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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기상청은 충청과 전북을 중심으로 200mm 이상의 집중호우를 예보했다.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전국 곳곳에는 산사태 위험경보까지 내려졌다. 언론은 '물폭탄', '침수 비상', '호우 피해'를 전하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물론 폭우는 재난이며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그러나 뉴스를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 200mm의 물은 정말 모두 버려야 하는 물일까?' 기후위기 시대에는 홍수를 막는 것만큼이나 이 물을 미래를 위한 수자원으로 준비하는 일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5년 전에 세계를 앞서가는 물관리 정책을 시작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수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댐 건설에 의한 물 공급정책에는 한계가 있고 비효율적으로 이용되는 물의 양이 많으므로 물수요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라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이는 물을 더 개발하는 정책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결과 2001년 수도법에는 물수요관리목표제와 절수설비, 중수도와 함께 빗물이용시설이 처음으로 법률에 규정되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축물에는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를 지원하거나 수도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하도록 규정하였다. 국가 법률로 대형 건축물의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빗물을 '버려야 할 물'이 아니라 '이용해야 할 수자원'으로 인정한 나라였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철학을 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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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도시는 비를 가능한 한 빨리 흘려보내는 데 익숙해졌다. 빗물저류시설도 대부분 홍수 방지를 위한 시설로만 인식된다. 물론 침수를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저장한 물을 생활용수나 산업용수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기후위기는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가져온다. 그렇다면 이제는 '빨리 버리는 도시'에서 '필요한 만큼 저장하는 도시'로 물관리의 철학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최근 반도체 용수 확보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새로운 댐 건설과 재이용수 확대, 해수담수화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그 논의 속에서 정작 가장 가까운 수자원인 빗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반도체는 초순수를 사용하지만 초순수도 결국은 원수를 고도로 정제하여 만드는 물이다. 빗물은 자연의 증발과 응결 과정을 거친 매우 깨끗한 원수이며,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치면 산업용수의 중요한 원수가 될 수 있다. 반도체가 기다리는 물은 어쩌면 이미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빗물을 국가 전략으로 되살릴 때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안보는 하나의 수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천수와 재이용수, 지하수, 지하댐, 해수담수화, 그리고 빗물을 함께 활용하는 국가 물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200mm의 폭우를 모두 저장할 수는 없지만 그 가운데 일부라도 모아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버려지는 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25년 전 세계 최초로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먼저 시작했던 길을 다시 이어가는 일이다. 200mm의 폭우도 잘 관리하면 미래의 수자원이다. 반도체는 물을 기다리고 있고, 하늘은 이미 그 물을 보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물을 모을 국가적 의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쓰면서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제출한 수도법 개정안과 2001년 개정 과정을 다시 읽어보았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당시 세계 최초로 국가 법률에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기후위기와 반도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다시 읽어도 매우 앞선 정책이었다.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대중 대통령이다. 섬에서는 오랫동안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사용해 왔다.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빗물을 귀하게 아끼며 살아가는 삶은 도시에서는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생활의 지혜였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어린 시절 경험이 수도법 개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자료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그렇게 단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섬 소년이 자라 대통령이 되었고, 그 시기에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의 빗물이용 의무화 제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우연처럼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 당시 환경부와 국회 회의록, 대통령기록관 자료를 더 찾아볼 생각이다. 혹시 그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 배경에 어떤 철학이 있었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면 우리나라 물관리 역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정보화 정책, 남북 화해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만약 '세계 최초의 빗물이용 의무화' 역시 김대중 정부가 남긴 중요한 정책 유산으로 다시 조명된다면,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새롭게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물 부족과 반도체 용수 확보가 국가적 과제가 된 오늘날, 25년 전의 그 정책은 과거의 법률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정책 자산이 될 수 있다.

어쩌면 하의도에서 빗물을 귀하게 여기며 자랐던 한 소년의 시대에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하늘의 물을 국가의 수자원으로 인정했는지도 모른다. 그 진실은 앞으로 더 깊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정신만큼은 이제 다시 우리 사회가 이어받아야 할 때가 아닐까.


#장마물폭탄#반도체용수#김대중정부수도법#물수요관리#국가물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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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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