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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딸이 다니는 성인 피아노 학원 연주회에 다녀왔다. 딸이 학원에서 연주회가 있는데 올 거냐고 물어보길래 가겠다고 했다. 딸이 "정말 올 거야?" 하고 재차 물어봤다. 딸에게 왜 자꾸 물어 보냐고 하니, 학창 시절 피아노 학원 발표회 때마다 직장 일로 바쁘다며 오지 못했던 때와 달리 바로 오겠다고 대답해 의아했다고 했다.

연주회 시간에 맞춰 가보니, 성인 피아노학원을 찾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연령대였다. 20대부터 시니어 층까지. 23명의 발표자가 선택한 곡 또한 뉴에이지부터 웅장한 클래식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담고 있었다.

본인 순서가 되면 자기소개와 곡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다 악보를 잊어버려 중간을 생략하고 급하게 마무리하는 이도 있었고, 초반부에 틀리면 양해를 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분도 있었다.

전공자 못지않게 화려한 곡을 무리 없이 마치는 분도 있었다. 서로의 실수가 이해되는 훈훈한 분위기 속 연주회의 후반부, 마침내 딸의 순서였다. 걸어 나가는 딸을 보는데 문득 가슴 한구석에서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

딸의 연주를 들으며

딸의 연주회 차례가 되어 피아노를 치고 있는 딸의 뒷모습
딸의 연주회차례가 되어 피아노를 치고 있는 딸의 뒷모습 ⓒ 김희

24년 전, 7살 아이는 엄마의 퇴근 시간까지 여러 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고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다. 치열했던 대학 입시, 매일 새벽까지 손가락 성할 날 없이 연습하던 딸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원을 다니며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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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건반과는 무관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딸은 여전히 피아노를 자신의 삶 한구석에 두고 있다.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건 클래식이라며, 직장을 다니면서 학원에서 클래식의 세계를 두드린다.

이번 연주회에 딸이 선택한 곡은 '라흐마니노프 전주곡'이었다. 나는 이 곡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곡을 연주하는 딸의 손가락과 건반을 누르는 묵직한 몸짓, 그리고 오롯이 건반에 몰입한 진지한 옆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정을 넘기며 연습실에서 마지막까지 연습하는 딸을 데리러 다니던 그 시절, 지친 몸으로 연습실 문을 닫고 나오던 딸과 지금 피아노 앞에 앉아 당당하게 피아노 선율을 뽐내는 딸의 모습이 겹쳤다. 딸이 살면서 고단할 때 자신을 위로하는 자신만의 무기로 피아노라는 악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고마웠다. 전공을 살리지 못했다는 부모로서의 아쉬움과 미안함을 더 이상 갖지 않아도 되겠구나 안도하는 마음도 함께 밀려왔다.

엄마가 늘 관객이 되어줄게

딸의 연주회에 가져간 꽃다발 꽃을 좋아하는 딸이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딸의 연주회에 가져간 꽃다발꽃을 좋아하는 딸이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 김희

연주가 끝나고 좁은 연주회 장소에 터질듯한 박수 소리가 나왔다.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딸과 내 눈이 마주쳤다. 딸은 내게 환한 웃음을 보였다. 엄마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딸은 외롭고 지루할 수도 있었던 그 시간을 음악이라는 큰 선물로 채우고 있었다. 그 환한 미소를 마주하면서, 묻어 두었던 미안함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직장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어릴 때 그 많은 발표회 날 찾아가 주지 못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객석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렸을 어린 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잊고 있었지만, 딸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엄마, 정말 올 거야?"라며 거듭 질문했던 것이다.

"어땠어?"
"잘했어. 피아노를 전공한 건 참 잘한 일이야. 네 인생이 더 풍요로울 수 있어 엄만 너무 좋아."

연주회가 끝나고 딸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늦었지만 연주회에 자신이 좋아하는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준 엄마를 딸은 환한 웃음으로 기쁘게 맞아주었다. 겨울 연주회도 있을 거라며 참여를 고민 하는 딸에게 말했다.

"해야지, 네가 참여 안 하면 엄마가 못 오잖아. 꼭 올 거야."

딸과 헤어진 후 마음 속으로 딸에게 인사를 건넸다.

'살면서 힘들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네가 건반 위에서 너만의 방식으로 위로받기를. 네 인생의 무대에서 엄마는 늘 같은 편으로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되어 줄게. 그리고 앞으로 네가 서는 그 어떤 무대에도 엄마가 없는 객석은 결코 없을 거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피아노#연주회#딸#엄마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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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 (noheene) 내방

길었던 직장생활을 끝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글로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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