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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행상 트럭, 카미오네타가 산간마을의 일상에 필요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싣고 다니며 판다. . 메스칼도 그 품목 중의 하나. 메스칼 한 잔씩을 나누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주처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
행상 트럭, 카미오네타가 산간마을의 일상에 필요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싣고 다니며 판다.. 메스칼도 그 품목 중의 하나. 메스칼 한 잔씩을 나누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주처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 ⓒ 이안수

육아는 수행

가족 단톡방에는 매일 아들과 며느리 부부의 첫 딸, 이수의 육아 분투기가 올라온다. 가족 모두가 각기 다른 지역에 흩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육아 경험이 없는 이수의 고모들에게는 육아의 희로애락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외국을 떠돌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첫 손녀의 성장에 손길을 보탤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 주는 소중한 연결고리다.

"돌고래처럼 높은 음으로 우는 소리를 안고 계속 들으면 정말 집을 나가고 싶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랑으로 대하려고 수행 중입니다. 진짜 부모가 되는 길은 수행의 길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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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유를 알 수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숨이 넘어갈 듯 울 때의 엄마 아빠 하소연, 먹고 싶어서도, 자고 싶어서도 아닌데 안아도 눕혀도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의 당혹감을 털어놓는 곳이기도 하다.

"이수가 나중에 효도할 날을 생각하면서 힘내세요~"

고모들이 하소연을 받아주면 단톡방은 잠시 잠잠해진다.

손녀 이수가 생후 107일 만에 첫 뒤집기를 성공하는 순간. 손녀 이수가 생후 107일 만에 첫 뒤집기를 성공하는 순간. 이수가 누워서 천장만 보는 시간을 살다가 마침내 뒤집기를 통해서 바닥을 보고 고개를 들어 전면을 보는 신세계를 경험하듯이 우리도 배운 지식에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삶을 통해 그들의 지혜를 경험하려고 한다.
손녀 이수가 생후 107일 만에 첫 뒤집기를 성공하는 순간.손녀 이수가 생후 107일 만에 첫 뒤집기를 성공하는 순간. 이수가 누워서 천장만 보는 시간을 살다가 마침내 뒤집기를 통해서 바닥을 보고 고개를 들어 전면을 보는 신세계를 경험하듯이 우리도 배운 지식에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삶을 통해 그들의 지혜를 경험하려고 한다. ⓒ 이안수

이수의 첫 뒤집기

"이수, 첫 혼자 뒤집기 성공!"

백일에 우리만 빠진 가족 모임 사진을 받아본 지 이레째 되는 날, 이수의 첫 뒤집기 성공 순간이 담긴 홈캠 영상이 올라왔다. 딸과 아들 셋을 키워온 아내도 그 모습을 보며 마치 처음인 것처럼 감격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이렇게 하나씩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매일 해가 뜨나 싶구나. 목에 힘이 생기고 나서야 뒤집기를 하고, 뒤집은 뒤 숨이 막히지 않으려 먼저 고개를 들 수 있을 때를 기다린 거군. 모든 것이 이렇게 하나하나, 이치에 맞게 순서대로 이루어지는구나."

나도 이수의 안간힘에 숙연해졌다.

"이수는 매일매일 역사를 만들어가는군. 이 뒤집기 성공을 위해 그렇게 엄마젖을 먹고, 울고, 다시 시도하고, 마침내 성공했구나! 대단해! 이수~"

부모의 관찰기가 다시 올라왔다.

"처음으로 뒤집기에 성공한 뒤, 몇 번 실패하더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뒤집어요. 자고 싶어 해서 눕혀놓으니깐 뒤집고… 그 이후로 뒤집기 성공률이 50% 정도로 올랐어요. 목과 어깨, 등 근육 발달을 위해 터미 타임(Tummy Time)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한 번의 성공이 중요하다. 그 한 번의 성공 경험이 몸에 새겨지고, 이후에는 그 노하우를 몸과 뇌가 함께 기억하며 성공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뒤집기 영상의 묘한 끌림 때문에 몇 번을 돌려보았다.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 체중을 활용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근육과 체력이 먼저 만들어진 다음 뒤집기가 이루어졌다. 뒤집기에 성공하고 스스로도 기뻤겠지만 본능적으로 "부모님, 나 해냈어요!"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이수 부모에게 당부 하나를 더했다.

