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교육환경은 지역마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천안·아산처럼 도심 속 과밀학급과 대규모 학교의 문제가 나타나는 지역이 있고, 농촌과 면 단위 지역처럼 학생 수 감소와 작은 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지역도 있다.
도시의 학교가 '많은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농촌의 학교는 '아이들의 배움을 어떻게 계속 이어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같은 충남 안에서도 학교 교육과 아이들에 관한 질문은 지역마다 다르다.
홍성군 홍동면은 그 질문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풀어가는 지역이다. 홍동초등학교와 홍동중학교는 아이들의 성장을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으로 나누어 보지 않고, 9년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홍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초중연계 홍동교육과정 한마당'은 그 실천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의 슬로건은 '교육공동체를 연결하고 깊이 있는 배움으로 함께 성장하는 홍동'이었다. 이 문장 안에는 홍동 교육의 방향이 담겨 있었다. 초등과 중등의 교육활동을 연결하고,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고, 아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겠다는 뜻이었다.
행정 통합보다 먼저 사람의 통합이 있었다

▲강의장 전경,홍동초 늘해랑실에서 열린 초중연계 교육과정 한마당. ⓒ 송민규
행사장 분위기는 딱딱한 연수장과 달랐다. 홍동초 교장선생님은 이 자리를 "집안 행사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홍동초와 홍동중 선생님들이 평소에도 아이들의 생활, 수업,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해 왔기에 나온 말이었다.
이날 교사들은 문학, 생활교육, 수업·평가 분과로 나뉘어 2학기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 내내 의견이 이어졌고, 중간중간 웃음소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오랫동안 함께 아이들을 바라봐 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편안함에 가까웠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만난다고 해서 곧바로 교육과정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학교를 알고, 아이들의 생활을 알고, 선생님들의 고민을 알아가는 시간이 쌓여야 한다. 이날의 분과 협의는 그 시간이 이미 홍동 안에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교육정책연구소 김태옥 연구사가 홍동 마을의 초·중 교육과정 이음 실천 사례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 송민규
이어지는 순서에서 김태옥 교육연구사는 자신이 연구한 충청남도 홍동 마을의 초·중 교육과정 이음 실천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홍동의 실천을 '길이 없는 길을 내는 교육과정 이음'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 주제는 농촌 소규모 학교의 지속 가능성과 초중 교육과정 이음에 닿아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작은 학교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배움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었다.
김 연구사는 통합운영학교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많은 경우 행정과 공간의 통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반면 홍동초와 홍동중은 제도 통합 이전에 교사들의 만남, 공동 수업 연구, 공동 연수, 학생 적응 지원에서 출발했다. 학교를 먼저 합친 것이 아니라, 아이를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이 먼저 연결된 것이다. 김 연구사가 말한 '사람의 통합'은 바로 이런 과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이를 9년의 흐름으로 바라본다는 것
이날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중학교 교사의 이야기였다. 홍동중에서는 중학교 1학년을 맞이하기 전,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가 아이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장점과 특성을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중학교 교사는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을 더 열린 마음으로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도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부장을 맡았을 때였다. 입학 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었다. 생활지도 장면에서는 학생의 현재 모습이 먼저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만으로 아이를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이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어땠는지, 어떤 관계 속에 있었는지, 어떤 장면에서 힘들어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때 나는 한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조금 늦게나마 연결고리를 찾고 있었다. 홍동에서는 그 연결을 이미 교육과정 안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중학교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걱정하고, 중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미리 듣는다. 그런 걱정과 기대가 함께 만나고, 아이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초중연계 교육과정 이음의 교사 측면 성과. ⓒ 송민규
홍동중 교사들은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선후배 관계에서도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연극을 경험한 아이들이 중학교 뮤지컬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표현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도 소개되었다. 배움의 경험이 초등학교에서 끝나지 않고 중학교 수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9년의 교육과정이 가진 힘이다. 아이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으로 나누어 보지 않고,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충남형 혁신교육은 현장에서 자라고 있었다
좋은 실천에는 지속 가능성의 질문이 함께 따라온다. 한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교사로서의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해야 한다"로 느껴지면 부담이 커진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말은 현장의 균형감을 보여준다. 초중연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발성에 정례 협의 시간, 업무 조정, 예산과 인력 지원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이날 충남교육청 학교혁신팀장은 제도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 학교 단위의 혁신학교는 구성원이 바뀌면 실천의 흐름이 약해질 수 있기에, 앞으로는 두 학교 이상이 함께하고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이러한 방향의 정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홍동초와 홍동중의 사례를 중요한 모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이어 온 실천이 또 하나의 부담으로 남지 않도록, 교육청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흐름은 새 교육감의 취임사와도 연결된다. 이병도 충남교육감은 취임사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가정이 필요하고, 학교가 필요하며, 마을과 지역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학교, 가정, 마을, 지역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교육을 충남교육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한 것이다.
홍동의 실천은 이 방향을 현장에서 먼저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는 마을과 만나고, 초등은 중등과 만나고, 교사는 아이의 지난 시간과 다음 시간을 함께 바라본다. 작은 학교는 그렇게 지역 안에서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만든다.
홍동초 강의실에서 본 것은 완성된 모형보다 더 생생한 교육 실천의 현장이었다. 선생님들이 만나고,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서로의 교육과정을 들여다보고, 마을과 함께 아이의 성장을 이어 가는 장면이었다. 충남형 혁신교육의 다음 무대는 이런 작은 연결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