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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 충돌로 죽은 동고비7월12일 함양문화예술회관
유리창 충돌로 죽은 동고비7월12일 함양문화예술회관 ⓒ 최상두

지리산 자락을 품은 경남 함양군.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상림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함양문화예술회관이 야생조류들에게는 거대한 '죽음의 유리벽'이 되고 있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투명하게 비추는 대형 통유리는 사람의 눈에는 세련된 건축물이지만, 하늘을 날던 새들에게는 푸른 숲과 하늘이 그대로 이어진 공간으로 보이는 치명적인 함정이다.

 투명 유리창이 선명한 함양문화예술회관
투명 유리창이 선명한 함양문화예술회관 ⓒ 최상두

지난 7월 12일, 기자가 다시 찾은 함양문화예술회관 대형 유리창 아래에는 '동고비' 한 마리가 또다시 차갑게 굳어 있었다. 상림숲을 눈앞에 두고 투명 유리창이 만들어낸 착시를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더욱 참혹한 것은 그 곁의 모습이었다. 지난 7월 3일 취재 당시 발견됐던 조류 충돌 사체는 여전히 수거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방치되어 있었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이미 부패가 진행돼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깃털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체,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새로 쓰러진 동고비. 생명을 존중해야 할 공공시설에서 죽음마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현주소다.

"자주 있는 일"이라면서... 단 1cm의 저감 테이프도 붙이지 않았다

 함양문화예술회관통유리가 많은 시설이고 유리창 충돌 방지 스티커는 없다
함양문화예술회관통유리가 많은 시설이고 유리창 충돌 방지 스티커는 없다 ⓒ 최상두

문화예술회관을 관리하는 함양군 문화시설사업소 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시설관리 담당자 역시 조류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빠른 시일 내에 조류 충돌 저감시설을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심지어 "당장 전체 예산이 부족하다면 새들이 자주 부딪히는 하단부부터라도 우선 설치하겠다"며 구체적인 임시방편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약속 이후 시일이 흘렀음에도, 12일 현재까지 현장에는 저감 스티커나 버드세이버 등 어떠한 조류 충돌 저감시설도 설치되지 않았다. 말뿐인 면피용 약속이 이어지는 사이, 결국 또 한 마리의 새가 같은 장소에서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다.

 물총새 7월3일 발견된 유리창 충돌로 죽은 흔적
물총새 7월3일 발견된 유리창 충돌로 죽은 흔적 ⓒ 최상두
"우린 모른다" 부서 간 '핑퐁 행정'

더 큰 문제는 행정의 고질적인 '책임 떠넘기기'와 무관심이다. 생태계 보호와 야생동물 관리를 책임져야 할 함양군 환경정책과 담당자는 기자의 취재에 "그건 시설팀에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7월6일 현장확인 참새는 썩어 깃털과 뼈만 남아 있어ㅛ다
7월6일 현장확인 참새는 썩어 깃털과 뼈만 남아 있어ㅛ다 ⓒ 최상두

부서 간 역할 구분을 핑계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현장의 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온몸으로 유리창에 부딪히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7월 3일에 죽은 새가 뼈만 남을 때까지 사체조차 치우지 않는 무책임함은 부서 간 '핑퐁 행정'이 낳은 적나라한 결과물이다.

 야생조류 충돌 방지 규격
야생조류 충돌 방지 규격 ⓒ 국립생태원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거창한 예산이나 대규모 공사 없이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라고 입을 모은다. 새들은 높이 5cm, 폭 10cm 미만의 좁은 공간은 통과하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른바 '5×10 규칙'이다. 유리창 외부에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은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불투명 필름을 붙이는 등 작은 관심과 배려만으로도 충돌 사고의 90% 이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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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없다면 하단부라도 하겠다"던 약속은 결국 의지의 문제였던 셈이다.

상림공원은 함양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이자 수많은 철새와 텃새가 살아가는 평화의 터전이다. 그 입구에 서 있는 함양문화예술회관이 더 이상 '새들의 무덤'으로 불려서는 안 된다. 부패해 뼈만 남은 사체와 그 옆에 새로 쓰러진 동고비의 죽음은 함양군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인재(인재)다.

"자주 있는 일"이라는 말은 반복되는 죽음을 당연하게 방치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핑계나 말뿐인 약속이 아니다. 함양군과 문화시설사업소는 조류 충돌 저감시설을 조속히 설치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인간의 조그마한 배려와 실천 하나가 지금도 쓰러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수달아빠’로 불리며 지리산 엄천강 일대에서 야생동물과 하천 생태를 기록하고 있다. 수달과 철새의 삶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며,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함양군#유리창충돌#상림공원#지리산#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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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엄천강변에 살며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천강 주변의 생태조사 수달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냥 자연에서 논다 지리산 엄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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