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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그린아시아 2026' 현장연수(2026.5.18~21, 인도네시아 동자바 수라바야 일대)를 통해 작성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취재한 내용입니다.
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강물에 기저귀를 버릴까?

이 질문을 품게 된 건 수라바야에서였다. 에코톤 활동가들과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강가에 유독 기저귀가 많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위생 문제일까, 아니면 다른 이야기가 있는 걸까. 이 질문에는 좀 더 오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기저귀를 태우면 아이가 아프다

"기저귀를 태우면 아이가 아프다" 에코톤 대표 다루가 쓰레기로 뒤덮인 테부강 앞에서 "기저귀를 태우면 아이가 아프다"는 자바 지역의 오랜 믿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미신 탓에 사람들은 기저귀를 태우는 대신 강에 버려왔다.
"기저귀를 태우면 아이가 아프다"에코톤 대표 다루가 쓰레기로 뒤덮인 테부강 앞에서 "기저귀를 태우면 아이가 아프다"는 자바 지역의 오랜 믿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미신 탓에 사람들은 기저귀를 태우는 대신 강에 버려왔다. ⓒ 알맹상점

자바 문화권에는 '기저귀를 불에 태우면 아이가 아프다'는 오랜 믿음이 있다. 어디서 시작된 미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믿음은 수백 년을 이어오며 지금도 동부 자바 일대의 가정에 살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저귀를 태우지 않는다. 대신 강물에 버린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에코톤 대표 다루는 이 미신이 자바 지역에 오래 남아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강이 예전처럼 모든 것을 씻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버려지는 기저귀가 너무 많아졌고, 심지어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루 1톤, 그 절반은 기저귀

강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 테부강 트래쉬 붐에 걸린 쓰레기를 수거해 TPS3R에서 선별하는 현장. 물에 흠뻑 젖은 기저귀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
강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테부강 트래쉬 붐에 걸린 쓰레기를 수거해 TPS3R에서 선별하는 현장. 물에 흠뻑 젖은 기저귀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 ⓒ 알맹상점

에코톤은 수라바야를 가로지르는 브란타스강 지류, 칼리 테부강에 트래쉬 붐(Trash Boom)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강을 가로질러 띄워놓은 부유식 차단막으로, 물살을 타고 흘러오는 쓰레기를 가로막아 한곳에 모아주는 장치다. 거대한 뜰채라고 생각하면 쉽다.

매일 수거되는 양은 약 1톤. 그중 절반인 500킬로그램가량이 기저귀다. 나머지는 비닐봉지, 낡은 옷가지, 가방, 스티로폼 조각 등의 쓰레기다.

수거된 쓰레기들은 선별 작업을 거친다. 물론 수작업이다. 한낮의 열기 속에서 장갑을 낀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분류한다. 수거망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플라스틱 성분을 분리하는 과정은 고되고, 냄새나고,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에코톤과 이곳의 시민 과학자들이다.

강을 지키는 사람들

에코톤의 대학생 인턴들 에코톤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자신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관심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 과학 활동의 실무를 맡고 있다.
에코톤의 대학생 인턴들에코톤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자신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관심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 과학 활동의 실무를 맡고 있다. ⓒ 알맹상점

에코톤에는 활동가들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학생 인턴들이 함께 일한다. 그들은 트래쉬 붐에서 수거된 쓰레기를 분류하고, 강물을 채취해 연구소로 가져가고, 데이터를 기록한다. 지역 주민들도 참여한다. 에코톤은 이를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활동이라 부른다.

환경 문제를 전문가들만의 영역으로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강 옆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강을 관찰하고, 측정하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활동이 된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정책을 바꾼다. 에코톤이 브란타스강의 오염 수치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더 이상 강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숫자는 무시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다.

강에서 발견된 것들

기저귀가 강에 들어가면 우선 눈에 보이는 문제부터 생긴다. 기저귀 안에 남은 분변이 물속에서 영양염류를 높여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이는 수질오염에 일조한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미세플라스틱과 생식 건강, 레스타리 박사를 만나다 아일랑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레스타리 박사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미세플라스틱과 생식 건강, 레스타리 박사를 만나다아일랑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레스타리 박사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 알맹상점

레스타리 박사는 아일랑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생식 보건을 연구하는 교수다. 미세플라스틱이 남성과 여성의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갈래로 살펴보고 있는데, 남성 쪽으로는 미세플라스틱 노출과 정자의 질·운동성·DNA 손상의 연관성을, 여성 쪽으로는 산모의 혈액·양수·태반을 통해 모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기저귀는 이 이야기의 출발점에 있다. 기저귀에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고분자 흡수체(SAP, Super Absorbent Polymer)가 들어 있어 강물 속에서 녹아들고, 외피를 이루는 부직포와 플라스틱 필름은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로 들어오는 길은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에 사는 작은 플랑크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고, 그 플랑크톤을 작은 물살이가 먹고, 작은 물살이를 다시 더 큰 물살이가 먹는다. 그렇게 미세플라스틱은 한 단계씩 위로 올라오며 강의 먹이사슬 전체로 퍼진다.

