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글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들의 경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돕는 인공지능 활용 기준을 모색해 봅니다.
"AI 및 디지털 교육 환경이 전면 확대되는 상황에서 초등교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이것은 올해 교대에 진학한 딸이 정시 2차 면접 때 받은 질문 중 하나였다. 'AI 및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현 교육계의 화두로 예비 교육자에게도, 현직 교육자에게도 숙고해야 할 난제다.
10년 이상 저학년만 지도하다 올해 초등 5학년 담임으로 배정되었을 때,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들 중 하나였다. '디지털 기기 활용 수업이 많은 고학년 수업에 어떻게 빨리 적응할 것인가'도 걱정이었지만, '디지털 학습환경이 과연 교육적인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미 교과서 곳곳에 배치된 디지털 기기 활용 파트를 심리적인 거부감으로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글쓰기 수업에 활용하는 AI 써봤더니
그래도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고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니, 이젠 우리 반 디지털 활용 수업도 어느 정도 안정된 듯하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알파 세대 아이들은 디지털 수업을 진행할 때 더 생기가 넘친다. 자기주도학습 역량이 높아지는 시기에 익숙한 도구를 만나니 신이 나는 모양이다. 교사의 일방적 설명에 의존하던 시대에 어려웠던 개별화 수업은 디지털 기기 활용 수업의 최대 장점임에 틀림없다.
그러다 문득, 이게 맞나? 싶은 때가 있었다. 동학년 선생님 중 교육용 AI 도구와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젊은 선생님이 소개해 준 AI 기반 글쓰기 학습 플랫폼을 접했을 때였다. 교사용과 학생용이 있는데, 교사용은 교사가 반을 개설해 학급 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내주는 등 글쓰기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유료지만 가격이 착하지는 않아서 교사들은 학교 예산을 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AI가 아이가 쓴 글을 분석했다. ⓒ 정혜영
전국 수백 개의 초중고등학교 및 교육청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는 이 AI 글쓰기 도구를 직접 써보니 실로 놀라웠다. 학생이 쓴 글을 올리면 글의 종류에 따라 글의 문맥과 맞춤법, 글의 구조를 분석해 채점하고 맞춤형 피드백까지 해주었다.
그에 따라 글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다 보면 글은 외관상 읽을 만하게 완성된다. 글의 완성도에 따라점수까지 알려주어 글쓰기를 독려하기도 한다. 동시에 여러 일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학생들의 글을 일일이 다 피드백하기 어려울 때 상당히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AI가 아이가 쓴 글을 분석했다. ⓒ 정혜영

▲고쳐서 나은 점수를 받았다. AI가 아이가 쓴 글을 분석했다. ⓒ 정혜영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AI가 바쁜 나 대신 아이들의 글을 교정도 해주고 더 나은 글을 쓰도록 독려까지 해준다는데도 뭔가 찜찜했다. 나와 함께 수년 동안 글쓰기를 함께 했던 2학년 아이들의 글을 이 플랫폼에 올리면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글에 드러나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은 누가 헤아려 줄까. 점수에는 글을 쓰는 아이들의 마음까지 반영되어 있을 리 없는데.
도구는 도구로 쓰되, 아이들을 이해하는 건 교사의 몫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그런 질문들 때문에 AI 글쓰기 도구 사용이 꺼려졌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는 날엔 아이들 공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퇴근한다. 아이들의 글을 직접 읽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을 때면 나는 맥락과 맞춤법, 구조보다 드러난 아이들 이야기에 반응해준다.
학교에 결석하고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러 아빠와 광화문에 간 아이가 쓴 글엔 '아빠와 이런 추억 만들기 쉽지 않지'를, 저작권 수업 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허락 없이 자료를 퍼간 사람을 신고했다는 아이 글엔 '선생님도 OO이 유튜브 구독해야겠다'를 써준다.
그런 고민이 무성할 즈음 오마이뉴스 현직 편집기자의 글
'중3 남학생의 첫 문장이 준 충격... 독자들은 왜 지갑을 열었나'를 읽게 되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언젠가 달릴 수 없게 된다 해도> 안정은 작가의 문장, ''정답'에 감동하는 게 아니라 '진짜'에 흔들린다'는 부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AI 채점 도구가 내키지 않았던 내 마음이 이것이었나 보다. 문맥이 맞지 않다고, 맞춤법과 구조가 틀렸다고 해서 진심이 담긴 글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이 글의 첫 질문, 'AI 및 디지털 교육 환경이 전면 확대되는 상황에서 초등교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에 대한 내 답은, AI 시대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 AI든, 디지털 기기든 모두 교육 자료일 뿐이다.
내 방법이 옳다는 것도, 쓰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료는 아이들의 지적 탐구에 날개를 달아줄 도구로써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부분까지 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교사는 올바른 미디어 교육을 철저히 할 일이고.
특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문해력)은 AI 도구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글은 개별적인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알고 있는 교육자가 살펴야 한다. 아이의 삶이 드러난 글을 통해 아이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선순환을 인공지능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