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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고3 딸의 고등학교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할 때다. 사실 3년 전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틈틈이 입시 관련 영상을 보며 감을 익혔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입시 공부를 했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정량 평가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의 정성적 평가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너무 복잡한 입시

요즘 입시는 학생 혼자 감당하기에도, 학교 선생님이 챙기기에도 벅찬 영역이 됐다. 학생들은 내신은 물론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 독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한다. 교사는 많은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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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학마다 전형 방식이 새롭게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평가 요소와 반영 비율도 해마다 달라진다. 내년부터는 대입 제도도 전면 개편된다. 현재 고1인 아들은 또 다른 입시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학생, 교사, 부모 모두에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부모가 학생부종합전형과 교과전형, 논술전형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준비할 수 있을까. 학업역량과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은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창의적 체험활동과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어떻게 반영되는지, 대학마다 다른 수능최저학력기준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입시 관련 영상을 수없이 찾아보고 대학별 모집요강을 반복해 읽어도 여전히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학부모가 사교육이나 입시 전문가를 찾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난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 대치동에서 컨설턴트한테 상담 받기로 했어. 전문가들이 잘 알지 우리 같은 사람이 아무리 봐도 그 사람들만 못 해. 그리고 애들도 우리 말은 안 들어."

입시를 앞둔 한 선배의 말이다. 그렇다고 모르고 입시를 치를 수도 없다. 알아야 보다 객관적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전문 컨설턴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즐겨보던 유명 입시 유튜브에 딸아이의 입시 고민을 적어 상담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 선정됐다. 방송 측의 요청에 따라 딸의 학교생활기록부와 모의고사 성적 등을 보냈고,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 인 2일 상담 일정이 잡혔다. 라이브 방송에는 내가 전화로 참여하고 딸아이는 현실을 직면하기 부담스러웠는지 제 방에서 시청했다.

 AI생성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방송을 통해 그동안 답답했던 부분을 전문 컨설턴트에게 냉정하게 평가 받았다. 방송시간은 총 두 시간 정도였는데 딸아이 관련 상담은 40분 정도 진행됐다.

입시 공부를 하면서 컨설턴트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부모가 먼저 자녀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송 전까지는 내가 그 부모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전문가의 분석은 냉정하고 아팠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방에서 홀로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을 평가받은 딸이 걱정됐다. 상담을 마치고 딸아이 방으로 갔다.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이런저런 말을 건넸지만 딸아이 마음에까지 닿지는 못했다.

"아빠, 오늘은 입시 얘기 그만하고 싶어요."

쉬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분명 열심히 한 부분이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소홀히 한 부분도 있다. 습관성 지각 때문에 선생님도 부모도 골머리를 앓았던 때도 있다. 내신에 필요 없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 과목도 있다. 이 작은 시간들이 모여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작 돌봐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아내와 상담 받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중요하고, 과거의 불찰은 딸아이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것. 하지만 실망했을 딸아이 얼굴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았다.

'나까지 흔들리면 안 되겠지.'

상담의 본질을 다시 떠올렸다. 이번 상담을 받은 이유는 전문가의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남은 기간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남은 시간 동안 그 재료들을 가장 좋은 조합으로 만드는 일이 딸과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현듯 그 조합을 만드는 과정을 아이가 아니라 내가 주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수험생이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는 모습
수험생이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는 모습 ⓒ AI 제작

지난 어버이날 딸아이가 써준 편지에는 '입시 준비를 열정적으로 도와줘서 고맙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신경 써줘서 고맙다' 정도의 의미라는 걸 몰랐다. 더 열정을 발휘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아빠의 이런 열정과 관심 자체가 아이에게 부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말했다.

"아빠가 기대하는 거 아니까.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신경 쓰느라 기말고사 내내 배 아프고 장난 아니었어. 우리가 티 안 내도 걔도 다 아니까."

피 말리는 기말고사 기간이었다고 한다. 딸은 '성적을 지킬 수 있을까,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시험을 마쳤다. 시험이 끝난 뒤 함께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던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다음 날까지 잤다.

그동안 딸이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서 잘 몰랐다. 나는 늘 "조금만 더 힘내자", "조금만 남았다"는 말만 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알았다.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입시를 준비하는 부모가 아니라, 매일 그 시간을 견디고 있는 고3 딸이라는 것을.

그동안 나는 아이와 함께 입시를 준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성적과 전략, 대학만 바라봤지 정작 딸의 마음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입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딸이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아빠가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고3#입시제도#입시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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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hani1977) 내방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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