그 영향은 우리가 에코톤 사무실 옆에 위치한 강에서도 확인했다. 한 에코톤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에는 이 강에 서른 종 가까운 물고기가 살았지만 지금은 절반인 열다섯 종밖에 발견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살아남은 물고기의 약 30%가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암수 구분이 사라진 간성화(intersex) 상태라고 했다. 번식할 수 없는 개체가 그만큼 늘었으니, 물살이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보다 세대 교체가 빠른 생물종에서, 오염된 강이 생식 능력에 남기는 흔적이 이렇게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살이는 결국 사람의 밥상에 오른다. 참,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는 생선을 활용한 요리가 정말 유명하다고도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모든 시료에서 검출된다

현미경 앞의 시민 과학자들  에코톤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들이 강에서 채취한 시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하고 있다.
현미경 앞의 시민 과학자들 에코톤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들이 강에서 채취한 시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하고 있다. ⓒ 알맹상점

에코톤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들은 강물을 채취하고, 강바닥 퇴적물을 긁어오고, 물살이의 내장을 꺼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 단순 봉사가 아니다. 실제 데이터를 만드는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활동이다.

에코톤 설립자인 프리기 아리산디(Prigi Arisandi)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어떤 시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안 나온 적이 없어요. 강물이든, 퇴적물이든, 물살이든, 전부 나와요."
'전부'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강에서 끝나지 않는다. 에코톤에서는 강물과 공기, 심지어 식자재와 사람의 몸까지, 검사하는 거의 모든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했다. 이미 사람의 혈액과 정액에서도 검출되고 있고, 그 영향이 어머니에게서 아이에게로, 다시 그 아이에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들었다. 에코톤 사무실 한켠에 임산부의 배와 태아,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놓여 있는 것도 그런 문제의식에서였다.

아일랑가대학교의 레스타리 박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사가 조사한 산모와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는 예외 없이 여러 종류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한다. 몸속 가장 깊은 곳, 다음 생명이 시작되는 자리에도 플라스틱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강에 버린 기저귀가, 이미 우리를 비롯한 누군가의 몸 속에 쌓이고 있다.

미신의 이면

"청결은 신앙의 일부" 오염된 강가에 내걸린 현수막. "청결은 신앙의 일부이며,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곧 신앙이 없다는 뜻"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종교적 신념에까지 호소해보지만, 정작 그 아래 강물은 검게 오염된 채 쓰레기가 떠다닌다.
"청결은 신앙의 일부"오염된 강가에 내걸린 현수막. "청결은 신앙의 일부이며,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곧 신앙이 없다는 뜻"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종교적 신념에까지 호소해보지만, 정작 그 아래 강물은 검게 오염된 채 쓰레기가 떠다닌다. ⓒ 알맹상점

자바니즈 미신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 기저귀를 태우지 말라는 믿음은 어쩌면 틀리지 않았다. 플라스틱을 태우면 다이옥신¹⁾ 같은 유해물질이 나온다. 다이옥신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별도의 필터나 장치 없이 소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문제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수거함도 없고, 처리 시설도 없고, 대안도 없다. 그러니 강에 버리거나, 태우거나, 마당 한켠에 쌓아두거나 — 셋 중 하나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것을 개인의 나쁜 습관으로만 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마을 단위 자원순환시설의 보급률은 30% 수준에 그치고, 시설이 있는 곳에서도 실제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30%에 불과하다.

무단 투기 금지 법안은 있지만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를 '내 책임'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도 뿌리 깊다. 에코톤이 트래쉬 붐을 설치하고 시민 과학자를 길러내는 것도 그래서다. 강을 치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강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기록하고, 알리고, 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기저귀 이후의 질문

쓰레기 산 위의 새들 매립지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로 새들이 내려앉아 있다. 먹이를 찾아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쓰레기 산 위의 새들매립지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로 새들이 내려앉아 있다. 먹이를 찾아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 알맹상점

트래쉬 붐 앞에 서서 흘러오는 쓰레기를 보며 생각했다. 저 기저귀 한 장 한 장이 분해되어 강물 속으로 스며들고, 물살이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어딘가의 밥상에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취재 내내 들은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미세플라스틱은 이제 어디에서나 검출되고, 사람이 적은 상류가 아니고서는 그 농도도 낮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저귀 문제를 기저귀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기저귀는 사용하고 나면 반드시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지금 인도네시아의 많은 곳에서 '어딘가'는 강이다. 그리고 강은 더 넓은 바다를 타고 세계 이곳저곳으로 흐른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왜 인도네시아에서 기저귀의 대안이 이토록 비싸며, 천 기저귀를 빨 수 있는 깨끗한 물은 멀고, 쓰레기 처리 인프라는 부족한가. 그리고 이 강의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누구의 몸속에 쌓이게 될까.

강물에 기저귀를 버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 다음 편에서는 에코톤의 여성 활동가들, 그리고 그들이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전합니다.
참고자료
1) 다이옥신의 발암성 분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ARC Monographs Vol. 69 (1997). 다이옥신을 인체발암물질(1군)로 분류. 플라스틱을 여과장치 없이 소각·연소할 때 다량 배출된다.

* 이 프로젝트는 주최 환경재단, 후원 현대자동차,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그린아시아 글로벌 리더십 지원사업 2기]로 진행됩니다.

#인도네시아#제로웨이스트#에코톤#미세플라스틱#그린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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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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