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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면서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은 2014년 신호를 보냈다. 이미 한 차례 그 위험성을 경험한 터라 다른 대응이 필요했다. 휴식과 취미 활동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해서 춤과 그림을 만났다.
주말과 퇴근 후 조금씩 배운 춤과 그림은 십 년이 넘어서자 조금씩 쌓여 '예술 근육'을 만들었다. 각각이라고 생각되던 춤과 그림이 서로 도우며 창작에 도움을 줬다. 이 같은 예술 활동은 삶에서 크고 작은 구체적인 목표를 만들 수 있었다.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 목표, 음악에 맞춰 춤을 춰보자는 계획까지.

▲<나의 그림 춤 이야기> 전시회 오프닝지난 7월11일 '나의 그림 춤 이야기' 전시회 오프닝 사진. 지인이 그림을 소개하는 장면을 찍어줬다. ⓒ 이기범
한 지인은 이 같은 나의 활동을 '생존 예술'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 버티기 위해 예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따지고 보니 그 말이 옳았다. 현실 도피를 위해 시작한 춤과 그림은 현실을 더 직면하기 위해,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벌이는 '생존 예술'이 되고 있었다.

▲나의 그림 춤 이야기나의 그림 춤 이야기 전시회 포스터. ⓒ 이기범
지난 십 년 간 벌인 생존 예술 활동을 발표하는 <나의 그림 춤 이야기> 그림 전시회가 오는 7월 24일 까지 참여연대 갤러리 느티나무에서 열린다.
엘리 참여연대 아카데미 간사는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이기범 시민 작가의 전시는 지난 10년 간의 그림 작업과 춤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해 온 여정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유화와 아크릴, 드로잉 등으로 표현한 현대 무용, 탱고, 써클 춤, 군무 등의 33점 작품이 전시된다.
이기범 작가는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 <느티나무 미술학교>, <서울드로잉>, 소모임 <도시의 노마드>, <느티나무 시민연극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크로키 수업, 홍익대 평생교육원 유화 수업 등을 들으며 미술 공부를 하고 있다.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쌓은 생존 예술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릴 예정이다.

▲나의 그림춤 이야기 전시 작품 중<나의 그림 춤 이야기> 전시회 출품 작 중 '달의 춤' ⓒ 이기범
어느 매체에서 미술 전공자도 아닌 이의 첫 그림 전시회를 인터뷰하겠는가? 그래서 셀프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 전시 주제를 어떻게 잡았나?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잡았다. 그동안 직 간접적으로 만났던 춤추는 친구들을 그림 주제로 잡았다. 그림은 인상적인 장면과 영상 그리고 각종 춤 자료 사진을 참조했다. 선생님을 비롯해 주위 지인들이 그림 전시를 하라고 응원해 줬다."
- 그림 작업은 어떻게 했는지?
"주말을 주로 이용한다. 일주일에 평균 5시간 정도 작업을 한다. 아크릴 및 유화는 최소 4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무엇을 그릴지 주제를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떤 장면에 마음이 끌릴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은 그림을 그려 보고 크게 옮기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리면서 그림이 말을 건네 올 때가 있다. 여기에 고양이를 그려 달라고. 작가의 자세를 떠올리면서 작업을 한다. 나태해 질 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집요하고 성실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라 박종필 선생님의 말을 떠올린다."
-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있는데, 그 힘은?
"잘한다고 하면 계속하지 않는가. 10년 전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처음 그림 배울 때 배민정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 당시 펜으로 인물을 그린 뒤 그 앞에 작은 머그잔을 그려 넣었다. 선생님은 컵을 그린 선이 좋다고 했다. 인물 그림에서 컵의 선이 좋다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때 그 칭찬이 힘이 됐다. 당시 키 높이만큼 그림을 꾸준히 그리라고 했다. 지금 종이와 캔버스 쌓으면 내 키보다 크다."
- 그림, 춤 등 다양하게 배우는데 일을 하면서 시간이 가능한가?
"수업 신청시 100% 출석을 목표로 하면 시작조차 못 한다. 60%, D학점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해야 시간을 내고 배울 수 있다. 일을 끝내고 미술학교로 출근(?)했을 때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이상권 선생님은 '크리틱을 더 하려다'가 멈췄다고 했다. 창작 활동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 서로 연결점이 있다. 미술서적을 읽으며 '예술가 마음가짐'이란 단어를 '활동가의 자세'로 바꿔 읽어도 괜찮더라."
- 상상해서 그리는가?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가장 좋다. 한번 그렇게 하고 싶어 캔버스를 들고 개천에 나갔다가 모기와 더위에 지쳐 사진만 찍고 그늘로 피했다. 사진 찍은 뒤 참조한다. 그러다가 지도를 해 주신 故 장상철 화가의 말이 생각났다. "사진 보면서 그리다가 좀 진척됐을 때 사진을 버려라" 마음으로 그려 보라는 거다."
- 기억에 나는 그림 수업은?
"그림을 혼자 그리다 보면 수업 중 멘토들이 해줬던 말이 들려온다. 그게 참 신기하다. 고경일 선생님이 진행한 수업시간이 떠오른다. 인물 사진을 보고 난 뒤 눈을 감고 종이 위에 그렸다. 눈코입 모두 엉망이지만 흥미롭다. 그림 출사는 늘 좋다. 예전에 그림 모임 '그림자'에서 매달 출사를 했다. 그림 여행은 늘 즐겁다."
- 다음 작업은?
"2027년 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들이 맞는 따뜻한 봄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전시명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춘자의 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