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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뜨거운 계절에 연꽃테마파크에서 활짝 핀 연꽃은 '비움'과 '위로'를 함께 전한다.
가장 뜨거운 계절에 연꽃테마파크에서 활짝 핀 연꽃은 '비움'과 '위로'를 함께 전한다. ⓒ 김홍의
장맛비가 내리고 끈끈한 날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저마다 비와 더위를 피할 곳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장 무더운 계절에 오히려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이 있다. 진흙 속에서 올라와 한낮의 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꽃, 바로 연꽃이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계절, 연꽃을 사진에 담기 위해 10일 경기도 시흥의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찾았다.

연꽃은 빛을 반사하고, 연잎은 빛을 머금는다

 어둠을 머금은 짙은 연잎 사이로 홀로 빛을 반사하며 선명한 색을 드러낸 홍련의 모습.
어둠을 머금은 짙은 연잎 사이로 홀로 빛을 반사하며 선명한 색을 드러낸 홍련의 모습. ⓒ 김홍의
매년 여름이면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 연꽃을 찾아 사진을 담는다. 나뿐 아니라 사진기를 들고 꽃을 따라다니는 이들에게 여름은 단연 '연꽃의 계절'이다. 연꽃을 렌즈에 담을 때면 단순히 꽃의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꽃과 잎 사이에 담기는 빛의 농도까지 바라보게 된다.

​물 가까이 핀 수련은 수면과 함께 반짝이고, 길게 꽃대를 세운 연꽃은 하늘을 배경으로 색을 드러낸다. 연꽃은 빛을 반사하고, 연잎은 빛을 머금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색과 그림자는 사진 속 여백을 완성한다. 연꽃 사진을 담는 즐거움은 빛과 그림자, 채움과 비움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시선을 옮기는데 있다.

 550년 전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연꽃이 도시의 문화가 되었다.
550년 전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연꽃이 도시의 문화가 되었다. ⓒ 김홍의
이 아름다운 풍경의 시작인 관곡지는 1986년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된 작은 연못으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550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곳이다. 이곳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였던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꽃 씨앗 '전당홍'을 처음 심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연꽃은 세월을 건너 한 도시의 문화가 되었다. 오늘날 시흥시의 연성동과 연성초, 연성중학교, 지역의 대표 향토축제인 '연성문화제'라는 이름에도 연꽃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시흥시는 이러한 역사성과 상징성을 기리기 위해 관곡지 주변 약 19.3ha 규모의 논에 대규모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이곳이 오늘날의 시흥 연꽃테마파크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따라 여름이면 전국에서 시민과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활짝 핀 연꽃과 꽃잎을 떨군 연밥.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활짝 핀 연꽃과 꽃잎을 떨군 연밥.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 김홍의
아침 8시, 연꽃테마파크에 도착하니 아직 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연꽃과 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가장 화려하게 핀 연꽃 앞에서 카메라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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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절정의 순간만을 사진에 담지 않는다. 이제 막 흙탕물을 뚫고 올라온 봉오리도, 제 역할을 다하고 꽃잎을 떨구는 연꽃도 같은 마음으로 기록한다. 피어나는 꽃에는 시작의 설렘이 있고, 지는 꽃에는 시간을 채워낸 흔적이 있다. 프레임 안에서 그 모든 순간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두 풍경을 함께 바라보다 문득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전성기만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 여기지만, 시작하는 시간도 저무는 시간도 모두 인생을 이루는 여정이다. 연꽃은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을 통해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워낼 줄 아는 연잎과 활짝 핀 홍련의 풍경. 오래피기 위해 때로는 비워내야 한다.
비워낼 줄 아는 연잎과 활짝 핀 홍련의 풍경. 오래피기 위해 때로는 비워내야 한다. ⓒ 김홍의
연꽃은 오래 바라볼수록 꽃보다 삶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지만 제 색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맑은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겹쳐 보인다.

​특히 연잎 위에 맺힌 물방울은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는다. 투명한 물방울은 연잎 위를 맴돌며 조금씩 몸집을 키우지만, 연잎은 결코 욕심내지 않는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품다가 무게를 넘어서면 미련 없이 또르르 흘려보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요즘 무엇을 오래 붙들고 있을까.'

