래된 것에 대한 묵상을 했다. 우리는 흔히 '오래되었다'는 말을 '낡았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오래되었으니 이제는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단지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는 뜻일 뿐이다. 오래됨과 퇴물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어진다. 오래된 나무는 그늘이 깊고, 오래된 책은 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생명을 얻는다. 오래된 바이올린은 더 따뜻한 소리를 내고, 오래된 카메라는 지금도 새로운 풍경을 기록한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생명력이다. 생명력을 잃지 않은 오래됨은 아름답다.

문득 정치를 생각하게 되었다. 정치도 나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정치를 했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세월이 흘러도 생각은 자라지 않고, 시대는 변했는데 정치만 변하지 않는 데 있다. 나이가 젊어도 생각은 늙어버린 정치인들도 있다. 경험은 쌓였지만 배움을 멈추고, 연륜은 깊어졌지만 귀는 닫힌 채 아집만 남았다면 오래됨은 지혜가 아니라 관성이 된다. 새로운 시대를 읽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보다 과거를 향해 걷게 될 것이다.

오래된 사람이 아니라 오래된 사고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젊다고 해서 모두 새로운 것도 아니다. 나이가 어려도 생각이 굳어 있으면 이미 낡은 사람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시대의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내가 산 카메라는 70년이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늘의 빛을 받아들여 오늘의 풍경을 찍는다. 그래서 살아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가 단아내지 못할 아름다운 단 하나의 찰나의 순간들을 담아낼 것이다. 사람도 그렇고 조직도 그렇고 정치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새로운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켜쇼 폴딩카메라 커쇼 110mm f/8 단렌즈를 장착한 폴딩 카메라
켜쇼 폴딩카메라커쇼 110mm f/8 단렌즈를 장착한 폴딩 카메라 ⓒ 김민수

4만 8천 원짜리 오래된 카메라는 내게 값비싼 카메라보다 더 큰 선물을 주었다. 세월은 사람을 낡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다. 어떤 이는 세월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어떤 이는 세월 속에서 굳어간다. 오래된 렌즈는 여전히 오늘의 풍경을 담아낼 수 있지만, 오래된 생각은 오늘의 세상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이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가끔씩은 사진을 찍으려 한다. 이 카메라는 풍경만 찍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내게 가르쳐 줄 것이다. 언젠가 내 나이도 이 카메라의 나이를 앞서지는 못하겠지만, 지금이 이 카메라의 나이만큼 오래될 것이다. 그때도 새로운 빛을 받아들이는 사람, 세월 때문에 존중받는 사람이 아니라 세월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70년 된 카메라가 내게 준 선물은 사진뿐 아니라, 늙어가는 법이었다.

#커쇼폴딩카메라#클래식카메라#제주도#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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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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