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이유와 당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4선 이상 60대 남성.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유력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세 명 후보의 공통점이다. "그 판에 균열을 내겠다"라며 재선의 40대 여성 의원인 고민정 의원이 8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직후인 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만난 고 의원이 자주 언급한 단어는 '도전'과 '용기'였다. 그는 "기존 거론되던 세 분이 다 대권 주자인데, 거기서 재선의 젊은 여성 의원이 얼마나 표를 얻겠냐는 걱정과 만류가 주변에서 많았다. 실패에 도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싶었지만 일단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며 "제가 먼저 길을 열면 물길이 또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계기로 최근 당 내 계파 사이에 공방이 오가며 '멸칭'까지 등장한 일을 꼽았다. 그는 "제1야당이 민주당을 향해 써도 분노할 단어들이 같은 당 안에서 오가는 게 '제 살 깎아 먹기' 같았다", "당 지도부가 초기에 차단을 못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데, 다행히 두 분 전현직 대통령이 만나 가이드를 쳐주셨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지만 당권 경쟁 과열 양상은 여전하다. 고 의원은 다른 3명(김민석·송영길·정청래) 주자들을 향해 "세 분 모습은 어떻게 하면 더 표를 많이 얻을지와 손익 계산을 향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감기약을 먹었는지 아닌지, 족보와 적통 등을 비롯한 비생산적인 논쟁은 멈춰주시라"고 요청했다. 이게 바로 "2030세대가 딱 싫어하는 모습"이자 "국민들 눈에는 비전 경쟁 아닌 대권 싸움으로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 의원은 '의원 줄 세우기'를 지양하겠다며 캠프 없이 뛰겠다고 했지만, 타 후보에 비해 국회의원 당선 횟수가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그는 "청년의 장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고, 저의 가장 큰 장점도 그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경험했고, 이재명 대표 시절 비공개 회의에서 대표와 정책 논쟁으로 합의를 도출해봤다. 국회가 정부를 어떻게 서포트해야 할지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있다"고 어필했다.
KBS 아나운서였던 2017년에 인재영입 1호로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한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고, 21대 총선 서울 광진구을 지역에서 오세훈 후보를 이기고 당선,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등 활약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어떤 사안이 됐든 치열하게 싸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고 의원과 9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젊은 민주당 만들려면 40대 당사자가 나서야... 지난 정청래 1년, 깜깜한 터널 같았다"
▲고민정 일침 "동지애는 어디 갔나... 국민은 안 보이고 권력 싸움만"
유성호
- '유일한 40대, 유일한 여성 후보'로 소개된다. 정치를 하는 데 있어 여성이라는 성별은 장점인가 단점인가.
"장점이라 본다. 10여 년 해왔는데, 하면 할수록 정치엔 여성이 잘 어울리고 맞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정치가 결국 국민 삶의 문제를 받아 안아서 해결하는 거라, 공감 능력이 확실히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능력이 있다. 나아가 설득과 소통에서도 여성이 잘하는 것 같다. 실제로 유럽 의회에 가보면 6 대 4 정도로 여성이 많은데, 한국은 아직 8 대 2로 대표성이 적어 아쉽다."
- 주변에서 많이들 반대하고 말리기도 했다는데,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반대의 요지는 재선의 젊은 여성이 얼마나 표를 얻겠냐는 거였고, 저도 그랬다. 머릿속으로 표 계산만 한 거다. 하지만 최근 인간이 AI(인공지능)보다 무엇이 뛰어날지, 어떻게 AI를 넘어설지 고민하던 와중에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미국 인종차별을 다룬 고전소설)을 읽다가 아래 구절을 발견했다.
'용기란 실패할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시작하는 게 용기다'. 용기를 내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내는 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젊은 민주당'을 만드는 건 결국 당사자들이 나서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40대인 내가 먼저 길을 열면 다음에 그 물길이 또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 지난 1년 간 정청래 지도부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깜깜한 터널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어디론가 가기는 가는데, 어느 방향으로 무엇을 향해 가는지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일 거다. 충분히 올려놓고 토론할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그 중요한 뉴스조차도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합당한다', 최고위원들도 20~30분 전에 알았다는 거잖나. 옛날 방식이다. 이재명 정부 탄생은 범진보 진영의 열망 덕에 가능했는데 진보당·조국혁신당 등과의 연대 논의가 있었는지 아쉽다. '속 시원히 연대했다'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당이 주도할 사안이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
- '당내 분열 상황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의원으로서 가장 크게 문제의식을 느꼈던 장면이 있다면?
"서로를 향한 멸칭 사용이었다. 그런 멸칭을 서로 쓰는 걸 봤을 때 정말 큰일 났구나 싶었다. '제 살 깎아 먹기'라고 본다. 당 지도부가 초기에 차단하고 정리했어야 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 이런 건 처음 한 번 물꼬가 트이면 그 다음은 더 쉽거든. 다만 다행스러운 건 두 분 대통령이 만나서 '멸칭 자제'라는 가이드를 주셨기 때문에 지금 다소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 전당대회 과열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후보가 아니더라도 주변 의원들의 대리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런 갈등을 어떻게 미래 비전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제 멸칭은 자제하는 듯한데, 격화돼있는 날카로움은 여전한 것 같다. 세 분 다 386때부터 시작해서 686까지 지금 정치를 하신 거잖나. 상대방의 허물이나 잘못을 감싸주는 게 진짜 동지 아닌가. 그런데 늘상 얘기하셨던 동지 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가 국민을 향해 있는지 내 이득을 향해 있는지는 다른데, 지금은 대권 싸움만 하고 있는 듯 하다.
