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한 사람
- 민구
사람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웃고 떠들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사건에 열광하는지
관심이 없다
밤이 깊어 사람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벌레 우는 소리 잠잠해지면
나는 접시를 치운다
꿈이 지나간 바닥을 깨끗이 훔친다
고장 난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가 먹을 빵과 물 한 잔
우리만 알고 있는
사소한 이야기
한 사람이 잠에서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_시집 <세모 네모 청설모> 현대문학, 2023
시인_민구: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배가 산으로 간다>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세모 네모 청설모>가 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한 사람의 깨어남을 기다린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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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탁에 둘러앉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언뜻 그들과 마음이 이어져 있는 듯 눈을 마주치지만, 나는 피상적인 사람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고, 어느덧 익숙한 고독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자연스러운 기다림이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며 벌레 울음소리마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시간. 고장 난 라디오는 한 사람을 위한 고요를 흘려보낸다. 먼 곳에서부터 나를 응시해온 그가 온다는 예감이 "꿈이 지나간 바닥을 깨끗이 훔치"게 한다. 설렘, 소소한 기쁨, 다정한 침묵을 품고 오는 그를 위해 나는 작은 것부터 준비한다. 소박한 빵과 물 한잔, 그리고 사소한 우리의 이야기를. (정미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