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하나의 작업장이다. 그 안에서는 교사뿐 아니라 다양한 노동자들이 매일 위험과 마주하며 일한다. 사서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서관 문을 열고, 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팔을 뻗으며 서가를 채운다. 과학실무사는 화학약품을 꺼내고 실험기구를 점검하며,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잔여 화학물질을 처리한다. 특수교육지도사는 장애 학생을 학업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밀착 지원하며, 학생들의 감정과 돌발행동까지 온몸으로 받아낸다.
세 직종 모두 근골격계 부담, 화학물질 노출, 감정노동이라는 산업안전보건상 유해 요인을 안고 일한다. 하지만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이 '현업업무'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안전의 울타리 밖 노동자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함께 사서, 과학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를 대상으로 지난 2~3월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각 시도교육청의 산업재해 예방 계획,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규정, 안전보건관리규정, 단체협약 안전보건 사항을 분석하고, 9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12명을 면접 조사했다. 이 연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드러내고, 이들을 안전보건 시스템에 편입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보고서 보기 https://kilsh.or.kr/?p=38758).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1은 공공 행정과 교육서비스업을 법의 '일부 적용' 업종으로 분류한다. 나아가 고용노동부 고시는 이 업종 안에서도 현업업무 종사자와 현업 외 종사자를 구분해 현업업무 종사자는 법 전체를 적용받고, 현업 외 종사자는 산업안전보건법 2장과 3장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업업무'란 교육서비스업 중 초등·중등·고등 교육기관, 특수학교·외국인학교 및 대안학교에서 수업과 행정에 관한 업무 및 이를 보조하는 업무와는 업무형태가 현저히 다르거나 유해·위험의 정도가 다른 업무(고용노동부고시 제2020-62호)를 뜻한다. 학교에서 '현업업무'의 예로는 청소, 시설관리, 조리 등이 제시된다. 책을 관리하고, 약품을 다루고,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업무는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같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바깥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형태의 분류가 가져오는 법적 영향력은 무척이나 크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은 산재 예방을 위해 모든 사업장 노동자에게 필요하지만, 교육서비스업 현업 외 노동자에게는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아도 법 위반이 아니다.
교육서비스업에서도 위험성평가,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등 노동현장의 위험요인 및 부담작업을 조사·평가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은 실시돼야 하지만 현재 주로 현업 종사자를 대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2026.5.1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학교 산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반복 동작, 중량물 취급, 불편한 자세 등 근골격계 부담을 유발하는 작업이 있다면 사업주는 정기적으로 유해 요인을 조사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서비스업에서도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의무 역시 현업 외 직종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하지 않는다. 사서가 매일 반복하는 서가 정리 및 도서 운반, 과학실무사의 실험 준비를 위한 기구 운반, 특수교육지도사가 수행하는 장애 학생 이동 보조와 신체 지지, 이 모두는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해당함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태가 조사되지 않으면, 개선은 시작될 수 없다.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도 마찬가지다. 현업 외 업무라 해도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대상인 유해물질을 취급한다면 진단과 측정을 실시해야 한다. 과학실무사가 다루는 화학약품 중 상당수는 특수건강진단, 작업환경측정 실시 대상임에도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 중이다.
안전보건관리체제에서 적용 제외되는 현업 외 업무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에서 제외돼 이런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낼 통로도 없다.
현업 외 종사자는 왜 여성인가
'현업업무'라는 단어는 중립적으로 들리지만, 이 분류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은 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현업업무 개념은 제조업, 생산직 남성의 노동을 보호 설계의 기준으로 삼아 왔고, 그 기준에서 멀어질수록, 즉 서비스, 돌봄, 행정 지원 등 여성이 집중된 직무일수록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업 외 직종이 덜 위험하다는 전제도 근거가 없다. 서가 작업의 반복 중량 부하는 제조업 공정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과학실무사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시약의 독성은 현업업무 여부와 무관하게 신체에 작용한다. 특수교육지도사의 신체 지지, 이동 보조 작업은 근골격계 부담 작업이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감정노동, 즉 학부모 민원 대응, 학생 지도, 교사와의 관계 조율은 제조업 현장의 물리적 위험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히 심각하게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령과 고시의 개정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업, 현업 외 구분 자체를 교육서비스업에서 폐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도 교육서비스업 적용 범위를 현업 외 직종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현업이 아니니 위험하지 않다'라는 전제는 사실이 아니라 편견이며, 그 편견이 법조문으로 굳어진 것이 지금의 산업안전보건법 구조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현업업무 고시를 다시 검토해 발표한다고 한다. 당장 현업 구분 폐지가 어렵다면,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 사서는 현업 업무에 포함시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단체협약이 법적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노동조합의 지역별 조직력과 교섭력에 따라, 어느 교육청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안전 권리가 달라지는 것은 불평등의 또 다른 형태다.
현업 외 종사자들이 학기 중 몸이 아프고 방학 때마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현업업무와 현업 외 종사자라는 분류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 분류는 제조업 남성 노동을 기준으로 설계된 법이 여성 노동의 위험을 보이지 않게 만든 역사의 산물이다. 책을 나르고, 약품을 다루고, 학생의 신체를 지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법의 바깥에 있었다. 이제는 법이 그들에게 적용돼야 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박은하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노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