미래세대가 고민하는 일자리와 전월세 대책 논쟁은 찾기 어렵다. 저도 약 25년 월급 받으며 살았지만 여전히 집이 없다. 서울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평생 전월세로 살아야한다. 그 와중에 지금 감기약을 먹었냐 아니냐, 적통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가. 대권 주자들이 먼저 비생산적 논쟁을 멈춰달라. 당의 자산인 분들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더 잘 성공시킬지 토론했으면 좋겠다."
- 타 후보들 비해 상대적으로 체급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가 21대 총선 때 오세훈 후보와 붙었을 때 똑같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 제 생각은 '뭐든 처음이 없는 시작은 없다'는 거였다. 일례로 지금 나온 다른 후보들도 30대부터 뭔가를 하셨지 않나. 미국 뉴욕의 조란 맘다니 시장은 30대 초반이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40대에 대통령을 했다. 만약 정치 경력이 많아야만 능력이 있는 거라면 정치는 다 다선 의원들이 해야만 하나. 한편 제 가장 큰 장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저를 통해서 더 많은 젊은 정치인들이, 나아가 다른 청년들이, 실패가 보여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좀 내셨으면 좋겠다."
"2030을 가르치려 했던 민주당... 끝까지 도전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은 "청년의 장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고, 저의 가장 큰 장점도 그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경험했고, 이재명 대표 시절 비공개 회의에서 대표와 정책 논쟁으로 합의를 도출해봤다. 국회가 정부를 어떻게 서포트해야 할지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 유성호
- 직전 서울시장 선거 때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후보를 70% 가까이 지지했다. 이유가 뭐라고 분석하나.
"가르치려 한 것. 민주당 기저에 깔린 '너는 잘 모르잖아, 내 말 들어' 같은 게 2030 마음을 떠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나아가 직전 선거에서 가장 위험하게 본 건 20대 30대의 여성들의 민주당 지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30 모두가 다 멀어지고 있다는 거다. 그들이 아주 세게 소리를 친 거고 '기득권 민주당' 거부감이 갈수록 커진다는 건데, 어떻게 다시 데려올지 고민해야한다. 일례론 앞서 말한 전월세 대책, 나아가 주식을 살 수조차 없는 저 청년들의 자산 격차를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공격적이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된다."
- 고 의원이 말한 '언제까지 686이어야 하느냐'란 발언이, 한편으론 당을 세대로 가른다거나 과거 선배 정치인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걸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선배 정치인들의 공로를 인정하되 그걸 좀 넘어서는 역할을 해보겠다는 게 생각이다. 그분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되 젊은 세대로서 저희가 할 일은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본다. 어줍지 않지만 제가 당대표를 해보겠다고 나선 것 또한 당 간판이 바뀌고 젊은 정당이 되길 바라는 정치인이 있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제가 만약 장렬하게 전사하더라도 그 흔적이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청년 정치인들과 외부에 보여지리라는 절실함이 있다."
- 이번 당대표 선출 관련 전당대회준비위의 선호투표제 결정을 두고 불공정, 불투명하다고 했다. '당헌당규 위반이다', 한쪽에선 '전준위에 따라야 한다' 등 주자들 간 의견이 갈리는데.
"선호투표제로 가든 결선투표제로 가든 저는 그 유불리에 관심 없다. 어떤 것이든 정해지는 대로 따를 거다. 다만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거다.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가 있으면 먼저 공론화가 돼야 한다. 언젠가부터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깜깜한 터널에 있는 것 같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논의가 됐다면 갑론을박 의견이 오갔을 거다. 당원들도 고민을 하겠지. 그렇게 해서 전준위가 결정을 했더라면 누구든 따랐을 거다. 그런데 그런 중간과정이 지금 다 사라져 버렸다.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 보완수사권(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냐 보완수사요구권(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하는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데 고 의원의 견해는? 광주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경찰 유착 의혹으로 인해 보완수사권 존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으로 가는 건 의총을 거쳐 정해진 거라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 토론 할 부분은 경찰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견제할 것이냐다. 보완수사권 논쟁은, 애초 검찰 권력이 비대해져 피해자들이 나왔기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 결과로 경찰에 너무 많은 권한이 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국가경찰위원회 같은 걸 어떻게 실질화할 건가, 시민 통제 등 경찰 견제 장치를 어떻게 할지를 논쟁해야 한다."
- 앞서 '계파를 지양한다'고 했지만, 당내 선거는 현실적으로 어느 계파에 속하느냐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계파 없이 당원들 마음과 지지를 어떻게 얻을 건가.
"당원들은 지난 10년 동안 제가 걸어왔던 길들을 보시면서 판단하실 것이다. 지금 이 기사를 통해서도 평가하고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건 줄 세우기를 통한 세력 과시다. 그런 계파 정치로 미래를 열 수는 없다고 본다. 정치인은 자기 목소리와 정치력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당원들도 생각이 있고 보는 눈이 있다. 줄 세우기를 한다고 더 많은 지지를 얻을 거라 보지 않는다. 눈 밝은 당원들을 믿으려 한다. 이번엔 제가 그 분들을 찾아가려고 한다. 가장 먼저는 민주당 당원이라는 걸 밝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대구와 경북에 가려 한다. 먼저 찾아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민주당 당원으로 계신지, 앞으로 민주당에 뭘 바라는지를 들을 예정이다."
-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제가 40대고 여성이라는 것, 또 문재인 정부에서 대변인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친문'임을 부정하기도 어렵고 또 부정할 생각도 없다. 다만 어떤 사안이 됐든 치열하게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실패할 줄 알면서도 도전한, 먼저 길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사람 정도로 기억될 수 있으면 감사할 것 같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이 "어떤 사안이든 치열하게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알면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