​우리는 종종 삶의 모든 무게를 혼자 감당하려 한다. 책임도, 관계도, 불안도, 미래에 대한 조급함도 끝까지 끌어안은 채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까지 지쳐버리며 좌절해 버린다. 연잎 위 물방울은 오래 피어나기 위해서는 때로는 비워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연꽃이 건네는 한마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푸른 연잎 사이로 찬란하게 펼쳐진 연꽃이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라 말한다.
푸른 연잎 사이로 찬란하게 펼쳐진 연꽃이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라 말한다. ⓒ 김홍의

연꽃은 밤새 꽃잎을 다문 채 숨을 고르다가 해가 떠오르면 천천히 꽃잎을 연다. 그리고 태양이 머리 위로 높이 떠오를수록 더욱 찬란하게 자신을 펼쳐낸다. 가장 뜨거운 한낮에 가장 당당하게 피는 꽃이다.

​그 강인한 생명력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편안해진다. 견딜 수 있는 무게만 짊어질 줄 아는 지혜와 뜨거운 볕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내는 당당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연꽃의 꽃말은 '당신은 아름답습니다'이다. 이 꽃말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세상 속에서 작아진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준다. 흙탕물에서도 당당하게 피어나는 모습과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라는 꽃말만으로도 연꽃은 충분한 위로가 된다.

 흐릿하게 스쳐 가는 수많은 인연 속에서 제 계절을 기다리며 아름답게 피어 있는 연꽃.
흐릿하게 스쳐 가는 수많은 인연 속에서 제 계절을 기다리며 아름답게 피어 있는 연꽃. ⓒ 김홍의
연꽃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연(蓮)'이라는 글자가 사람 사이의 '인연(因緣)'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도 저마다의 시기가 있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인연이 평생의 벗이 되기도 하고 애써 붙잡으려 했던 관계가 한순간 멀어지기도 한다.

꽃이 제 계절을 기다리듯 인연 역시 때가 되어야 비로소 삶에 닿는다. 연꽃의 꽃말이 '당신은 아름답습니다'인 것처럼, 자신의 계절을 아름답게 가꾸다 보면 아름다운 인연도 조용히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 피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맑은 백련의 모습.
해마다 같은 자리에 피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맑은 백련의 모습. ⓒ 김홍의
대견하게 피어난 연꽃 앞에서 조용히 혼잣말을 건넨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 피어나는 꽃이지만, 그 꽃을 바라보는 나는 매년 조금씩 달라져 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연꽃만 담긴 것이 아니었다. 그해를 살아낸 내 마음도 함께 기록되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연꽃은 한 철 피고 지는 여름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거울이 되었다.

​시흥 관곡지의 연꽃은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중순(혹은 하순)까지 절정을 이루고 늦여름까지 은은한 풍경을 이어간다. 이곳에서는 백련과 홍련뿐 아니라 수련, 가시연꽃, 빅토리아 등 다양한 수생식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마음이 지쳐 있었다면 이번 여름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연잎 위 물방울을 또르르 흘려보내는 연꽃은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 짊어져도 괜찮다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숨 가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연꽃테마파크로 여행하기를 권한다.
숨 가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연꽃테마파크로 여행하기를 권한다. ⓒ 김홍의

[시흥 연꽃테마파크 방문 정보]
- ​장소 : 시흥 관곡지 / 시흥연꽃테마파크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로 139)
- ​입장료 : 무료
- ​주차 : 연꽃 개화기에는 도로 갓길 무료 주차가 가능하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이른 아침 방문을 권장합니다.
- ​관람 시기 : 7월 중순 ~ 9월 중순(8월 중·하순 절정)
-기타 : 연꽃테마파크는 그늘이 거의 없는 넓은 평지로 양산이나 모자, 시원한 생수를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흥관곡지#시흥연꽃테마파크#연꽃의비움#인문학여행#여행이주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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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으며 주로 담는 사진은 여행사진입니다. 하지만, 여행뿐만이 아니라 봉사활동, 직장인 공연 활동, 사회인 야구단 등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양한 사진과 이야기를 담는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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