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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이 진행된 청년예술청 그레이홀에는 2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였다.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이 진행된 청년예술청 그레이홀에는 2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였다. ⓒ sfac

지난 21일 오후 2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청년예술청'은 포럼 시작 전부터 많은 인파들로 붐볐다. 문화예술 관계자와 예술가, 도시·공간 분야 전문가, 시민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그레이홀 객석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도시는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쏠린 관심은 객석의 밀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예술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려는 기대감이 청년예술청을 채웠다. 포럼이 시작되자 장내를 채우던 대화는 잦아들었고 시선은 일제히 무대로 향했다.

서울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의 주제는 '도시는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예술이 서울의 표정이 될 때'였다.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호주 애들레이드의 거리로, 다시 도시개발과 공공공간의 문제로 이야기가 옮겨갈 때마다 객석에서는 메모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서로 다른 도시와 분야에서 출발한 발표들이었지만 질문은 하나로 모였다. '공연과 축제가 만들어낸 순간의 열기를 도시의 일상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지난 21일, 서대문구 청년예술청에서 진행된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타라 맥러드 애들레이드 프린지 대표가 축제 이후의 변화에 관한 발표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서대문구 청년예술청에서 진행된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타라 맥러드 애들레이드 프린지 대표가 축제 이후의 변화에 관한 발표를 진행했다. ⓒ sfac

현장의 공기가 가장 팽팽해진 순간은 타라 맥러드 애들레이드 프린지 대표가 축제 이후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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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진짜 변화는 시작됩니다."

축제가 막을 내리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누군가는 투자를 결정하며, 어떤 사람은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는단다. 맥러드는 축제를 한동안 도시를 들썩이게 한 기억이 아니라, 도시의 다음 시간을 움직이는 '변화의 추진력'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최대 규모의 예술축제로 꼽히는 '애들레이드 프린지'는 매년 2월과 3월 도시 전역에서 열린다. 공연장뿐 아니라 거리와 공원, 상점과 임시 공간까지 무대가 된다. 관객은 공연 한 편을 보고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제의 흐름을 따라 도시를 걷고, 낯선 장소와 사람을 만난다.

맥러드는 축제의 역할을 문화를 직접 생산하는 '프로듀스(produce)'보다 문화가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플러리시(flourish)'에서 찾았다. 완성된 콘텐츠를 공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예술가와 관객, 지역사회와 관광산업 사이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가 진행되는 2~3월의 열기보다, 그 두 달의 에너지로 나머지 10개월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축제의 성과를 관람객 수나 프로그램 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예술가들의 활동이 이어지는지, 시민이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졌는지, 지역의 공간과 상권에 새로운 관계가 남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가 소개한 애들레이드의 풍경에서 화려한 조형물보다 도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 공연장을 찾아가는 관객, 일상적인 거리에서 예술과 마주한 시민, 축제가 만든 동선을 따라 익숙한 도시를 새롭게 걷는 사람들이었다.

"한 번 당신의 도시를 다르게 경험하면, 다시는 똑같이 보지 못합니다. 문화의 렌즈를 통해 보기 시작하면 그곳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도시는 건물의 외형이 달라져서만 새로운 얼굴을 얻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새로운 관계가 생겨날 때 도시의 표정도 달라진다.

관객의 시간은 이어지는가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한지연 본부장(사진 제일 왼쪽)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한지연 본부장(사진 제일 왼쪽) ⓒ sfac

애들레이드의 이야기가 '축제가 끝난 이후의 도시'를 향했다면,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예술사업본부장의 발표는 '서울 대학로의 현재'에 집중했다.

대학로에는 100여 개 이상의 소극장이 밀집해 있다. 하루 100여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미 거대한 문화지구다. 그러나 극장이 많고 관객이 모인다고 해서 지역 전체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생태계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공연 시작에 맞춰 도착한 관객이 객석에 앉았다가 막이 내리면 곧바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모습은 대학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전 무엇을 할 것인지, 공연이 끝난 뒤 감상을 어디에서 나눌 것인지, 다른 작품과 예술가를 만날 계기가 있는지까지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대 위 공연은 매일 이어지지만 공연 전후의 시간은 흩어져 있다.

그는 대학로의 가능성을 새로운 시설을 더 하는 것에서 찾지 않았다. 이미 존재하는 극장과 예술가, 관객과 상점,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 사이의 관계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100여 개 이상의 대학로 소극장, 하루 100개의 공연, 2만 명의 유동 인구. 이 수치들이 정말 작동하고 연결되며 대학로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공연의 앞과 뒤 그사이에 존재하는 '시간', '행동', '사람'을 연결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8월부터 대학로 활성화를 위한 '대-락(樂)로'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계절에 어울리는 연극을 소개하는 '제철연극', 공연이 끝난 뒤 대화와 체험을 이어가는 '애프터시어터' 등을 통해 관객이 대학로에 머무는 시간을 공연 전후로 확장한다.

핵심은 프로그램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골목을 걷고, 인근 상점에 들어가며, 다른 극장과 작품을 발견하도록 경험의 동선을 만드는 일이다. 공연장 안에서 발생한 감정이 거리와 지역으로 흘러 나갈 때 대학로는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지구가 될 수 있다.

애들레이드 프린지가 두 달간의 축제 에너지를 나머지 열 달로 확장하려 한다면, 대-락로 캠페인은 공연의 두 시간을 그 앞과 뒤로 넓히려 한다.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예술을 일회성 관람에서 도시 경험으로 바꾸려는 방향은 닮았다.

공간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일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최민아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사진 제일 오른쪽)
제1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최민아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사진 제일 오른쪽) ⓒ sfac

최민아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도시개발의 관점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짚었다. 문화시설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 문화도시가 완성되지는 않으며, 공간이 시민에게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열려 있음은 설계가 아니라 운영입니다."

문이 열려 있어도 시민이 찾아올 이유와 머물 방법이 없다면 공간은 일상에서 고립될 수 있다. 반대로 작은 공간이라도 예술가가 꾸준히 활동하고 시민이 참여하며 지역의 관계가 쌓이면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 된다.

그는 "이제 국가의 엔진은 도시이며, 그 도시의 힘은 문화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도시의 경쟁력이 건축물과 산업시설 같은 물리적 기반만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누리는 문화적 경험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서울은 한강과 지천, 궁궐과 성곽, 오래된 골목과 새로운 상업공간, 대학로의 소극장과 동네 문화공간이 겹쳐 있는 도시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수보다 서로 다른 장소와 사람을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주는 일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월 '서울, 예술이 되다'라는 새 슬로건을 선언했다. 이날 청년예술청을 가득 채운 관심은 그 선언을 구호에 머물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대이기도 했다. 오는 8월 시작되는 대-락로 캠페인은 그 질문에 대한 첫 실천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걷고 이야기하며 다시 찾는 대학로, 극장 안의 예술이 거리와 상권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축제의 힘은 막이 오른 순간에만 있지 않다. 공연과 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과 공간을 계속 움직이게 할 때, 예술은 비로소 도시의 표정이 된다.

 포럼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sf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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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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