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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귀가 슬픈 사람
- 서수찬

나는 아래층 치킨 집 매상을
계단을 밟고 안 내려가 봐도 다 안다
영업이 끝나고
셔터 내리는 소리에
그날 매상의 이력이 다 적혀 있다
나는 장부를 들여다보듯 읽는다
매상이 오른 날의 셔터 소리는 거침이 없이 부드럽게
촤르르 촤르르 내려간다
셔터를 내리는 손길이 부르는 노래가
내 달팽이관에 즐겁게 모인다
매상이 저조한 날에는
셔터가 마지못해 내려오느라
끼걱끼걱 찌그러진 소리를 낸다
내 귀는 얼른 가서
안 내려오려는 셔터를
억지로라도 도와서 내려주고 온다
어쩌자고 치킨 집 주인은
내 귀에다
가게의 비밀을
속속들이 다 적는 걸까

출처_시집 <버스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 시인동네, 2022
시인_서수찬: 1989년 <노동해방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금치 학교> <버스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가 있다.

 들려버린 슬픔을 지나칠 수 없었다.
들려버린 슬픔을 지나칠 수 없었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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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에 딸린 문장은 얼핏 치킨집 주인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적 화자 자신을 향해 있다. 교묘하게 화자는 치킨집 주인에게 행위의 잘못을 돌리고 그에게 푸념을 늘어놓지만, 행위의 주체가 실은 화자 자신임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푸념보다는 일종의 엄살이다. 귀와 듣는 행위가 화자가 말한 것처럼 수동적일까. 그저 들려서 듣는 것이라면 마치 치킨집 주인의 울음소리와도 닮은 "끼걱끼걱 찌그러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 없다. 귀 기울여 자세히 들으려고 하고 들리는 것 너머를 들으려는 능동적 의지가 없었다면 "얼른 가서/안 내려오려는 셔터를/억지로라도 도와서 내려주고" 오는 연민 따위는 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제목의 "슬픈"은 적극적으로 "슬픈"이다. 슬픔은 이웃의 삶의 애환으로부터 오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걸 들을 수밖에 없는, 외면하기 어려운 화자의 태도에 대한 감정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런 운명을 짊어지고 사는 존재이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과 거기서 빚어지는 감정을 다 감당해야 하는 운명, "어쩌자고", 죽음이 아니라 끝끝내 삶을 각오해야 하는, 그런 "슬픈" 운명. (김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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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찬시인#귀가슬픈사람#버스기사S시인의운행일지#한국작가회의#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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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오늘

김근 (hanjak1118) 내방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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