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9기 박수현 충남지사 조직개편(안). 개편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 심규상
민선 9기 박수현호 충남도정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조직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과 이른바 '기본사회' 가치를 도정 전면에 배치하고 소통 기구를 다각화하는 등 대대적인 기능 중심 재편이 눈에 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충효예'라는 과거 회귀형 유교 관치 행정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여성' 관련련 조직은 8기에서 축소된 '과' 체제 그대로여서 여성 주류화 정책들이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I·기본사회' 전면 배치하고 실·국 슬림화… 소통 기구는 개방형 전환
민선 9기 인수위원회 등이 마련한 '민선 9기 충청남도 기구표(안)'(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과감한 통폐합을 통한 '실·국 구조의 슬림화'와 '미래 산업·민생 중심의 실행력 강화'로 요약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의 전면 배치다.
민선 8기 시절 산업경제실 산하의 하나의 과(AI특성과)로만 존재했던 AI 조직은 민선 9기 들어 'AI기본사회복지실' 형태로 지위가 대폭 격상됐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산업 기술이 아니라 복지, 안전 등 도정 전반에 결합(AI기본사회과, 통합돌봄 복지과, 이동돌봄과, 보건정책과, 건강증진 식품과)하겠다는 박수현 충남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또 'AI산업혁신국'을 신설하고 4개과를 배치했다.
도지사 직속 소통 기구도 전면 재편된다. 기존 대변인과 청년정책관이 평면적으로 나열돼 있던 구조에서 벗어나, '개방형 대변인' 체제를 명시하고 그 아래 언론홍보담당관과 디지털소통담당관을 세분화했다. 외부 전문가 수용을 통해 정무적 미디어 소통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충효예 기획관' 전면에?
또한 '행정통합 균형성장국'을 신설(1극 4과)해 충남과 대전의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그러나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시민사회와 행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국'을 해체한 자리에 전례를 찾기 힘든 명칭인 '충효예 기획관'을 신설하고, 노인, 보훈,장애인과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박 지사가 타운홀 미팅에서 "충효가 중심이 되는 충남을 만들겠다. 공식 행사 의전부터 노인회장과 보훈단체장을 최우선하겠다"고 밝힌 행보와 직결된다. 지난 1일 박 지사가 임기 '1호'로 결재한 정책도 '충효예 충청정신 실천'이다. 박 지사를 이를 위해 ▲ 태극기 달기 운동(충) ▲ 어르신·국가유공자 등 '최고 예우'(효) ▲ 청소년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예) 등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도청 안팎에서는 21세기 AI 시대를 부르짖으면서 한편으로는 유교 가치관인 '충효'를 공공 행정의 핵심 브랜드로 삼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고령층 복지 예산의 내실화보다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정신운동' 같은 관 주도 캠페인이나 관련 행사와 의전에 행정력이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다.
'여성가족정책과'는 '성평등 가족과'로 이름만 바꾼 과 체제... '인구전략국'은 폐지
여성 권익 증진과 저출생·지방소멸 대응 조직은 제자리 걸음이다. 민선 8기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기조에 발맞춰 여성정책 관련 부서는 '인구전략국' 내 '여성가족 정책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도 '청년 성장국' 내 '성평등 가족과'로 이름만 바뀐 과 체제로 돼 있다.
벌써부터 충남 지역의 여성 일자리, 경력 축소· 단절, 성평등 문화 확산 등 고유의 여성 주류화 정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국은 대대적으로 통폐합... 정무라인은 대폭 늘려
도지사 직속 보좌진은 2급 상당 정무수석·정책전문보좌관 2명, 4급 상당 홍보·도민소통·청년정책보좌관 3명, 5급 상당 정무·정책·청년비서 3명 등 총 8명 규모에 달한다. 공직사회 비대화를 막겠다며 일반 실·국은 대대적으로 통폐합·슬림화하면서도, 정작 도지사 직속의 정무라인을 대폭 늘려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편 '민선 9기 충청남도 기구표(안)'(조례 개정안)은 내부 검토와 논의를 거친 뒤 도의회에 제출, 심의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