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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폭으로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보유세액도 많게는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가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 변동률과 그에 따른 보유세액을 추정한 결과 강남3구 및 마포, 용산, 성동 등 한강벨트권의 보유세도 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상승이 예상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 아파트 모습. 2026.3.17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큰폭으로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보유세액도 많게는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가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 변동률과 그에 따른 보유세액을 추정한 결과 강남3구 및 마포, 용산, 성동 등 한강벨트권의 보유세도 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상승이 예상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 아파트 모습. 2026.3.17 ⓒ 연합뉴스

"주식 하다가 망하면 OO으로 이사 가려고요."

얼마 전 참여한 점심 접대 자리였다. 주식 투자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옮겨갔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던 한 참석자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이 '망하면 간다'는 그곳에 6년째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 망한 동네에 사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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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 거주지가 밝혀지자, 이번에는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움) 이야기가 시작됐다.

"OO에서 △△까지 어떻게 다녀요? 왕복 3~4시간은 걸리지 않아요?"

함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회사에서 20~30분 안팎 거리에 살고 있었다. 출퇴근길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다며 '삶의 질'이 최고라고 말했다. 모두가 직주근접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걸어서도 출근할 수 있다는 여유를 자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졸지에 나는 '망한 지역에 사는, 삶의 질이 바닥인 사람'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지하철만 편도 1시간 20분, 하루 왕복 3시간 반 정도를 길 위에서 보낸다. 누가 봐도 참으로 긴 통근 시간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4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왕복 1시간 14분이다. 수도권 평균도 1시간 22분 수준이다. 내 통근 시간은 평균의 거의 2.5 배다.

장시간 통근이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나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이직을 고민했던 적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들의 말을 곱씹었다. 그들의 잣대로 보면 내 삶의 질은 낮아야 하지만, 나는 억울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누군가에게는 최선의 선택

 직장은 멀지만, 가족들과 함께 6년 넘게 이 곳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직장은 멀지만, 가족들과 함께 6년 넘게 이 곳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AI 제작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은 6년 전이다. 당시 우리 가족에게 이 집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당시 아프신 어머니를 모셔야 했고, 우리 부부와 초〮중학생 남매, 반려견까지 총 여섯 식구가 함께 살아야 했다. 방 4개가 있는 집을 구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다. 물론 어머니가 다니는 병원과의 거리, 아이들 교육 환경까지 고려했다. 통근 시간도 처음부터 이렇게 길지는 않았다. 내가 4년 전 이직을 해서 시간이 늘어났다.

어머니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도 이 집에서 보냈다. 병원을 오가던 기억도,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도 모두 이곳에 남아 있다. 초등학생이던 둘째 아이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됐다. 이 동네는 결혼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이다. 이제는 우리 가족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망하면 가는 동네'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쉽게 떠날 수 없는 집이다.

한 지인은 이곳을 두고 '집값 욕심 없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사람과 삶의 터전으로 보는 사람의 기준은 같을 수 없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넓고 쾌적한 집에서 각자의 공간을 갖고 살고 있다.

어머니는 잠깐 머물다 먼저 세상을 떠나셨지만, 이 집 곳곳에 어머니와 함께 보낸 소중한 추억이 남아 있다. 나와 달리 아내는 회사가 집과 가까워 두 아이를 돌보는 데도 훨씬 수월했다. 아이들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동네에서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이어갔고, 학업 경쟁도 조금은 덜 치열한 환경에서 여유롭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이 집은 망해서 온 곳이 아니라, 온 가족을 위해 기꺼이 선택한 최선의 장소다. 물론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이사를 온 사람에게는 이곳이 불행의 시작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고민한 끝에 선택해서 온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긴 출퇴근이 내게 남긴 의미

 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AI생성 이미지
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그렇다고 긴 출퇴근이 전혀 문제없다고는 볼 수 없다. 지금도 피곤한 날이 많다. 하지만 반복되는 긴 출퇴근길이 뜻밖에 내게 남겨준 이미지도 있다. 집이 먼 만큼 아침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누구보다 일찍 집을 나서며, 출근 시간에도 여유를 두는 습관이 생겼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멀리서 지각 한 번 안 하고 다니느냐", "정말 부지런하다. 대단하다"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누군가는 긴 출퇴근을 삶의 질이 낮은 삶이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긴 거리를 묵묵히 오가는 모습을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같은 현실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셈이다.

긴 출퇴근을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그 안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했을 뿐이다. 오히려 한정되고 빠듯한 시간 때문에 시간 활용을 더욱 꼼꼼하게 하게 됐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쓴다. OTT도 즐겨보고,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직주근접은 분명 최고의 복지다. 나 역시 회사 근처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마다 다르다. 부모를 돌봐야 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들 교육과 가족의 생활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긴 출퇴근을 감수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타인의 삶도 판단하곤 한다. 회사에서 20분 거리에 사는 사람이 느끼는 만족감은 분명 소중하다. 하지만 왕복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오가며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내 삶도 누군가의 기준으로 쉽게 평가받을 일은 아니다. 삶의 질은 출퇴근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직주근접#통근시간#출퇴근길#가족#삶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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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hani1977) 내방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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