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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생긴 불안장애로 일상의 영역이 좁아진 사람이 도전하지 못했거나 도전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는 이야기를 씁니다.
지난 6월 말, 양화한강공원에서 처음 야외 요가를 해 봤다. 계획에 없던 시도는 친구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사실 올해 초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 목록을 작성했다. 처음으로 고속도로 운전하기, 혼자 영화관 가기, 약 없이 혼자 비행기 타기. 누군가에겐 쉽게 해볼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내게는 한 달에 한 번 큰마음을 먹고 도전해야 하는 과제였다. 다행히도 세 가지 도전 모두 무사히 해낼 수 있었다.

불안장애의 정도나 증상을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말한 적이 없기에,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친구가 적잖이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몰라서 미안하다"라는 위로와 도전을 응원해 줬다. 다만, 한 친구가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꼭 그 도전을 다 해내야만 하는 거냐"고 조심스레 반문했다. 불안장애가 없는 자신도 혼자서는 고속도로 운전하기는 쉽지 않다며,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는 않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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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이 맞았다. 그동안 하나씩 해나가겠다며 야심 차게 작성한 여러 도전은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어야 했다. 이 도전 자체가 무언가 '해야만 한다'는 또 다른 압박이 되어서는 안 됐다. 도전 체크리스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기보다 불안을 완화하고 안정을 자주 느끼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래서 이번 달에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는 도전 대신, 일상에서 꾸준히 이어오던 불안 완화 루틴에 조금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나가던 요가 수업의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동작

 야외 요가의 묘미
야외 요가의 묘미 ⓒ kikekiks on Unsplash

주변에서 꽤 여러 번 요가를 추천했는데, 시작을 잘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3월, 불안장애에 도움이 될 거 같아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불안할 때마다 몸의 긴장과 호흡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가가 도움 될 거 같았다. 이번에는 운동이 아니라 치유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요가 수업을 등록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요가도 달라졌다. 예전에 요가를 해봤을 때는 동작이 잘 되지 않아 꽤 스트레스받았다. 이번에는 오로지 내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요가 그 자체를, 그러니까 들이마시고 내쉬며 한 동작 한 동작 이어가는 걸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요가의 정석, 근지구력 기르기'에 탁월한 걸로 알려진 하타요가에서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정성을 다하며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세 간 전환의 리듬과 호흡을 중시하는 빈야사나 요가계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라고도 불리는 아쉬탕가를 하다 보니, 음악과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자연스레 잡다한 생각이 사라졌다.

수업이 끝나고 '사바사나' 자세를 하기 위해 매트 위에 누웠다. 내 몸이 가장 편안한 자리를 찾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한 시간 동안 동작과 호흡에 집중했던 몸이 천천히 이완되는 게 느껴졌다. 긴장의 시간이 떠올랐다. 드라마 작가로 원고를 쓰며, 제작진과 소통하며, 그리고 일상 여기저기서 늘 몸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하며 살아온 내가 거기 있었다.

모처럼 긴장을 내려놓는 시간, 근육이 풀어지는 감각이 반가웠다. 몸이 편안해지니 마음도 조금씩 따라왔다. 한 시간의 수업을 잘 보냈다는 작은 자신감은 남은 하루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이어졌다. 이 기분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다시 요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지난 6월 말 난생처음 야외요가를 신청했다.

한강공원에서 요가를

 첫 야외 요가의 경험.
첫 야외 요가의 경험. ⓒ 이슬

양화한강공원에 도착하니 푸른 잔디밭 위에 놓인 몇 개의 요가 매트가 눈에 들어왔다. 더운 날이었지만 그늘 아래는 시원했고, 바로 앞 한강 풍경은 근사했다. 강사는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맞춰 세심하게 수업을 이끌었다. 가끔 매트 위로 벌레가 기어 올라오기도 했지만, 동작에 집중하느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야외요가는 뜨거운 햇볕과 벌레 같은 번거로움을 충분히 감수할 만큼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에어컨 바람 대신 자연의 바람이 뺨을 스쳤고, 음악 대신 새소리와 풀잎 스치는 소리가 귀를 채웠다. 태양 경배 자세를 하며 고개를 들 때면, 하늘이 온통 내 것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려던 순간, 강사는 주변을 둘러보기보다 한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으라고 했다. 요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깥의 풍경이 아니라 내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요가를 하며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통제할 수 없는 바깥의 불안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통제할 수 있는 내 몸의 상태와 내 안의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 요가는 매번 그 연습을 반복하는 시간이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던 걸까. 90분의 야외 요가 수업이 끝났지만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강사는 각자 어려워하는 동작을 하나씩 봐주며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머리서기(팔·어깨·코어의 협응과 균형감각이 필요한 역자세)나 까마귀 자세(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을 팔(상박) 위에 올려 몸을 띄우는 자세) 같은 고난도 동작은 엄두도 못 냈지만,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비둘기 자세(골반 주변의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트레칭) 변형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앞서 시도했던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거창한 도전은 아니었다. 그저 내 루틴을 이어갔을 뿐인데, 그 안에서도 작은 성취가 만들어졌다.

 야외요가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야외요가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 이슬

첫 야외요가는 대단한 큰 도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대신 일상을 조금 더 넓혀가는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심장을 가장 떨리게 했던 도전보다, 이런 평범한 루틴이 내 몸의 긴장을 풀고 불안을 다독이는 데 더 큰 힘이 되어주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불안장애를 극복하려면 큰 용기와 대단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한 발짝을 내딛기 위해 그런 순간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던 건 사실 매일 요가 매트를 펴고 호흡으로 돌아오는 작은 선택 덕분이었다. 극복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 평범한 하루를 반복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안에서 조금씩 극복할 마음의 근육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그러니 그저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작은 선택을 해가며,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싶다.

#요가#야외#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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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안 길들이기

이슬 (storytella) 내방

드라마 쓰는 스텔라. 고양이 두마리의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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