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의 역사를 온몸에 품고 있는 뉴욕. 누군가 살아냈고, 누군가 살아가는 빌딩 숲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 보려 합니다.
 지난 16일, 뉴욕시에서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하늘이 뿌옇게 자욱해진 가운데, 한 보행자가 타임스 스퀘어 인근 42번가를 건너며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캐나다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불로 인한 연기로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 전역과 뉴저지주 일부 지역에 대기질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지난 16일, 뉴욕시에서 캐나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하늘이 뿌옇게 자욱해진 가운데, 한 보행자가 타임스 스퀘어 인근 42번가를 건너며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캐나다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불로 인한 연기로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주 전역과 뉴저지주 일부 지역에 대기질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 UPI/연합뉴스

북미가 뜨겁다. 월드컵 이야기가 아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와 미국 애리조나의 대형 산불을 포함, 현재 북미 300개 이상 지역에서 위협적인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5일, 캐나다의 대형 산불 여파로 오염된 공기는 미 중북부 시카고를 지나 뉴욕까지 덮쳤다. 맨해튼으로 출근하기 위해 기차를 타려는 승객 중 일부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도 보였다. 대기질은 급격히 나빠져 공기질 지수(AQI)가 191(Unhealthy)까지 올라 대기질 위험 주의보가 발동되기도 했다.

16일 오후에도 누런빛이 감도는 하늘과, 안개가 낀 것처럼 뿌연 시야, 그리고 매캐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한때 대기오염 지수가 200을 넘어 위험수준(Air Quality Alert) 알림을 받았다. AQI 수치 200 이상은 위험(Hazardous) 단계에 해당한다.

오죽하면 한국산 마스크를 구하고 있을까

 캐나다 대형 산불 여파로 흐릿한 하늘 사이 붉게 변한 태양이 보인다. 대기오염 주의보가 발령된 지 이틀째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캐나다 대형 산불 여파로 흐릿한 하늘 사이 붉게 변한 태양이 보인다. 대기오염 주의보가 발령된 지 이틀째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 장소영

우리 가족은 뉴욕 맨해튼 인근의 주택 지구에 산다.

AD
지난 월요일, 오랜만에 이웃 한 분에게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혹시 한국산 마스크(KN95)가 있는지 물어왔다. 2023년, 캐나다 산불 여파로 대기오염이 있었을 때 고생을 좀 했었다며, 미리 마스크를 구하고 있단다. CVS(약국)에는 치과용 마스크밖에 없어 내게 연락해 보았다고 한다.

아직 산불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던 나는 부랴부랴 창고에서 마스크를 꺼냈다. 유효기간이 두 달 정도 지난 것도 괜찮으면 필요하신 만큼 그냥 드리고 싶다고 했다. 알아보니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바로 폐기해야 하거나 사용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기능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라 착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맙다고, 더 알아본 후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우리 집 길 건너편에 사시는 여든 넘으신 노부부도 걱정이 되었다. 마침 할아버지가 마당에 나오셨길래 괜찮으신지 여쭙고 마스크에 대해 말씀드렸다. 본인은 괜찮은데 폐암 회복 중인 아내가 걱정이 되어 산불 뉴스를 보고 미리 마스크를 구입하셨다고 한다.

저녁 시간쯤에 맨해튼에서 퇴근해 온 다른 이웃을 만났다. 매캐한 냄새를 맡고 아침부터 누가 바비큐라도 하나 하면서 출근했는데 산불이더라며, 요즘 한꺼번에 안좋은 소식이 터지니 건강 관리 잘하자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웃은 재택근무를 신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7월 들어 뉴욕에 질병 관련 뉴스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마스크, 기저귀 그리고 우산

 캐나다 산불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뉴욕은 16일 대기오염 위험수위인 200AQI를 넘어서기도 했다. 17일 오전 1시 경에는 230AQI까지 치솟기도 했다.
캐나다 산불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뉴욕은 16일 대기오염 위험수위인 200AQI를 넘어서기도 했다. 17일 오전 1시 경에는 230AQI까지 치솟기도 했다. ⓒ 장소영

맨해튼의 대표적인 부촌 '어퍼이스트(Upper East Side)'에서 수십 명이 레지오넬라(Legionnaires)균에 감염되었다. 30개 이상의 건물 냉각탑에서 균이 검출되었고 메트박물관과 구겐하임박물관의 냉각탑에서도 레지오넬라균이 발견되어 긴급 소독에 들어갔다.

호흡기 전염병인 레지오넬라병은 감기나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냉각탑 미스트(분무 형태의 극세 물방울)를 통해 감염된다. 뉴욕시는 관련 지구의 빌딩 냉각탑에 대한 긴급 검사와 소독에 들어갔다.

먹거리에서는 기생충(Cyclospora) 문제가 불거졌다. 설사와 복통을 유발하는 채소 기생충이 원인이 되어 뉴욕주에만 500건이 넘는 발병 보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는 샐러드 특히 로메인(서양 상추), 딸기를 포함한 베리류의 과일 등을 흐르는 물에 꼼꼼히 세척하라는 뉴욕주 보건국의 당부가 있었다. 기생충이 31개 주로 계속 퍼져 나가자 결국 CDC(정부 보건국)의 경고까지 나왔다. 미국의 한 주요 상추 공급업체(Taylor Fresh Foods)는 자사 유통중인 양상추 전량 회수에 들어갔고, CDC와 FDA에서는 유명 식당 체인인 타코벨을 등을 상대로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뒷마당에 작은 텃밭을 두고 상추, 부추, 깻잎, 고추를 비롯한 허브 몇 개를 기르고 있다. 오랜만에 집에 들르겠다는 지인이 있어 텃밭 작물을 드리려고 깨끗하게 세척해 준비했는데, 오시는 분도 직접 기른 텃밭 작물을 나보다 더 많이 가져오셨다.

우리는 서로 "깻잎을 먹지 않는 미국인들에게 깻잎 맛을 알려야 한다" "안된다 그러다 깻잎 씨가 마른다. 우리끼리만 알고 먹자"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지인을 보내고 돌아서려는데 옆집 이웃이 관심을 보였다. 얼른 상추 한 봉을 나누며 코리안 허브인 깻잎을 먹어보겠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자신이 없다면서도 조금 덜어 받아 갔다. 마켓의 채소 코너에 채소들이 쌓였더라는 이야기도 서로 나누었다.

인터넷에는 마스크를 쓰고, 기저귀를 차고, 우산을 쓴 뉴요커들을 묘사하는 그림이 돌고 있다. 레지오넬라균과 산불로 오염된 공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채소기생충 때문에 폭풍 설사를 하고, 눈처림 내리는 재 또는 재가 섞여 내리는 오염된 비를 피하기 위해 쓰지도 않던 우산을 구매해 쓰고 다니는 모습이다.

먹거리도, 호흡도 힘든 뉴욕의 7월. 그러나 산불 진압을 위해 현장에서 고생 중인 분들과 삶의 터를 잃은 피해자들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아무쪼록 캐나다와 미국 애리조나에 큰비 소식이 있길 바란다.




#캐나다대형산불#미국애리조나대형산불#뉴욕대기오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장소영의 숨쉬는 뉴욕

장소영 (u1i1) 내방

의미있는 한 줄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