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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시간은 하루하루 쌓이며 만들어진다. 주간함양은 특정 월을 기준으로 과거 같은 달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과거 기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현장과 분위기를 되짚어보고, 지금의 변화와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지역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무엇이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하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해 그달의 함양을 다시 펼쳐보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역의 현재를 읽어보고자 한다.

ⓒ 주간함양

2019년 7월 6일(현지시간)은 경남 함양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진 날이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함양 남계서원이 '한국의 서원' 9곳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세계인이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당시 함양군민들은 "함양에도 세계유산이 생겼다"는 자부심을 품었고, 남계서원은 함양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자산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지 어느덧 7년. 남계서원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함양의 역사와 선비정신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액서원

남계서원의 역사는 조선 중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552년(명종 7) 개암 강익이 함양군수의 지원을 받아 조선 성리학의 대표 학자인 일두 정여창(1450~1504)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했다. 이후 서원 앞을 흐르는 남계천의 이름을 따 '남계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았으며, 풍기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사액을 받은 서원이다.

사액서원은 국왕이 이름을 내리고 서적과 토지 등을 하사한 서원을 말한다. 조선시대 수백 곳의 서원 가운데 국가가 공인한 서원이라는 점에서 남계서원은 일찍부터 학문과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 주간함양

남계서원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학 공간을 앞에, 제향 공간을 뒤에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 배치를 완성한 초기 서원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후 조선시대 서원 건축의 전형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원형이 잘 보존돼 우리나라 서원 건축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당시에도 교육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훼철되지 않은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남계서원의 가치를 보여준다.

좌절 끝에 얻어낸 세계유산

ⓒ 주간함양

세계유산 등재는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고, 2015년 첫 등재를 추진했지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에 따라 신청을 자진 철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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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실사 자문단이 한국의 서원 9곳을 전부 돌아보고 몇 차례 검증을 했으나 2016년까지 심사기준에 미달해 그해 4월 반려통보를 받고 국가에서 먼저 등재신청서 전체를 자진 철회하게 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서원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9개 서원의 공통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한 끝에 2018년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고, 마침내 2019년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인정을 받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이 조선시대 성리학이 지역사회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탁월한 증거이며, 학문과 교육, 제향 기능을 함께 수행한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남계서원은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유산, 과거를 넘어 현재를 비추다

ⓒ 주간함양

세계유산 등재는 남계서원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함양군은 등재 이후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활용사업을 추진했다.

2021년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비 14억 원을 들여 남계서원을 무대로 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을 추진했고, 2022년에는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를 주제로 미디어파사드와 실감형 콘텐츠, AR·VR 체험 등을 선보이며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았다. 낮에만 머물던 문화유산을 야간에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도 남계서원은 세계유산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보존과 활용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행사, 학술 연구는 물론 국가유산청과 함양군의 지속적인 보존·정비 사업이 이어지면서 세계유산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유산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정신, 그리고 미래 세대까지 이어갈 가치가 있을 때 비로소 세계유산이 된다.

남계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7년. 세월은 흘렀지만 일두 정여창의 학문과 청렴, 선비정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남계서원은 함양의 과거를 간직한 문화재를 넘어, 함양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장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함양#기록#다시#읽기(4)#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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