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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전분·전분당 제조업체 4개사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3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공정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전분사가 합의내용을 화이트보드에 기재하는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
7일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전분·전분당 제조업체 4개사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3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공정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전분사가 합의내용을 화이트보드에 기재하는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7일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가 전분·전분당 제조업체 4개사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3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가격 재결정·시정 명령과 함께 대상 2341억 원, 사조CPK 2001억 원, 삼양사 2103억 원, CJ제일제당 1029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이들 업체에 부과한 과징금 합계는 747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분사가 합의내용을 화이트보드에 기재하는 모습"이라며 사진도 공개했다. 오른쪽에 '두, 삼, 대'가 적혀 있고, 왼쪽으로는 공문, 적용이란 글자가 보인다. '두'의 경우 3월 11일 거래처에 가격 인상 공문을 보내고, 3월 24일 인상 가격을 적용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과 '대'의 경우도 각각 날짜가 적혀 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8일 통화에서 사진을 보고 "화가 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분이나 전분당은 시민들 삶 전반에 많이 쓰이는 품목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들이 어려울 때 담합했던 거다. 결국 우리 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다 준 것이다. 시민들의 삶이 화이트보드에서 결정된 것 아닌가."

"과징금 일시불 납부 제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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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역시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품목이다.

지난 3월 공정위는 설탕 담합 사건에 대해 CJ제일제당 1383억 6200만 원, 삼양사 1302억 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 7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를 각각 처분했다. 이에 제당 3사는 과징금 납부 기한 연기 및 분할 납부 신청을 했고, CJ제일제당은 1회차 과징금을 납부했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은 행정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이같은 상황을 전하자 한 네이버 독자는 이런 댓글을 남겨 많은 공감을 받았다.

"3조 원 넘게 벌어 놓고 10%도 안 되는 금액, 과징금 내라고 하니 그것도 깎아달라, 나눠 내겠다. 그래서 받아주자 또 안 내? 벌금은 곧바로 한 번에 받아내야 하는 이유."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을 경실련 회의실에서 만난 것은 지난 2일이었다. 위 댓글을 읽어주자 오 팀장 입에서 나온 첫 말은 "정말, 시민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면서도 적확하게 대변한 표현"이란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비투비(B2B)' 매출이든, '비투씨(B2C)' 매출이든, 그 안에는 시민들이 다 있는 거다. 따라서 매출 발생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으면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최근 수 년 간 매출 상황이 좋았고 영업이익도 충분한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파악됐다면 일시불 납부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투씨(B2C), 기업과 개인 소비자 간 거래를 뜻한다. 비투비(B2B), 기업 간 거래를 뜻한다.

[관련기사] 설탕 담합 과징금 CJ만 냈다... 대한제당·삼양사는 '뒤통수' (https://omn.kr/2itik)

"공정위 일 열심히 했네... 그런데 '통장'에는?"

 2024년 6월 4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주요 5대 재벌 계열사 및 업종 현황 발표 및 재벌 개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달 사무총장, 유호림 재정세제위원장, 오세형 경제정책팀 부장.
2024년 6월 4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주요 5대 재벌 계열사 및 업종 현황 발표 및 재벌 개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달 사무총장, 유호림 재정세제위원장, 오세형 경제정책팀 부장. ⓒ 연합뉴스

"전분사들은 옥수수 가격이 인상되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 거래처에 대한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하였으며, 이를 전체 B2B 거래처를 대상으로 실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분사들은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대형 실수요처에 대해서는 가격을 인하하고, 소규모 실수요처·대리점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판매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였다." (2026년 7월 7일, 공정위, 4개 전분·전분당 제조사 가격담합 제재 보도자료 중)

소규모 실수요처와 대리점(식자재 유통업체) 등을 거쳐 전분·전분당을 많이 구입하는 곳 중 하나가 '중국집'이다. 전분당은 탕수육 소스, 깐풍기, 유린기 등에 많이 쓰인다. 전분은 짜장 소스나 마파두부 등 요리에 많이 쓰인다. 오 팀장 말대로 "비투비든 비투씨든 그 안에는 시민들이 다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징금 제도 취지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돼 있다. 담합 행위는 시장질서와 국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과징금에는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 그리고 해당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성격도 담겨있다. 과징금 부과가 실제 과징금 납부로 이어지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오 팀장은 담합 업체들이 과징금을 내지 않고 행정소송에 돌입하는 상황을 두고 직설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과징금 몇 천 억 원, 그럼 '공정위 일 열심히 했네' 한다. 그런데 '통장'에 들어온 게 없는 거다. 몇 천 억 원 어디 갔냐는 거다. 과징금을 신속하게 내도록 해야 한다. 이게 중요한 거 아닌가. 소송권 보장을 위해 가처분을 받아들여야 하는 측면도 물론 있지만, 불법성·위법성이 높은 경우는 일단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제재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도 직접적 담합 피해 당사자"

 과자·빵·음료·빙과·맥주 등 먹거리는 물론 제지·철강 등 산업용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짬짜미한 업체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유)사조씨피케이,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 등 4곳이 7년 5개월에 걸쳐 식품업체, 제지사, 철강사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전분·전분당(이하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총 7천4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빵.
과자·빵·음료·빙과·맥주 등 먹거리는 물론 제지·철강 등 산업용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짬짜미한 업체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유)사조씨피케이,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 등 4곳이 7년 5개월에 걸쳐 식품업체, 제지사, 철강사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전분·전분당(이하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총 7천4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빵. ⓒ 연합뉴스

오 팀장은 "담합 주도 기업 또는 반복적으로 담합한 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과징금 감경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또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과징금이 쓰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일단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보게 된다. 과징금 일정 부분을 기금화해서 담합 피해가 입증된 이들에게 직접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도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당사자다. 100원 주고 살 거 150원, 200원 주고 산 거 아닌가. 소비자도 일정 부분 구제할 수 있는 방안 역시 도입해야 한다."

오 팀장은 "경제 정의 실천에서 공정거래법은 사실상 핵심"이라며 "집단소송법 도입,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핵심은 고소를 당한 기업에게 불리한 정보까지 다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에 있는 유해 요소라든가, 아니면 무슨 유출 사실이라든가,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들을 소송이 시작되면 다 까야 한다. 여기에 징벌적 배상까지 더해지면 한 사람의 소송 결과에 따른 손해배상이 비슷한 경우의 사람 '100명'한테도 적용될 수 있다.

집단소송법, 디스커버리 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 이 세 가지 제도가 맞물려야 시민들이 대기업들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기업들 스스로도 담합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게 된다. 공정한 경제 질서 기반을 만드는 것이 이 세 가지다."

- 현 상황에서는 기업이 상대해야 할 대상 중에 시민은 사실상 없다.

"지금이야 정부나 검찰 정도고 '난 김앤장 쓸 건데? 넌 뭐할 건데?', 이런 식이니까. 그런데 이런 제도들이 확립되면 시민이 큰 기업들에게 얼마든지 덤빌 수 있다. 기업들이 장난 못 치게 되는 거다."

#경실련#오세형#담합#공정위#전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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