"아이는 칭찬으로 성장한다. 모든 시도들에 대해 성공은 물론, 실패도 칭찬해 주도록 해라. 마지막 실패는 성공으로 한 계단 더 다가선 실패이니 사실 모든 실패는 성공의 일부다."

이수 부모가 뒤집기 성공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이렇게 성장했겠구나 싶었다. 우리가 모르는 기억 속에는 원인 모를 울음에 당혹해했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첫 뒤집기에 기뻐하셨을 부모님들의 모습이 쌓여있겠다.

어느 날은 호박전을, 또 어떤 날은 수제비를... 아내는 호스텔 여행자들에게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내놓곤 한다. 낯선 사람과의 연결에 음식은 좋은 징검다리이다.
어느 날은 호박전을, 또 어떤 날은 수제비를...아내는 호스텔 여행자들에게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내놓곤 한다. 낯선 사람과의 연결에 음식은 좋은 징검다리이다. ⓒ 이안수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는 더 쉽게 마음을 연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구스티나는 호박전을 함께 나눈 다음날 아르헨티나의 국민 음료인 '마테'를 만들어 도구와 음용법까지 설명해 주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는 더 쉽게 마음을 연다.아르헨티나에서 온 아구스티나는 호박전을 함께 나눈 다음날 아르헨티나의 국민 음료인 '마테'를 만들어 도구와 음용법까지 설명해 주었다. ⓒ 이안수

이수도 이토록 매일이 치열한데

매일 천장만 보던 이수가 뒤집기를 성공한 뒤로는 이제 사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날 이후,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이수가 뒤집기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 자리 잡았다. "이수도 이토록 매일이 치열한데..." 아내도 나도 그날 이후 행동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의 문도 더 활짝 열렸다. 한 번도 발 디딘 적 없는 영역을 더듬어 탐험하고 교류의 폭도 넓혔다.

아내는 마을을 산책하다 숙소를 찾는 여행자가 있으면 이 호스텔로 데리고 온다. 때때로 애호박과 밀가루를 사다가 호박전을 부쳐서 호스텔 모든 사람들과 나눈다. 멕시코의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북미와 남미, 유럽에서 온 이곳 한 지붕 아래의 여행자들은 처음 맛보는 전을 통해서 프랑스에서 온 로만(Roman)은 김치를 먹었던 기억을 소환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구스티나(Agustina)는 자기 나라의 고유한 국민차인 마테(Mate)차를 만들어 둥근 잔 '마테(Mate)'에 꽂힌 금속 빨대 '봄비야(bombilla)'의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모두는 그녀의 봄비야를 한 모금씩 빨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꿈꾼다.

신선이 사는 마을 해발 2500m의 고원 마을의 풍경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신선으로 만들어준다.
신선이 사는 마을해발 2500m의 고원 마을의 풍경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신선으로 만들어준다. ⓒ 이안수
나는 2,500m 고산마을에서 처음 살아보는 매일매일을 즐기고 있다. 이 마을에 과일, 채소, 빵을 비롯한 온갖 생활용품을 싣고 다니며 판매하는 카미오네타(camioneta : 짐칸에 천막을 씌운 형태로 물품과 사람을 함께 싣고 다니는 트럭) 행상이 오면 마을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메스칼(Mezcal) 한 병을 받아 나눈다.

나는 기꺼이 그들이 웃으며 내미는 메스칼 한 잔을 얻어 마신다. 아내가 카미오네타에서 산 과일을 안주로 내밀면 그들은 메스칼을 한 잔으로 끝낼 수 없다며 다시 한 병을 더 받는다. 나는 이렇게 안면을 턴 마을 사람들을 통해 이 산중 마을의 공동체 운영방식인 공동체 집회(Asamblea comunitaria :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집회), 공동 토지 관리(Ejidos, terrenos comunales : 공동체 소유 토지의 사용권을 배정하고 그 수익을 공동체에 환원하는 관리체계), 공동 노동(Tequio : 공동체에 필요한 일에 대해 주민들이 무급으로 함께 참여하는 전통적 노동 관습)이 이루어지는 지역의 관습법(usos y costumbres)에 대해 듣는다.

노년에 들어 조금씩 기능이 소실되는 신체의 노화에 적응하는 일도 처음 가는 길이지만 이수의 뒤집기처럼, 하나하나 도전한다. 이수는 근육을 사용하는 법을, 우리 부부는 근육을 잃고 사는 법을 익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육아#산호세델퍼시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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