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청소년과 청년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청소년 현장에서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청소년재단을 청소년청년재단으로 확대 개편하거나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잇달아 제시했다.
일부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시설 종사자는 정책 간 연계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행정 효율성과 조직 통합이 청소년정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자체의 '청소년·청년 통합'

▲성남시청소년청년재단 전경. ⓒ 성남시청소년청년재단
이런 사례는 수도권에서 대표적으로 경기 성남시와 시흥시, 수원특례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남시는 조례를 개정해 기존 청소년재단을 성남시청소년청년재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단의 사업 범위에는 기존 청소년활동·상담·시설 운영뿐 아니라 청년의 교육, 복지, 문화, 참여, 자립기반 지원까지 포함됐다. , 2025년 2월 성남시청소년청년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시흥시 역시 기존 청소년재단을 확대 개편해 지난 1월 시흥시청소년청년재단으로 재출범했다. 시는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이어지는 정책적 단절을 해소하고 기존 청소년 인프라를 활용해 청년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시흥형 통합지원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수원특례시도 과거 설립한 수원시청소년재단이 후기 청소년(만 19~24세)과 청년(만 19~34세)이 생애주기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2023년 5월 ,수원시 청소년청년재단으로 명칭과 조직을 변경했다.
청소년 현장 관계자들은 청소년과 청년 정책의 연속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진로와 취업, 사회참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원체계는 필요하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연계와 통합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청소년정책은 활동, 참여, 상담, 보호, 문화, 수련 등을 통해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청년정책은 취업, 주거, 창업, 경제적 자립 등 현실적 과제 해결이 중심이다.
한 청소년지도자는 "생애주기 지원은 필요하지만 청소년 정책은 사람을 키우는 정책이고 청년 정책은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이라며 "정책 철학 자체가 다르므로 단순히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청소년시설 관계자는 "청소년 정책만으로도 현장의 업무가 적지 않은데 청년정책까지 함께 담당하게 되면 결국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청소년 정책, 철학은?

▲시흥시청소년청년재단이 2026년 3월 14일 시흥시청소년수련관 한울림관에서 시흥시 청소년과 청년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재출범식을 열었다. ⓒ 시흥시
현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의 변화다. 청년은 유권자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크고 각종 청년정책 수요도 활발하게 제기된다. 반면 청소년은 정책 참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치적 대표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조직 안에서 사업과 예산을 결정하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사회적 요구가 큰 청년정책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청소년활동과 문화, 참여, 인성교육, 상담 등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지도자들은 장기적으로 청소년수련관이나 청소년문화의집 등 청소년 전용시설이 청년공간이나 취업지원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 지도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책 철학이다. 청소년정책은 단순히 미래의 노동력이나 사회구성원을 준비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성장하는 청소년의 발달권과 참여권, 보호권을 보장하기 위한 독립적인 공공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청소년센터 소속 청소년지도자는 "청소년을 미래의 청년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청소년정책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며 "청소년은 미래의 청년이기 이전에 현재의 청소년이며 지금 이 시기의 건강한 성장 자체가 정책의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활동은 취업률처럼 단기간의 성과로 평가할 수 없는 사회적 투자"라며 "경제적 효율성과 행정 편의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청소년정책이 가진 고유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보다 균형 있는 연계가 필요
신홍기 국제 IofC(MRA)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19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청소년과 청년 정책을 무조건 분리하거나 하나로 통합하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정책 간 연계성을 높이면서도 각각의 목적과 전문성을 유지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기에는 활동·참여·상담·보호 중심의 정책을 유지하고 청년기로 넘어가는 이행 단계에서는 진로와 취업, 사회참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별도의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와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의 사무총장을 모두 역임한 신 총장은 "예전에도 아동 정책과 청소년 정책 통합을 법까지 만들려고 하며 시도했던 적도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정책이 필요한 내용들이 따로 있는 것이고 청소년 정책이 필요한 내용들이 다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년 정책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과 청년 정책 통합이라고 하는데 자칫 청소년 정책의 위치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했다.
김진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도 "청소년과 청년을 잇는 다리를 놓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다리를 놓기 위해 청소년 정책이라는 기초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은 미래의 청년이기 이전에 독립적인 정책 대상이라는 점을 정책 설계 과정에서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정부의 조직 개편은 청소년과 청년 정책을 생애주기 관점에서 연계하려는 새로운 시도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다른 지방정부로 확산할 때 행정 효율성뿐 아니라 청소년정책의 독립성과 전문성, 정책 철학을 어떻게 함께 지켜낼지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