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룡시의회 전경 ⓒ 충청24시뉴스 최창열 기자
시민들 "재난 때 현장 지키는 것이 선출직 책무"... 의회 "5월부터 계획된 교육"
[계룡시 최창열 기자] 충남 전역에 최대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보되고 계룡시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8일, 계룡시의회가 예정된 2박 3일 의정연수를 예정대로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시각 계룡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공무원 32명을 비상근무에 투입하는 등 집중호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의 대표기관인 계룡시의회는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전북 부안에서 의정연수를 진행하고 있었다.
기상청은 이날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80~150㎜, 많은 곳은 2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고, 오후 들어 계룡시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충남에서는 공주시와 부여군, 서천군, 계룡시 등 4개 시·군에 호우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기상 상황이 긴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룡시는 즉시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며 집중호우에 대비했다. 반면 계룡시의회는 8일부터 10일까지 예정된 의정연수를 그대로 진행했다. 연수에는 이양희 의장을 비롯한 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등 모두 17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는 이양희 의장과 의회사무국 관계자가 계룡시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엄사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시청 공무원들은 비상근무를 서며 시민 안전을 지키고 있는데,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는 연수를 떠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교육은 다시 받을 수 있지만 재난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재난 상황에서 시민 곁을 지키는 것이 선출직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아니냐"며 "현장을 떠난 모습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실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연수 예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계룡시의회 2025년도 세출예산 사업명세서에는 '의정연수 위탁교육비'로 1980만 원이 편성돼 있다. 산출내역은 '90만 원×11명×2회'로 기재돼 있으며, 공무원 교육여비와 글로벌기획 배낭연수 예산 등 교육 관련 예산도 별도로 편성돼 있다. 이번 부안 연수 역시 해당 예산을 활용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수는 초선 의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으로 지방의회 운영,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청렴교육, 행동강령,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교육 등 대부분 실내 강의 중심으로 구성됐다. 재난 대응이나 현장 점검 일정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룡시의회는 연수가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공식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의회 관계자는 "5월부터 계획된 일정이었고 초선 의원 중심의 교육이어서 취소하기 어려웠다"며 "현장 견학 없이 교육 위주로 편성된 연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연수의 필요성보다 '시기'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대응 전문가들 역시 "문제는 연수 자체가 아니라 집중호우와 호우경보가 발효된 시점에 지역을 비운 판단"이라며 "강의는 다시 받을 수 있지만 재난 대응은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과 함께 지역사회 위기 상황에서는 시민과 함께 현장을 지키는 공적 책임도 요구받는다.
집중호우로 지자체가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 이번 사례는 '재난 상황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연수를 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재난 상황에서 선출직이 어떤 판단과 책임을 보여야 하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물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24시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