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을 대표하는 예술단체 '요녕의꽃 합창단'이 음악을 매개로 한국과 중국의 민간 우호와 문화예술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여의도 KBS홀에서 '요녕의 꽃 합창단' 내한공연이 열렸다.
2026년 한·중 민간 우호 협력의 해를 맞아 성사된 이번 공연은 단순한 예술 무대를 넘어, 지난 몇 년간 얼어붙었던 양국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따스한 봄바람과 같았다. 이 날 무대는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회장 고탁희)가 주최하고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총영사 김성민)이 후원했다.

▲요녕의 꽃중국 요녕성에서 방한한 '요녕의 꽃 합창단'이 17일 오후 5시 여의도 KBS홀에서 내한공연을 펼치고 있다. ⓒ 고창남
요녕 오페라단과 조선족 예술인의 합창
'요녕의 꽃 합창단'은 구성 자체로 이미 '화합'을 상징했다. 66년의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정상급 예술단체 '요녕 오페라단(랴오닝 가극원)' 단원들과 요녕성 조선족 예술가협회 소속 예술인들이 함께 뜻을 모아 하나의 팀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족과 조선족 동포 예술가 30여 명이 함께 만들어내는 화음은 그 자체로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음악의 위대함을 대변했다.
이들은 '아름다운 목소리, 아름다운 교류(美丽歌声,美好交流: Beautiful Voice, Beautiful Exchang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양국 국민 모두의 정서에 깊이 스며들 수 있는 명곡을 준비했다.
공연의 막이 오르자 여의도 KBS홀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하모니로 가득 찼다. 합창단은 한국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대표 서정 가곡 '목련화', '보리밭', '향수', '님이 오시는지', '가고파' 등을 열창했다. 요녕 가극원 가수들이 우리 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곡을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해 감동적이었다.
특히 한국의 대중가요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흥겨운 리듬의 '울릉도 트위스트', '아파트' 등을 부를 때는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의 정서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이들이 흘렸을 땀방울과 정성이 관객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진 순간이었다.
중국 명곡의 향연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의 대표곡인 '희망의 들판에서(在希望의田野上)'를 합창할 때는 광활한 대지의 생명력이 무대를 압도했고, '즐거운 눈꽃(雪花快乐)', '꿈속의 사랑(梦中人)', '그리움(思念)' 등 한중 양국에서 사랑받는 가곡과 가요 총 16곡이 차례로 이어지며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김성민축사를 하는 김성민 주선양 총영사 ⓒ 고창남
김성민 주선양 총영사 "173만 재중 동포의 마음 전하는 선율"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의 김성민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이번 내한 공연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김 총영사는 "요녕 오페라단 가수들에게 우리 가곡의 섬세한 정서와 발음을 가르쳐서 한국과 중국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를 훌륭히 공연할 수 있도록 고생을 아끼지 않은 조선족 동포 가수가 다섯 분에게 특별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요녕의 꽃 합창단이 전하는 선율은 단순한 노랫소리가 아니라, 중국 땅에서 묵묵히 삶을 일궈가고 있는 173만 우리 재중 동포들의 마음을 고국에 전하는 것"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대규모 내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내일을 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탁희중국 문학가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의 마지막 부분 문장을 인용하며 인사말을 하는 고탁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장 ⓒ 고창남
이어서 무대에 오른 고탁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장은 한중 민간 문화교류의 다리를 놓는 역사적 순간의 소회를 전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 큰 울림을 주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고 회장은 "오늘 '요녕의 꽃 합창단'이 내딛는 이 발걸음이 앞으로 더 많은 양국 시민들이 함께 걸어갈 단단한 '한중 우호의 길'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독립투사 후손이 부른 '그리운 금강산'

▲화춘옥▲‘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는 화춘옥 회장(박희광 항일 독립투사의 외손녀) ⓒ 고창남
이날 공연의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는 백범 김구 선생의 경호원이자 항일 독립투사였던 박희광 열사의 외손녀, 화춘옥(華春玉) 요녕성 조선족 예술가협회 회장의 독창 무대였다.
화춘옥 회장이 무대 중앙에 서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의 피를 이어받은 동포 예술가가 고국의 무대에 서서 분단의 아픔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숭고한 감동을 자아냈다.
낯선 땅에서 묵묵히 삶을 일구어온 동포들의 고단함을 어루만지고, 고향의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 위로의 무대였다. 특히 이날 객석에는 박희광 의사의 아들과 손자 등 직계가족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요녕의 꽃 합창단'은 18일 오후 4시, 충북도청 신관 6층 문화홀로 자리를 옮겨 민선 9기 출범을 축하하고 충북도민들과 우정을 나누는 '한·중 문화교류 음악회'를 개최했다. 서울 중심의 문화 교류를 넘어 지역 시민들과도 직접 음악으로 소통하겠다는 취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현장을 찾지 못한 전국의 시청자들을 위한 안방극장 배달도 준비되어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화합의 무대는 녹화 과정을 거쳐, 오는 8월 26일(수) 밤 12시 KBS 1TV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송될 예정이다.

▲내한공연중국 요녕성에서 방한한 '요녕의 꽃 합창단'이 17일 오후5시 여의도 KBS홀에서 내한공연을 펼치는 장면 ⓒ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제공
정치와 외교의 영역에서 때로 거친 파고를 겪기도 하는 한중 관계 속에서, 이번 '요녕의 꽃 합창단' 내한 공연은 왜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주최 측의 "문화는 시대를 넘어 우정을 이어가고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장 위대한 언어"라는 말처럼, 여의도에 활짝 피어난 요녕의 꽃은 양국 국민의 가슴 속에 쉽게 지지 않을 우정의 씨앗을 깊이 심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