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표시 기준도 강화하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류와 식용유지의 표시 의무화 시기를 당초 계획인 내년 말보다 대폭 앞당겨 올 연말부터 전면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GMO 완전표시제 추진 계획'을 보고받은 뒤, "GMO 콩으로 만들었으면 GMO 콩으로 만들었다고 표시해야지 왜 안 한 척하느냐. 이것은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 핵심 쟁점은 식약처가 추진 중인 GMO 완전표시제 시행 일정이었다. 현재 국내 제도는 GMO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고온·고압 가공 과정을 거치며 최종 제품에 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으면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간장과 식용유, 물엿 등 당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식약처는 이를 개선해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성분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간장은 올해 12월 31일부터 시행하고, 당류와 식용유지류는 원료 수급과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둬서 내년 12월 31일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안전성 넘어 국민 선택권 문제... 1년씩이나 미뤄야 하냐"

▲ 오유경 식약처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유경 식약처장이 "소비자들이 Non-GMO 제품을 찾게 되면 업계가 원료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대통령은 즉각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Non-GMO 제품을 만들어 팔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파는 제품이 GMO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부터 명확히 표시하라는 것"이라며 "업계가 Non-GMO 원료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민의 선택권을 1년씩이나 미뤄야 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국민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구분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훨씬 많을 것"이라며 "12월 말에 간장은 하고, 당류와 식용유지류는 못할 이유는 없어 올 연말에 같이 시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가공 후 성분이 남지 않는다'는 식약처의 논리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전자변형 콩으로 간장이나 식용유를 만들었는데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변형 유전자 성분이 완벽하게 제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현재의 과학·의학 수준에서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는 것과 완벽히 안전하다는 증명은 다른 차원인 만큼, 소비자가 비싸더라도 Non-GMO를 선택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당장 Non-GMO 제품을 만들어 팔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판매되는 제품이 GMO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부터 명확히 표시하자는 것"이라며 "GMO 제품과 Non-GMO 제품을 구분해 놓으면 소비자가 가격과 선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비의도적 혼입치 '3%→0.9%' 축소해야... 통상 마찰 우려엔 "비관세 장벽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1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표시 면제 기준인 '비의도적 혼입치'에 대해서도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기준 적용을 주문했다. 현행 국내 기준은 원료 이동·저장 과정에서 실수로 GMO 원료가 3% 이하 섞일 경우 표시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GMO 표시 기준과 관련해 "3%가 포함되면 표시하고 2.99%는 안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최소한 EU(유럽연합) 수준은 해야 하지 않겠냐. EU는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가) 0.9%가 기준"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시행 시기와 시행 단위, 표시 강도를 더 심층적으로 검토해 다시 보고해 달라"고 식약처장에게 지시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Non-GMO 식품 수요가 늘어나 국산 콩 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송 장관은 "국산 콩이 수입 GMO 콩보다 3배가량 비싸지만, 전략작물직불금 확대와 비축 콩 할인 공급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올해 9월 생산 농가와 식품기업이 협업한 프리미엄 국산 콩기름을 출시해 시장 반응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GMO 표시제가 수입품 통관 과정에서 통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수입을 규제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의 건강과 선택권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관계 부처가 통상 문제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며 "수입 금지가 아니라 사실을 표시해 국민에게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있는 만큼 우리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농식품부의 국산 콩 산업 대응 계획은 원안대로 접수됐다. 그러나 식약처의 GMO 완전표시제 안건은 시행 시기 단축과 혼입치 기준 강화 등에 대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추가 검토 후 재보고하기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