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를 "자본의 생산 최우선 경영이 부른 명백한 기업 살인"으로 규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고 곤돌라에는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과상승 방지장치(Limit Sensor)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곤돌라 이동 반경 안에 족장이 버젓이 설치되어 있어 해당 장치는 작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잠수함 공장 화재 사망사고 이후 불과 3개월 만이자, 올해 들어서만 HD현대 계열사에서 발생한 네 번째 사망 사고다. 노동계는 이번 비극이 안전보다 이윤을 좇는 경영 기조가 빚어낸 참사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사고는 지난 18일 하청업체 소속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선박 내부 고소작업을 위해 곤돌라에 탑승했다가 곤돌라 본체와 족장(작업발판) 사이에 끼이면서 발생했다. 재해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금속노조 "자본의 이윤 앞에 기본 외면... 산재 원인 규명도 막았다" 분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를 "자본의 생산 최우선 경영이 부른 명백한 기업 살인"으로 규정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고 곤돌라에는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과상승 방지장치(Limit Sensor)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곤돌라 이동 반경 안에 족장이 설치되어 있어 해당 장치는 작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노조는 "자본의 이윤 앞에 기본은 철저히 외면되었고, 노동자의 안전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었다"면서 "사측은 이 기본적인 의무조차 자본의 생산 최우선 경영과 안전 불감증으로 묵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항이며, 사측의 방조와 탐욕이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직후 하청업체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는 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 작업지도서와 허가서 등을 확인하려던 노조 간부들의 출입을 업체 측이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막아섰다고 주장했다.
가장 취약한 곳으로 향한 '위험의 외주화'… "근본적 대책 즉각 수립하라"
이번 사고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고립된 이주노동자들의 가혹한 현실도 여실히 드러냈다. 노조가 진행한 긴급 간담회에서 동료 이주노동자들은 부실한 안전 교육과 현장 관리 부재 속에서 "오직 '생산을 앞당기라'라는 혹독한 작업 능률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의 경우, 계약 기간 중 이직하거나 퇴사하면 본국 노동청에 약 3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부당한 독소 조항 때문에 위험을 피해 다른 일자리로 떠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노조는 작금의 사태가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했다. 성명서에서 노조는 "원청에서 하청으로, 하청에서 다시 이주노동자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 속에서 안전의 책임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곳, 가장 아래로 전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대한 야드를 짓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원청이 정작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생명은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우리는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일터로 향하는 것이지, 자본의 이윤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구조적 모순이 해결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 측은 19일 "소중한 생명을 지켜드리지 못한 데에 대해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현장의 위험 요인을 다시 살펴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