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이 지난 5월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을 근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를 적극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일부 존치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보수 야권은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기조를 반박하는 핵심 사례로 장윤기 사건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앞서 경찰은 피의자 장윤기를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후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의 증거인멸 의혹에 이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수사팀장까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이 단순 살인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의 보완수사로 바로잡았고, 수사 과정의 증거인멸 의혹까지 드러난 만큼, 검찰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경찰 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사라진다는 일각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등이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이다.
한동훈 "이재명 정권, 기어이 살인자의 편에 설 것인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6월 1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한동훈 의원은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살인자의 편에 설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벌인 증거인멸에 국민들께서 공분하고 계신다"라며 "경찰 수사팀장까지 '친구인 경찰간부의 아들'을 위한 증거인멸에 적극 가담했음이 드러나고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현직 경찰인 범인 아버지와 그 친구 경찰간부가 벌인 증거인멸은 영영 묻혔을 것"이라며 "장윤기 사건은 오직 경찰만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수없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와 검찰개혁 논의도 함께 겨냥했다. 그는 "전당대회에만 정신이 팔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보완수사권마저 기어이 없애겠다고 한다"라며 "이미 정부 입장을 '보완수사권 폐지'라고 한 것도 모자라서, 어제 민주당은 또다시 '보완수사권 폐지는 확고부동'하다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화영씨의 '연어 술파티' 거짓말을 빌미로 검찰의 '조작기소' 운운하며 길길이 날뛰던 민주당은, 경찰의 '진짜 조작'에는 침묵한다"라고도 꼬집었다. 한 의원은 "이대로라면 10월 2일 이후, 장윤기 사건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보통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오히려 소 잃고 외양간을 더 완전히, 철저히 없애겠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보완수사권은 검찰 권한 아닌 국민 위한 것"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검사 출신인 정점식 원내대표도 같은 날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보완수사권을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 장치"로 규정했다. 정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이라는 게 검찰의 권한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검찰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결국 국민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완수사권이 없는 형사사법체계는 정말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에 대해 "일반 살인사건으로 송치가 됐다. 일반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추가 범행을 밝혀내서 강간살인으로 기소를 하게 되면, 강간살인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하고 사형밖에 (형량이)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연히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검찰이 경찰이 은닉했던 증거들을 확인하면서 가능했다라는 측면에서 봐야 된다"라며 "제발 민주당 국회의원님들, 피해자를 생각하시라. 국민을 생각하시라"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전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은 단순히 경찰의 부실수사가 아니라, 경찰의 비뚤어진 내부유착 문제가 더해진 고의적 범죄은폐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사건의 진상이 영영 은폐됐을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범죄수사를 경찰에게만 맡길 수 없다"라며 "경찰에게는 수사권 독점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범죄수사 시스템 개편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 테이블 개최를 제안하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중단을 촉구했다.
장동혁 "검찰 해체 시도 자체를 멈춰야... 국민 피해, 안중에도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국민의힘 대변인단도 장윤기 사건을 고리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부각하며 "이래도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녹취록을 비롯한 충격적인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라며 "수사팀이 장윤기 부친에게 '경찰 가족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데 쉬쉬하고 있다. 함구하라고 했다'고 말한 녹취록은 사건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입단속이자 조직적 은폐 공모의 결정적 정황"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핵심 증거는 사라지고 DNA 감정 보고서는 송치에서 누락됐으며, 결국 사건 수사팀장까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라며 "이것이야말로 공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참담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모든 진실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있었기에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었다"라며 "이번 사건은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기득권이 아니라 경찰 권력의 독주를 막는 국민의 마지막 안전장치였음을 처절하게 증명했다"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인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윤기 사건을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과 연결했다. 장 대표는 "아무 죄 없는 여고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살인했다"라며 "그런데 경찰은 징역 5년 이상 '단순 살인'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범의 아버지가 경찰관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 경찰관은 직접 증거를 없앴고, 담당 수사팀장은 축소 수사로 거들었다"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여고생의 억울한 죽음도 그대로 묻혔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 보완수사권 박탈 경쟁을 벌이고 있다"라며 "개딸들의 표만 얻을 수 있다면 국민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검찰 해체와 보완수사권 박탈,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되는지 명백하다"라며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은 이익을 누리고, 힘 없고 돈 없는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박탈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아니, 검찰 해체 시도 자체를 멈춰야 한다"라며 "검찰을 겨눈 칼날이 결국 정권의 심장을 찌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