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가 없는 시대는 없다. 인간이란 시간과 공간에 매인 존재다. 주어진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상대적 존재란 뜻이다. 공간의 축에서 동떨어진 이들끼리는 문화적 격차를 이야기한다. 23쌍 염색체 동일성이 99.9%가 넘어 사실상 유전적 동일체인 현대 인류 안에서도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흔히 빚어진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지금으로부터 3700년도 더 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메르 점토판에 '요즘 애'에 대한 탄식이 적혀 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그저 메소포타미아 일대의 이례적 사건이 아니다. '요즘 세대는 답이 없다'거나 하는 전 세대의 걱정과 우려, 탄식과 분노는 국가며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숱하게 발견된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특별히 다르지 않은 삶의 방식을 고수했을 지난 시대 사람들조차 그러하니, 급변하는 오늘의 세상이야 오죽할까.
MZ세대, 그중에서도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새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화젯거리다. 특히 직장과 같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조직에서 MZ세대와 엮인 경험담이며 목격담들이 대단한 관심을 모은다. 상당부분 사실로부터 출발했을 이야기들은 대개 비슷한 내용을 전한다. 새로이 진입한 젊은 세대가 윗 세대의 관점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는 3700년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책 표지 ⓒ 한빛비즈
요즘 애들과 직장서 공존하는 비결?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은 새로운 세대가 출현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렇고 그런 책 중 하나다. 책을 소개하며 '그렇고 그런'이라 적는 게 누군가에겐 실례처럼 다가올 수 있음을 알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 것을. '그렇고 그런'이란 이런 뜻이다. 오랜 기간 반복돼 온 같은 말이란 것,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책이 다루는 문제로 속을 태우는 이들 또한 몹시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요컨대 트렌드다. 세대 문제가 적어도 3700여년 간 그러했듯이.
저자는 김범준, 기업강연을 주로 다니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직장 내 관계개선을 주제로 한 저서를 수십 권 째 출판한 작가이기도 하다. 개중에선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처럼 15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또한 자리한다. 말하기와 듣기 등 직장 내 관계를 다룬 구체적 방법론을 떼어내어 책 한 권씩 뚝딱 지어내는 전문 작가의 관심이 세대에 닿은 건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전 시대의 질서에 비교적 안착했단 평을 듣는 1980년대생과 경착륙 중인 1990년대생을 같은 조직 내 팀장과 대리로 설정해 상호 더 나은 관계맺기의 방법론을 논하는 게 이 책의 주된 형식이다. 짧은 칼럼 형식의 수십 개 글이 저마다 주제 아래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세대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설명하고, 서로의 다름을 딛고 시너지를 내는 관계를 이루는 가능성을 도모한다.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란 조직 아래서 새로운 세대인 90년대 생을 받아들여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 확고부동한 목표란 원칙을 시종 견지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가 아니라 '피할 수 없으면 나간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90년대생들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대졸 신입사원의 27%가 입사 첫해에 퇴사한다는 통계도 있다. -75p
툭하면 퇴사하는 세대? 이유는 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신규입사자, 특히 1990년대생이 주가 되는 20대 입사자 다수가 1년 내 조기 퇴사를 하고 있다는 통계가 여기저기서 발표된다. 새 조직에 발 디딘 신입사원의 30% 내외가 채 1년도 몸담지 않고서 사표를 던지는 것이 근 몇 년 등장한 새로운 풍조란다. 조기퇴사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상당한 타격이 된다. 상실한 시간과 기회비용이 누적돼 발전과 혁신의 가능성을 해한다. 유수의 기업이 앞을 다투어 조직문화 개선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인진단은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역대급 최업난을 뚫고서 겨우 입사에 성공한 이들이 어째서 퇴사를 택하는 것일까. 지난 몇 년 한국사회가 새로 등장한 세대를 바라봐온 방식에 비추어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새로운 세대는 전에 없던 특징들을 적잖이 갖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조직의 성취가 개인의 성공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감내하려는 의지가 없고, 부당함과 불공정을 참으려 들지 않는다. '참을성이 없다'거나 '이기적'이라는 등 새로운 세대를 향한 날선 시선들이 이와 관련이 있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 테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성장환경에서 자랐다. 12년에 걸친 초중고 교육과정에선 인권조례 제정 및 시행으로 학교폭력과 부조리가 근본적으로 뿌리 뽑힌 환경에서 자란 첫 세대로 평가된다. 이 과정 동안의 경쟁방식도 이전 세대와는 차별화되는데, 중간과 기말고사, 나아가 대입수학능력시험 성적 등 큰 시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수행평가 강화로 일상적 평가가 적용되는 삶을 살았다. 군대에서도 동기간에 같은 생활관을 쓰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전에 비할 수 없이 올라간 월급까지 받는 등 완전히 다른 처우의 수혜자가 됐다. 이처럼 확연히 구분된 특징이 새 세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밖에 없는 일이다.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책은 해결 가능한 문제에 천착한다. 특히 조직 내 세대갈등을 해소하고 더 나은 관계맺기를 위한 방편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고된 사례 등을 적극 활용해 수직적 권력관계와 수평적 업무분장이 상존하는 회사란 조직에서 최선의 답을 내놓기 위해 고심한다. 그 결과는 새로운 세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구태한 조직문화와 사고방식을 개선하란 지침이다.
세대는 세대일 뿐, 인간을 바라보자
사실 대부분 새로운 세대가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지적을 빙자한 인격모독, 사생활에 대한 존중 없는 태도, 아래로부터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방적 소통 등이 하나하나 그렇다. 부조리가 쌓이고 쌓여 적폐가 되는 동안 이전 세대가 '회사생활이 다 그런 것'이라며 참고 감내한 문제를 더는 참아내지 않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잖은 수는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를 선택하지만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양상 또한 없지 않다. 개중 몇은 극단적 사례로까지 발현되기도 한다.
실린 다양한 사례와 해법이 모두 타당한 것만은 아니다. 80년대생과 90년대생의 직장내 갈등으로 나누어 놓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이며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적 문제가 훨씬 더 많다. 각 세대에 대한 분석과 이해 또한 얕고 무리한 경우가 없지 않다. 새로운 세대에게 무작정 기울어 그들에 대한 비판을 무리하게 피하는 대목은 형평에서 벗어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80년대생은 '웹'세대다. 반면 90년대생은 '앱'세대다. 작은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은 차이 하나에서부터 이질감이 발생하는 법이다. 노트북을 켜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애플리케이션을 터치한 후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일까. 90년대생은 80년대생에 비해 즉각적이며 합리적이다. -57p
세대는 세대일 뿐이다. 각 세대의 특징이 명확하게 보일지라도 그들 각각이 하나의 인간, 독립된 인격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자신이 또한 그렇듯이. 이와 같은 책이 흔히 노정하는 실수, 개인을 집단과 동일시하며 각 세대가 확고불변한 특징을 갖는 듯 묘사하는 대목이 적잖다. 이와 같은 인식은 책을 쓴 목적과는 달리 세대 간에 넘어설 수 없는 차이만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실제로는 많은 문제가 그저 세대차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 청춘을 가진 80세 노인도 얼마든지 있고, 속 늙어버린 20대 청년도 수두룩하다. 세대를 넘어 인간을 바라보며 존중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에야, 80년생과 90년생, 2000년생과 그 이후 세대까지도 함께 웃으며 일할 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다다라야 할 인식이 있다면 바로 그와 같은 열린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