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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위대한 스승이고, 숲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 품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배우고, 성장해가는 순간들을 글로 담아 전합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 기운이 빠졌다. 예보에 없던 소나기처럼, 갑자기 연이은 부고 소식들이 전해졌다. 그중 한 명은 한때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었다. 오랜 시간 가깝게 지냈던 또 다른 지인은 암이 온몸으로 전이되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고 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먹구름처럼 짙게 드리워져 마음도 어두워졌다.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떠날 준비를 하는 이를 위해 며칠간 기도하다가, 슬픔과 우울에 잠기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오며, 그런 상실과 이별을 몇 번 경험했지만, 그럴 때마다 매번 마음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만 같다.
며칠 안팎으로 비가 내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숲 탐험대 수업을 하는 날이 다가와 조금 더 힘을 내보았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모여들었다. 해사하게 웃으며 다가와 자그마하고 따스한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함께 걷다 보니 마음에도 볕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내뿜는 햇살 같은 빛 때문인지, 내리던 비마저 잠시 멈췄다.

▲손을 꼭 잡아주는 다정한 마음 ⓒ 이정현
숲으로 들어서자,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선 것처럼 물기 가득한 더운 공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3학년 정우는 바위에 낀 이끼를 밟고선 자꾸만 미끄러지는 1학년 민호 손을 꼭 잡고 올라갔다. 그 다정한 마음을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었다.

▲비 온 뒤 버섯 ⓒ 이정현
올라가는 길에 아이들은 크고, 작은 민달팽이들과 지렁이들을 발견하고선 자꾸 발걸음을 멈췄다. 나무 아래에서 발견한 붉은 덕다리버섯을 보고 멈춰선 아이들은
"우와, 이거 독버섯 아니예요?"
라고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부스러져 땅바닥에 흩어져있는 흰색 버섯의 흔적을 보고서는
"멧돼지가 먹고 흘린 건가봐."
라며 그럴듯한 추측을 진지하게 하는 자림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봄부터 수업을 하던 곳에 도착해서 함께 숨을 고르고,
"지난 번에 왔을 때와 달라진 점을 찾아보자."
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작은 새들처럼 포르르 이곳저곳을 다니던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발견한 것은 여러 모양의 버섯이었다.

▲구름버섯 ⓒ 이정현
젖은 나무 껍데기에 뭉게뭉게 피어있는 '구름버섯', 나무 둥치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눈물버섯' 등 다양한 모양의 버섯들이 비가 내린 숲에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모여서, 새롭게 관찰한 점들을 나눠보자고 하자 아이들은 앞다투어
"초록이 진해졌어요."
"흙냄새가 잘 나요."
"계곡 물에서 콸콸 소리가 나요."
라고 얘기했다. 비 오는 여름 숲을 온몸으로 보고, 맡고, 듣고 전하는 말들에 내 몸의 감각들도 더욱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나는 손뼉을 치며, 손뼉의 박자에 맞춰 걸어보자고 했다. 손뼉을 빠르게 칠 때는 빠르게 움직이고, 느리게 칠 때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어서 '그대로 멈춰라', '둥글게 둥글게'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몸을 움직였다. 2배속으로 빠르게 움직이기도, 0.5배속으로 느리게 움직이기도 했다. 깔깔거리며 움직이던 아이들에게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들어보자고 했다.
막스 리히터라는 작곡가가 편곡한 버전으로 1악장부터 3악장까지 들으며, 비발디라는 작곡가가 여름의 느낌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했는지 함께 느껴보았다. 1악장에는 느린 선율이 흐르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 것만 같은 전환이 2악장에는 마치 고요한 새벽에 잠든 생명들이 깨어나는 듯 잔잔하면서도 요란스러운 장면이 3악장은 처음부터 먹구름, 번개, 천둥, 폭풍이 막 휘몰아치는 듯한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

▲춤추는 아이들 ⓒ 이정현
이처럼 변화무쌍한 여름의 특징이 생생히 흐르는 음악에 맞춰 나는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춰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음악의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하고, 발을 구르기도 하고, 목을 위아래로,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조금 쑥스러운 듯 친구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평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가람이와 리현이는 마치 한 쌍의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듀엣으로 춤을 추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모여 서로의 몸짓을 따라 하며 함께 춤을 추었다. 마치 온몸에 비를 맞은 듯 땀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이후 짧게 그림을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 계곡물 소리가 무척 경쾌하게 들렸다. 숲에 오기 전 몸과 마음에 베여있던 슬픔과 우울이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글귀가 비 온 뒤 무지개처럼 마음 한가운데에 떠올랐다.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것이다. - 비비안 그린
비록 우리가 이별과 상실, 고통과 아픔을 피할 수는 없을지라도, 내 안에서 뛰는 심장의 리듬과 박자에 따라, 매 순간 날씨처럼 변하는 삶의 멜로디에 따라 춤을 출 수 있는 삶이라면, 후회 없는 삶이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도 이렇게, 나는 내가 가장 배우고 싶은 삶의 태도와 자세를, 가르치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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