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폐기물처리장, 소각장, 매립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지역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연재 '쓰레기와 싸우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환경오염 시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정보 차단과 주민 배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2026년 5월 6일, 경북도의회 앞에서 열린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조례 운동본부 기자회견 ⓒ 정보공개센터
어느 날 집에서 500미터 떨어진 야산에 하루 99톤을 태우는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추진되기 시작한다. 당신은 알 길이 없다. 행정에도, 사업자에게도 알려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인허가 서류는 군청 안에서 조용히 돌고, 낯선 공사 차량이 마을 어귀를 드나들기 시작한 뒤에야 당신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챈다. 부랴부랴 대책위가 꾸려지지만, 인허가 절차는 이미 마무리된 뒤다.
아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충남 예산 조곡리 주민들은 SK에코플랜트와 예산군이 양해각서를 맺고 2년이 지나서야 '자원순환시설'의 실체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상 산소가 산업단지에 편입된다는 공문을 받아 든 80대 어르신 덕분이었다.
전북 정읍 옹동면에서는 한 주민이 우연히 면사무소에 들렀다가 설명회가 열린다는 낌새를 챘고, 충북 괴산 대기마을의 김용자 이장은 군청 홈페이지를 이 잡듯 뒤져 '산업단지'의 실체가 폐기물매립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공문 한 장, 우연한 방문, 개인적 제보. 주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을, 재수가 좋아야 겨우 알 수 있었던 셈이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묻는다. 왜 이런 일이 전국 어디에서나 판박이처럼 반복되는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된다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조례 운동본부가 조례 내용을 알리기 위해 지역 언론에 배포한 광고 ⓒ 정보공개센터
난개발은 언제나 주민이 모르는 곳에서 출발한다. 대도시와 산업단지가 쏟아낸 산업폐기물에는 발생지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쓰레기는 땅값이 싸고 목소리가 작은 면 단위 농촌을 찾아간다. 영리기업에 농촌의 매립장과 소각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고, 그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정작 그 옆에서 살아갈 주민들은 결정 과정의 바깥에 밀려나 있다.
통계를 보면 이 흐름이 선명하게 잡힌다.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의 '웨이스트 아틀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민간 매립장에서 처리된 산업폐기물의 36.9%(148만 8천 톤)가 경상북도에 묻혔다. 경주시 홀로 한 해 59만 8천 톤을 받아냈고, 자기 지역에서 발생하는 양의 40배에 달하는 의료폐기물을 받아 태우고 있었다. 고령군은 연간 폐기물 10만 톤 중 8만 8천 톤이 대구에서 넘어오는 '쓰레기 식민지'와 다름없었다.
왜 하필 경북일까. 환경영향평가법은 시도가 조례를 만들면 평가 대상을 법령 기준의 절반까지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웃한 경남은 이 조례를 두고 있고 경기와 제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북에는 환경영향평가 조례 자체가 없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기준만 적용되니, 그 문턱 아래의 시설들은 검증 한 번 받지 않고 허가를 받는다. 규제가 허술한 곳으로 폐기물이 몰려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번번이 뒤늦게 아는가. 우선 주민에게 알리는 절차 자체가 없다. 동네에 폐기물 매립장이 추진되어도 주민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예산 주민들의 항의에 담당 공무원이 내놓은 답은 "군청 홈페이지에 다 고시했습니다"였다. 고령의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홈페이지 고시란 사실상 보지 말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그마저 '산업단지'니 '자원순환시설'이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쓰고 있어, 도대체 무엇이 들어서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인허가를 심의하는 회의실도 닫혀 있다. 사업자는 '사업 설명'을 명분으로 회의장에 들어가 발언할 수 있지만, 그 시설을 평생 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주민들은 회의가 열리는 날짜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다. 정읍에서 산지관리위원회의 현장 점검 일정은 당일 아침에 기습적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항의 끝에 가까스로 참관하지 못했다면, 위원들은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업체의 말만 듣고 심의를 끝냈을 것이다.
제도의 구멍도 크다. 현행법은 하루 100톤 이상을 태우는 소각시설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정해놓았다. 그러니 업체들은 일부러 99톤짜리 허가를 신청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고형연료(SRF)를 태우는 시설은 재활용 시설로 분류되어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진다. 굴뚝에서 나오는 것은 100톤이든 99톤이든 매한가지인데, 숫자 하나가 변했다고 검증 절차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결말은 어느 지역에서나 닮아 있다. 이익은 업체의 몫, 피해는 주민의 몫, 뒷수습은 행정의 몫이 되는 악순환이다.
경기 화성시 우정읍의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민간 업체에 매각된 뒤 업체가 파산하면서 방치되다 2014년 결국 화성시가 사들였고, 매립이 끝난 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침출수 처리에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경북 성주군에서는 2013년 들어선 매립장 업체가 4년 만에 매립장의 97%를 폐기물로 채운 뒤 부도를 내고 떠나버렸다. 2025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렇게 업체 부도로 버려진 매립장이 최근 15년간 전국에 7곳에 달한다.
