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법원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 임성근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명령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의 본질을 단순한 '개인 과실'로 좁혀 보았을 뿐, 판결문 너머에 존재하는 'VIP 격노'와 수사 외압 등 권력기관 사유화의 연결고리에는 끝내 침묵했습니다. 이에 박호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지닌 의미와 한계를 짚어내는 한편, 민주적 기본 질서와 인권을 짓밟은 이 사건을 단순 형사사건이 아닌 '권력남용 사건'이자 거대한 내란의 시작으로 규정하며 법원이 외면한 구조적 범죄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평합니다.
고 채수근 상병 순직 3주기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조형우(재판장), 류호정, 이대관 2026. 5. 8. 선고 2025고합1510
법원은 피고인 임성근에 대하여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명령위반죄를 인정했다. 피고인 임성근은 다수 언론매체의 수중 수색 보도, 수중 수색 사진이 담긴 언론 기사 스크랩을 전송받고,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졌구나"라고 회신했다. 법원은 피고인 임성근이 해병대원들의 수중 수색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수중 수색을 금지하지 않거나 안전장치를 확보하지 않거나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더구나 현장지휘소로부터 안전 장비가 구비돼 있지 않았음을 보고받았음에도 임성근은 안전 장비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 임성근의 과실로 인하여 채 상병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병장도 상해를 입었으므로, 법원은 이를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합동참모본부 및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작전통제권이 육군에게 이양됐음에도, 임성근은 작전통제권자의 철수 지침에 반하여 수색 강행을 지시하고, 수색 위치와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작전 지시를 해 육군 사단장의 작전통제권을 침해했다. 이에 법원은 임성근에 대한 명령위반죄를 인정했다.
그동안 군 사고에서 말단 지휘관에게만 책임을 귀속했던 관행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은 인정할 의미가 존재한다.
사건의 본질은 수사 외압과 사건 은폐 의혹

▲2024.08.14.(수) 군인권센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는 이날 채 상명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며, 진상규명해야 할 24대 과제와 134명 관련자를 제안하는 기자브리핑을 개최했다. ⓒ 참여연대
우리는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로 끝나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2023. 7. 31. 'VIP 격노'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고, 수사 기록이 무단 회수됐으며,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혐의자 적시가 축소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행위가 이어졌다.
이 판결은 개인의 형사 책임에 국한해 판단했다. 임성근의 법정 상한형은 7년이다. 그러나 법원은 징역 3년 형을 선고하는 것에 그쳤다. 특히 "약 34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국가를 위하여 헌신했다"라는 점을 양형의 사유로 삼았다. 그러나 34년간 군에 복무했기 때문에 군의 질서 체계를 무시한 임성근의 행위는 더욱 무거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개인의 과실이 아니다. 민주적 기본 질서와 최소한의 인권 보호조차 무시하더라도,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행위들이 허용되거나 방조됐다는 점에 있다. 채 상병 사망 이후 발생했던 행위들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자 개인의 욕망을 위하여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 민주적 기본 질서와 행정적 절차를 무시하고, 권력기관을 사유화했고, 주변 관료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방조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겪었던 내란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이 사건은 그 겨울에 벌어졌던 내란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한 처벌이 있어야 했다. 사망과 상해사고가 발생한 이후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수사 외압 및 사건 은폐 의혹들은 사망 등의 사고가 발생한 원인과 동일하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이 사건의 구조적 특성을 간과하고 단편적 행위만을 중심으로 사건을 접근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박호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