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소설가로 알려진 황순원 작가의 시인의 면모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황순원 탄생 111주년을 기념한 특별기획전 '방방곡곡 울려라, 황순원 <방가> 전'이 오는 10월 31일까지 문학관 3층 수숫단강당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의 모티브가 된 <방가>는 황순원이 1934년 일본 도쿄 유학 시절 펴낸 첫 시집이다. 소나기마을 함윤미 학예사는 지난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가(放歌)'는 '고성방가'라 할 때의 그 방가로, 크게 널리 울려 퍼진다는 뜻"이라며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간 청년의 울부짖음을 담은 시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글 사용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황순원은 도쿄에서 한글로 시집을 냈다. 이 일로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간 그는 평양경찰서에 붙잡혀 29일간 구류를 당하기도 했다. 그의 부친 역시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평양 시내에 배포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독립 운동가였다.
황순원은 시 <나의 꿈>으로 문단에 데뷔해 모두 104편의 시를 발표했지만, 소설에 비해 그의 시 세계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 돼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방가>의 문학사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1985년 황순원이 마지막으로 직접 교정을 본 판본에 실린 시 15편을 양평 지역 화가 변영미, 소원섭, 양경렬, 이연희, 황한나가 각각 회화로 재해석하고, 이를 지역 영상 디자이너 김다해, 김영미가 모션그래픽으로 제작했다. 2부에서는 1934년 초판본 <방가>의 원문 가운데 5편을 당시 한글 맞춤법 그대로 소개하며 회화와 모션그래픽으로 구현했다. 1, 2부를 합쳐 총 20편의 시가 디지털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함 학예사는 "회화 작가들에게 각 시 편을 전달해 거기에 맞는 그림을 의뢰했고, 이 그림을 모션그래픽으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모니터 21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가운데 20대에서는 시 영상이 상영되고 나머지 1대에서는 김종회 촌장이 <방가>를 해설하는 영상 비평이 소개된다.
그는 이어 "황순원 선생님이 시인으로 문학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관람객이 대부분"이라며 "엄혹한 시대에도 끝까지 시를 놓지 않았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다시 한번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마다 지역 주민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함 학예사는 "지역 주민들은 전시회가 열리면 관심을 갖고, 친구나 지인이 찾아오면 꼭 문학관에 들르시곤 한다"고 말했다. 소나기마을 김종회 촌장은 "황순원의 문학은 소설뿐 아니라 시에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며 "이번 전시가 <방가>에 담긴 시대정신과 문학적 가치를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만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과 회화, 영상 예술을 결합한 이번 융복합 콘텐츠는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양평 문화예술의 창작 역량을 알리는 한편, 젊은 세대에게 황순원의 시 세계를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