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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군 홍동면 비건 식당, 베짱이 부엌. 시골 마을에 생긴 비건 식당에 온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비건 식당, 베짱이 부엌. 시골 마을에 생긴 비건 식당에 온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이재환

'들기름 막국수가 담백해요.'
'건강을 먹은 맛입니다.'

시골 마을에 생긴 채식 위주의 '비건 식당'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8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채식(비건) 식당이 문을 열었다. 마을에 방치되고 있던 빈집을 고쳐서 식당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 마을에 식당이 문을 연 것은 그 자체로도 이례적이다. 게다가 채식 식당이다.

육식이라는 고정 관념을 깬 이 식당의 이름은 '베짱이 부엌'이다. 식당 주인장 말로는 베짱이처럼 게으르게 살고 싶었단다. 하지만 식당을 연 뒤로 게으름은커녕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실제로 식당 앞 유리창에 빼곡히 붙은 후기 글이 이 식당의 인기를 가늠케 했다. 한 주민은 '그냥 하는 말 아니구요. 맛있어요. 돈 안 아까움ㅋ'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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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면은 귀농귀촌인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요즘 이 마을에선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안된 '고기 없는' 식당에 온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네 식당을 키우자'며 응원까지하는 이색적인 풍경도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이 동네 작은 식당에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연화(홍동 주민)씨는 "우리 지역에는 식당이 많지 않다. 그래서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당을 기다려 왔다. 시골에서는 식당 하나가 생기는 것 자체도 반가운 일인데, 채식 식당이라고 하니 더욱 좋았다"라며 "물론 나는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외식을 하다 보면 고기가 들어 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채식이지만 맛이 좋아서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A씨도 "일단 식당 주인이 마을 주민이다 보니 친근하고 믿음이 간다. 이따금 식당에서 마을 주민들을 만난다. 마을 마실방 같은 느낌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 B씨도 "요즘은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유행이다.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식당이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자기 색깔도 분명히 내는 '마을 식당'이 생겨서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채식 위주 식단에 거부감 적은 마을 주민들

이처럼 주민들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식당"이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시골마을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홍성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도 아니다. 여느 시골 지역과 마찬가지로 소비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시골 마을에 채식(비건) 식당을 만든 건 그 자체로 모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당이 문을 연 것은 우연은 아니다. 이 지역에는 환경 문제에 민감한 녹색당원이 200여 명이 있다. 마을 주민들 또한 채식 위주의 식단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홍동에 있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에는 매주 주민들이 모여 '채식 밥상'으로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 홍성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비건 축제도 열고 있다. 축제는 환경단체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가 주관하고 있다. 나름 채식에 특화된 틈새시장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시골 마을에 문을 연 비건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단순히 '개업발'로만 보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김혜진 충남 홍성군 홍동면 베짱이 부엌 대표
김혜진 충남 홍성군 홍동면 베짱이 부엌 대표 ⓒ 이재환

'베짱이 부엌' 대표 김혜진씨는 녹색당 당원이다. 지난 2019년 홍동으로 귀촌했다. 김 대표는 농사의 꿈은 일찍 접었다고 했다. 그 대신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시골에 산다고해서 '농사만 지으란 법'도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채식(비건) 식당이다. 일단 어머니의 손맛을 빌렸다. 주방은 그의 어머니가 맡고 있다. 메뉴는 쌀국수, 들기름 막국수, 냉모밀, 제철밥상, 채소 샤브샤브이다. 식당이 쉬는 지난 13일(월요일) 김혜진 대표를 만났다.

"젊은층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많이 오셨다"

김 대표는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겁을 먹고 일찍 접었다. 홍동은 외부 관광객도 많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단체들이 견학을 많이 온다. 이 분들이 왔을 때 막상 식사를 할 곳이 별로 없다. 홍동에 어울리는 식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마을에 어울리는 식당이 생겼다'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도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건보다는 육식을 즐기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란 고정 관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비건 식당을 열고 보니 젊은 층 뿐아니라, 의외로 농촌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도 많이 오셨다"라며 "쌀국수에 고기가 없는데도 '나도 채소를 좋아해'라며 맛있게 드신다. 채소를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물론 처음이라 운영에 어려운 측면은 있다. 장기적으로는 점심 장사만 하고 저녁에 쉬는 게 목표다. 그래야 식당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마을 주민들과 소통을 하면서 식단을 정하고, 여름 휴가나 쉬는 날도 주민들과 상의해서 정하고 싶다. 마을과 소통을 해야 식당도 지속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베짱이 부엌의 메뉴들
베짱이 부엌의 메뉴들 ⓒ 김혜진 제공


#채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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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공동체를 걱정하는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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