주민의 권리 지킬 7개의 조례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의 7대 표준 조례안 ⓒ 정보공개센터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주민의 삶을 지킬 1차 방어선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80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가 7대 표준 조례안을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환경오염시설로 갈등과 피해를 겪은 지역들이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조례들을 하나하나 모아 표준안을 만든 것이다.
7대 조례의 핵심은 세 가지다. ▲ 주민에게 미리 알리고 함께 결정한다. ▲ 사전 심의로 안전을 강화한다. ▲ 피해를 입은 주민은 조사하고 지원한다.
먼저, 주민에게 미리 알리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 '갈등유발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는 환경 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의 인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7일 안에 시설 반경 2킬로미터 이내의 읍면동과 주택이 모여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문자와 서면으로 직접 알리도록 못 박는다.
폐기물처리시설만이 아니라 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장, 발전시설, 토석채취 사업까지 고지 대상에 넣어, 그럴듯한 이름 뒤에 숨은 유해시설이 주민 몰래 들어오는 길을 차단한다. 충남 당진시를 비롯한 전국 40여 개 지자체가 유사한 조례를 가지고 있다.
'위원회 회의 공개 조례'는 개발 인허가를 결정하는 위원회를 비롯한 지자체 위원회의 회의를 공개하는 조례다. 회의 7일 전에 안건을 알리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방청과 중계를 보장하며, 끝난 뒤 7일 안에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어긴 회의의 의결은 효력을 잃는다.
'주민 참가 보장 조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업자는 회의장에 들어가 발언하는데 주민은 문밖에 서 있어야 하는 지금의 구조를 바꿔,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이 도시계획위원회 같은 개발 관련 위원회에 직접 참가해 발언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심의자료를 회의 5일 전에 미리 공개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사전 심의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조례'는 평가 대상 문턱을 법령 기준의 절반까지 끌어내려 '99톤' 꼼수를 봉쇄하고, 재활용 시설로 분류되어 규제를 피해 온 SRF 소각시설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킨다.
'환경정책위원회 조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이라도 인허가 전에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한다. 환경정책위원회는 이미 90여 개 지자체에 설치되어 있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정책 자문 기구에 머물러 있다. 전북 익산시는 비료공장의 불법 연초박 사용으로 주민 30여 명이 암에 걸린 장점마을 사태를 겪은 뒤, 2020년부터 이 위원회에 인허가 사전 심의라는 문지기 역할을 부여했고, 그 뒤로 환경피해가 우려되는 난개발을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군 계획조례'는 폐기물처리시설이 주거지, 학교, 하천 등으로부터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지 않으면 애초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한다. 충남 서산시의 경우 주택 10호 이상이 모여 있는 지역과 학교, 하천 등으로부터 2킬로미터 안에는 폐기물 재활용시설이 입지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나 대형 소각장 같은 도시계획시설은 기초지자체 조례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광역지자체의 도시계획조례로 함께 보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은 조사하고 지원해야 한다. '환경피해 예비조사 지원 조례'는 오염 피해가 생겼을 때 그 입증 책임을 주민 혼자 떠안게 하는 구조를 바꾼다. 측정 장비도 의학 지식도 없는 주민이 기업과 행정을 상대로 인과관계를 증명해 내는 데는 지난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조례는 인허가를 내준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노출 주민의 건강검진을 지원하도록 한다.
알권리에서 주민자치가 시작된다

▲3월 24일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조례 운동본부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주민알권리 조례의 지방선거 공약 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정보공개센터
당진의 사전고지 조례도, 익산의 환경정책위원회도, 서산의 입지 제한 기준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몇 년씩 싸워서, 어떤 곳에서는 집단 암 발병이라는 참극을 치르고서야 손에 쥔, 말하자면 사후약방문이었다. 그러나 먼저 아팠던 마을이 만든 처방전은 다음 마을의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5년으로부터 31년이 흘렀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에 쓰레기장이 들어서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주민자치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알권리가 주민주권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7대 조례가 요구하는 것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주민에게 알려달라, 보여달라, 말할 기회를 달라. 민주주의 교과서의 첫 페이지에 나올 법한 원칙들을 지역의 현장에서 지키자는 것뿐이다. 괴산의 김용자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일방적으로 '이거 할 거다'가 아니라,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톡 까놓고 한번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럼 찬성하든 반대하든, 주민들이 이야기를 해서 합의를 볼 수 있잖아요."
이 당연한 이야기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새로 뽑힌 지역 일꾼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 ⓒ 정보공개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난개발과 밀실 행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농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를 진행하고 있다. https://team-sigol.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