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2025년) 이 지면에 '아, 덥다' 시리즈 다섯 편을 연재했다. 폭염은 단순히 견디는 재난이 아니라 식힐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더위의 원리를 이해해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고 했고, 두 번째 글에서는 젖은 수건 하나가 시원한 이유를 통해 물의 증발이 가장 강력한 자연의 냉방장치임을 설명했다.

이어 물과 바람이 열대야를 줄이는 원리, 맥주잔에 맺힌 물방울에서 찾은 증발냉각의 과학, 그리고 옥상녹화와 빗물, 나무와 바람길을 이용한 다섯 가지 폭염 저감 방법을 소개했다. 자연의 에어컨을 되살리자는 것이 그 다섯 편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폭염은 더 심해졌고, 뉴스는 지난해와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같은 재난문자를 보내고, 사람들은 에어컨을 더 강하게 튼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AD
'도시를 식히는 방법까지 이야기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해 시리즈는 '어떻게 식힐 것인가'​에 집중했지만, '왜 우리 국토 전체가 이렇게 뜨거워졌는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2는 해법보다 먼저 원인을 다시 살펴보려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폭염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만들어진다.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7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7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논도, 산도, 도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폭염의 원인을 열돔이나 기후변화 같은 하늘의 현상에서 먼저 찾는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같은 태양 아래에서도 어떤 곳은 유난히 뜨겁고 어떤 곳은 상대적으로 시원하다. 차이는 하늘보다 땅에 있다.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의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국토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의 논에는 늘 물이 담겨 있었고, 산에는 숲과 계곡이 살아 있었다. 마을에는 개울과 습지가 있었고, 도시에도 흙이 숨을 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태양열을 이용해 물을 증발시키며 주변을 식혀 주었다. 국토 전체가 거대한 자연 에어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논은 해마다 줄어들고, 산은 벌채와 임도 개설로 물을 오래 머금지 못한다. 도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덮으면서 빗물을 곧바로 하수도로 흘려보낸다.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물이 사라지자, 태양에너지는 더 이상 물을 증발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땅과 공기를 달군다. 폭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논은 벼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한여름 물이 담긴 논은 엄청난 양의 물을 증발시키며 태양열을 하늘로 돌려보낸다. 산도 마찬가지다. 나무는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려 잎에서 증산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다. 도시의 흙과 녹지도 빗물을 머금을 때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물이 사라지면 증발은 멈춘다. 증발이 멈추면 태양열은 모두 지표와 공기를 데우는 현열이 된다. 낮에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달구고, 밤에는 그 열이 다시 복사되면서 열대야를 만든다. 폭염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난이 아니라, 오랫동안 물을 잃어버린 국토가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는 물 장부와 열 장부를 잃어버렸다

논을 없앨 때 우리는 쌀 생산량만 계산한다. 산을 벌채할 때는 목재 생산량을 계산하고, 도시를 개발할 때는 경제성과 토지가치만 따진다. 그러나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 땅이 저장하던 물의 가치와, 그 물이 빼앗아 가던 열의 가치다.

논에는 식량 장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빗물을 저장하는 물 장부가 있고, 국토를 식히는 열 장부가 있다. 산에도 목재 장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장부와 열 장부가 함께 있다.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경제 장부는 꼼꼼히 계산하면서도 물 장부와 열 장부는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은 정확하다. 우리가 계산하지 않은 그 장부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반드시 결산되고, 그 청구서는 폭염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렇다면 답도 분명하다.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물이 돌아오면 된다. 옥상에는 빗물을 저장하고 녹화를 늘리며, 도로에는 나무를 심고 빗물을 활용해 표면 온도를 낮춰야 한다. 산에는 물이 천천히 스며들고 오래 머물도록 관리하고, 논은 단순한 식량 생산지가 아니라 국토를 식히는 자연 에어컨이라는 가치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결국 폭염 대책의 핵심은 에어컨을 더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빗물을 빨리 버리는 국토를 빗물이 오래 머무는 국토로 바꾸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장마철에는 홍수를 줄이고, 봄에는 가뭄을 견디며, 여름에는 증발냉각으로 국토를 식힐 수 있다. 홍수와 가뭄, 폭염은 서로 다른 재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하나다. 빗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다.

시즌2가 던지는 질문

지난해에는 '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2에서는 질문을 조금 바꾸려고 한다. 왜 우리 국토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누가, 어떤 제도로 다시 물이 머무는 국토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폭염은 내년에도 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폭염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해법도 하늘이 아니라, 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물을 돌려놓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오마이 물모이 - 아, 덥다 시즌1]
기록적인 폭염, 도시를 시원하게 할 방법 https://omn.kr/2ecex
젖은 수건의 냉각효과를 도시에도 적용해 보자 https://omn.kr/2ef4r
습할수록 더 더운... 식힐 방법은 있다 https://omn.kr/2efhz
도시의 열을 하늘 위로 날려 보내는 방법 https://omn.kr/2efjj
이거 하나로 50℃→28℃ 뚝... 폭염 잡을 다섯 가지 방법 https://omn.kr/2eha7

#폭염#물순환#빗물관리#기후적응#국토관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